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잘하는 어른.

산책의 미학, 옥상달빛

by 이오십

요즘 먹은 것들이 부실하고 영 기운도 없고, 우울함과 불안에 기분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장도 보고 아주 간단한 요리를 했다.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능력은 소중한 재능이란 걸 느꼈다.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재료를 먹기 좋게 손질해서 먹는 방법은 중학교 기술가정 시간에 처음 배웠는데 지금까지 유용하다. 동그란 양파를 써는 법, 토마토 껍질을 뜨거운 물로 벗기기, 식사에서 탄, 단, 지, 채소를 고루 먹을 것…

좋은 식사는 속을 편하게 만들고, 좋은 에너지를 만든다.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했다. 사실 지금도 조리 상 편리해서 라면을 식재료로 썼지만 밀가루 음식이나 유제품,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속이 안 좋다.



계란 (10구)

라면

아몬드우유 2개

과자

10,840원.


동네 마트에서 당장에 먹을 것들만 샀는데도 만 원어치가 나왔다.


어릴 때 소망 중 하나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이다음에 커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단 소망은 사실 생존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지금 깨닫는다. 어린 시절 나의 ‘많이’는 미래의 물가에 ‘적당한’ 돈의 양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먹고 살 정도로 돈을 벌고 싶다.’는 소망이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소망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돈을 많이 버는 어른이 되었는지 묻는다면 아직 어린 나를 마주하지 못하겠다. 네 꿈은 아직 못 이뤘고, 이룰 수 있을지도 미지수란다. 그래도 지금 기분은 좋다. 왜냐하면 요리는 꽤 잘하는 어른으로 자랐기 때문에 음식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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