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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n mu Apr 16. 2023

이 구름 저 구름, 박 구름

- 빡구라고 자꾸 부르게 되는 걸. 네 본명이 더 어색해






수십 년 전이지만 이 아이가 탄생 후 엄마가 병원에 누워 있고 나는 그 주위를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있어 한창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에 했던 생각이 있다.


'넌 엄마아빠의 친자식이 맞아.'

마치 난 아닌 것처럼.

나도 역시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던 사춘기를 지났는데 우리 부모님이 친부모님이 아닌 것 같고 혼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때도 여동생 너는 친자라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아이인 양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우리 엄마아빠의 친자식이다.


1남 2녀 중 둘째로 위아래로 끼어 있는 둘째는 늘 억울하다지.

억울함만큼 삼 남매 중 텐션도 참 높고도 높다.

부모님도 높은 텐션은 아닌데 너의 텐션은 어디서 왔을까 하다가 제일 가까운 돌아가신 할머니를 지목하게 된다.

하늘에서 우리 할머니 갑자기 이런 이유로 소환되는데 '저 녀석들..' 하며 웃으시겠지.


참 귀찮은 존재였다.

세 살 터울의 동생이 겁도 많고 참 순했다.

어른들 말씀으론 눕혀놓고 장 보러도 갔다 오면 잘 자고 있었다고 그만큼 순하다고 하셨지만 그래서 자기 뒤통수가 이렇게 납작한 거라며 또 억울함을 표출해 내는 우리 집 둘째.

뒤통수가 납작해질 만큼 순하던 동생은 내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도 쫓아와서 연습하고 있는 내 뒤에서 누워 잠을 자기도 하고 버스 타서는 잠들어 깨워 데리고 내리느라 어린 내가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도 막내였으면 했던 것이. 첫째란 위치의 버거움. 나도 버스에서 졸렸는데 꾹꾹 참고 있었단 말이다.

순하던 아이가 머리가 커가면서 반항하며 많이도 싸우고 내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산 신형 디지털카메라를 소풍 가서 쓴다며 몰래 가져가 전화 걸어 죽여버리겠다고 한바탕 집안을 뒤집어 놓기도 하며 참 많은 일들을 하며 같이 나이를 먹었다.


아직도 동생과 나는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말들도 창피함 없이 하게 되는 건 자매라서일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아직도 버럭 버럭하며 싸우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연락하고 낄낄거리고 세상에서 제일 절친인 듯 놀다가 또 기분 상함의 반복인 관계.

그렇지만 상대가 힘들면 또 마음 아프고 한마디라도 좋게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관계.

툭 던지는 말조차 상대는 최선을 다해 위로 중인걸 이해하는 관계.

그게 나와 둘째가 아닌가 싶다.


우리 집에서 불리는 애칭 구름.

박 씨라 빡구라고도 장난처럼 부르고 싶지만 그래도 구름이 더 어울린다.

뭉게뭉게 하얀 구름처럼 포근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인간 구름이가 되길...

이제 네 이름보다 구름이가 더 입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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