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nonball - Demien Rice
다른 사람들은 다 너를 괜찮게 생각하는데, 너는 왜 너에 대해서 그렇게 매정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언니가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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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도 나는 스스로 꽤 이상한 사람, 내지는 꽤 불편한 사람, 모자란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게 보이나 싶다. 사람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편이 아니라서 언니가 울지 않았다면, 의례 하는 말 정도로 받아넘겼을 것 같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나는 참 운이 좋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 말은 내가 나에게 해줘야 한다. 한두 번은 타인이 지나가다가 구해줄 수 있는데, 결국 나를 구하는 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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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볼 때는 되게 평범해 보이는데 속으로는 살짝 뒤틀린 구석이 있다. 이것도 상대적인 것인지라, 정확히 내가 얼마큼 많이 삐뚤어져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를 충분히 괴롭게 할 만큼은 뒤틀려있는 편이다.
대학생 때 ‘예민한 구석이 있구나.’ 생각한 부분이 조금씩 더 날카로워질 때면 확실히 나는 못난 부분이 있음을 시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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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많지만 화를 내서 해결되는 일은 없고, 또 한편으로는 타인에게 화를 내지 못하는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두려워서, 겁쟁이라서 큰소리로 내가 원하는 것도 말 못 하는 멍청이.
이런 식으로 나는 스스로에게 욕을 좀 자주 했다. 내가 못하는 것만 들춰봐서 그런지 나는 참 모자란 인간이었다. 아마 실제로 그럴 것이다.
단순히 자기혐오라고 퉁치기에는 확실히 불완전한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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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스로에게 비난을 하도 많이 했더니 무기력해졌고, 자신감도 없고, 의욕도 없어졌다.
자기애, 그러니까 나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면 좋을 텐데. 거울도 잘 안 보고, 내 얼굴도 잘 안 봤다. 스스로 가꾸는 것에 게을렀다. 외모든, 내면적 성장이든 좀 가꾸는 데에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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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상태가 좀 이상했나 보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구석에 혼자 들어가서 잘 나오지도 않고 밥 먹을 때만 빼꼼히 나오는 나를 보면서 언니는 내가 걱정이 됐나 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언니와 엄마아빠가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마냥 부정적인 이야기일 거라고 지레짐작해서 분노하고,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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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기분 좋을 땐 언니는 재미있는 사람이고, 내가 기분 안 좋을 땐 언니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생각했다. 평가와 변덕이 날 헷갈리게 한다.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하면서 다 짊어지지 말고 그냥 지금, 나에게 어떤 표정과 어떤 말을 하는지, 그리고 그 의도가 뭔지에 대해서만, 그리고 그게 나에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냥 그런 생각을 했구나, 판단하지 않고 존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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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울면서 위하는 말을 해줘서 되게 고마웠다. 어쩌면 위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사실일지도 모른다.
가끔 세상이 왜곡되어 보인다. 내 자아가 그만큼 큰 굴곡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빛을 비춰보면 굴절되어 똑바로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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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냥 내가 우울증이라고, 그래서 세상이 왜곡되어 보이고 부정적인 사고의 흐름에 갇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편하다.
과거엔 내가 우울증이라고 믿어버리고 지금 내가 우울한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 약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우울증이라고 믿지 않는 게 필요하다. 내가 왜 우울해야 하는데, 나는 개운해질 거야. 이런 마음가짐 말이다.
불안, 우울이 있을 테지만 언제든지 흘러 보낼 수 있다고 믿으면 주저앉았다가 일어날 수 있다. 구하는 건 셀프다.
또 깨끗하게, 그리고 명백하게, 나는 잠깐 기분이 가라앉았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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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필요하다면 병원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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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에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은 적 있다. 몇 년간 히스토리를 듣더니 만성적인 우울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리고 몇 개월 약을 먹었고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그때 왜 그렇게 늦게 병원에 왔는지,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나는 내가 우울증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확실히 그때 나는 많이 상태가 안 좋았었다. 머릿속에 가득한 좌절된 기억, 슬픔, 아쉬움, 후회가 홍수처럼 불어나서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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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약 먹을 정도로 내가 우울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알 수 없지만, 그땐 먹어야 할 정도로 우울했나 보다 싶다.
약을 먹는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약 먹으면 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편안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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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무작정 약에 기대하기보다 문제를 인식하고 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훈련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내내 밝은 환경이었고, 굉장히 긍정적인 인간이었는데 근 몇 년 사이에 회의주의, 염세주의의 굴레에서 굴렀더니 스스로 변했다고 느꼈다. 적응이 안 된다, 뒤틀린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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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긍정을 믿고 싶다. 그래야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할 줄 아는 것도 생기고, 사는 재미도 생기고, 가끔 슬퍼져도 다시 웃을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때를 맞춰주지 않는 것 같아도 언제나 감사한 일은 늘 있는 것이다. 감사할 사람이 있고 세상이 살만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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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는 언니가 왜 그렇게 울면서 말을 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지 않는다.
지금 내가 그렇게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동생이라고 해도 타인에게 왜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비난하지 않고 걱정을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사랑이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 솔직히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반대로 불평할 때가 많았으니까.
나는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본 적이 없다. 그렇게까지 타인을 생각해 본 적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진 않다. 근데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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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그런 감사한 사람들에게 잘하고, 이를테면 좀 더 솔직하게 나의 고민을 말한다던지, 대화를 시도한다던지…. 그래야겠다.
가끔 이렇게 무거워지는데 나는 내가 이렇게 무거운지도 잘 모른다. 이게 문제일까? 싶지만 나는 이제 괜찮아졌다. 숨을 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