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오십 Apr 17. 2024

사랑에 관한 모든 것.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 장필순

 영화 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를 봤다.

어제는 영화 아사코를 봤다.


*


세 영화가 가진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세 이야기 모두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간단한 관람평을 해보자면 (약간의 스포일러 주의)


코다 (2021)

 - 처음엔 딸의 입장에서만 봐서 딸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가족들이 서로를 보는 눈빛이 잘 느껴졌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04)

 - 후반부 20분 전까지도 이 영화를 끌까 말까 망설였다. 졸려서 그냥 끄려다가 잠시 멈추고 끝까지 봤는데 그러길 잘했다.

 - 여자가 기억을 잃었는데 어떻게 처음 만난 사람들을 자신의 아들, 남편이라고 쉽게 인정할 수 있지? 하는 생각 때문에 몰입이 잘 안 됐는데, 뒤로 갈수록 초반에 졸리다고 생각했던 판타지/동화스러운 설정이 감동으로 돌아왔다. 미래를 알고서도 같은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영화 컨텍트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아사코 (2018)

- 은유가 많고 장면의 전환이 내가 평소에 보는 영화의 문법과 다른, 낯설고 생소해서 초반 20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뒤에 내용을 펼쳐나가는 연출, 장면, 연기, 소리 다 좋았다. 드라이브 마이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 볼 것 같다.

- 옛날이 묻어나는 느낌이 오히려 세련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는 아사코다.



*


사랑에 빠진다..라는 걸 잘 모르겠다.

영화에서 본 낭만적인 사건이 현실에서 있는 일인건지.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이 사랑에 가까운 것이라지만.

나는 사랑을 피해 다니고 있다. 사랑도 두렵고, 세상도 두렵고, 사람도 두렵다.

둘러싼 모든 게 다 뒤집어지고 내가 네가 되는 그런 일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정신 차릴 새 없이 시간의 파도에 휩쓸려버릴 테니까, 그게 두려운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사랑하긴 했다, 누군가를.

엄마 아빠 언니 이모 고모 삼촌 큰아빠 숙모 고양이 강아지풀 벚꽃 은화 희정 윤지 은지 수성 현우 지승 ….  엑소 방탄 샤이니 소녀시대 아이유….

몰라. 아무튼간에 그 대상은 바뀌어도 늘 사랑하는 아이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도 좋아하고, 파도가 밤과 함께 쓸려오는 풍경도 좋아하고, 음악도, 과학도, 위인전도… 유난히 더 좋은 것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세상의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태어났고 살아있기에 나는 반드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두려워도.


*


싫고 악하고 나쁜 것을 애써 기억하며 피하려 노력하기보다

좋고 즐겁고 예쁜 것을 기억하며 이름 불러주기로 한다.

끝과 끝은 서로 붙어있어서 떼어낼 수 없으니, 닥쳐오는 모든 좋음과 나쁨은 받아들여야 할 삶이기에 그냥 좋고 예쁜 이름을 부르자.



모순이란 걸 직관적으로 알게 된 건 중2 때 클라인병을 봤을 때다.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이별과 만남, 봄과 겨울, 부모와 자식…





이전 18화 아버지의 드림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