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titude - Lynne Arriale Trio - Bein...
애를 철들게 하려면 집밖으로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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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남겨지는 시간들이 있다. 나만 딱 과거에 남겨져서 아무것도 안 하고, 못한다고 한 발짝도 못 떼고 있었던 것 같다. 참 바보 같다. 누가 나를 도와주거나, 누가 나를 일으켜 세워주기를 바랐지 내가 어떻게든 움직여볼 생각은 안 했다. 내가 움직이는 게 추할까 봐 그랬다.
일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그 와중에 다 안 되고, 어렵고 그런 경험들을 두려움이란 감정으로 뭉뚱그리고 회피했다. 안 되는 게 쪽팔리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니까 애초에 '어차피 안 될 거고, 세상은 불공평한데 노력에 가성비가 떨어진다'라며 계산적인 척 소심한 내 모습을 감춰왔다.
하지만 삶에서 중요한 태도는 노력에 가성비 따위를 따지며 불평할 게 아니라 그럼에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떤 작은 일도 내가 최선을 다해보는 일이었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이 말도 참 맞지만 하루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을 선택하는 건 후회를 덜 할 수 있는 미래의 초석이 된다. 그렇다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제대로 휴식하지도 않고 살고 싶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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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4일까지 고모의 집에서 여기저기 세상구경을 하고 다녔다.
12월 30일 - 서울 명동성당.
12월 31일 - 남이섬
1월 1일 - 파주 출판단지
1월 2일 - 종묘, 세운상가
1월 3일 - 통일전망대, 파주 롯데아웃렛
1월 4일 - 교회, 센트럴시티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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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배우는 바가 많았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물질적인 것도 참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얼굴을 보고 안부 묻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어린 마음에 그게 참 귀찮다고만 생각했다. 설날이나 추석 때 어른들 얼굴 뵈러 다니며 시답잖은 아재개그를 듣고, 심심한 미소를 짓고 그런 게 삶에서 필요한 일이 아니고 오히려 불편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이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삶과 아닌 삶은 한 사람의 인생에 얻을 수 있는 다양함의 정도가 천지차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삶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불편하고 조심스러울 일이 아니라 그냥 '관심 가지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물론 관심받고 싶지 않은데 관심주는 건 하등 쓸모없는 일 같긴 하다.
아, 하나 더 배운 게 있다. 지레짐작하고 내 멋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살피고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훨씬 좋다. 배려한답시고 지레짐작 행동하면 오히려 오해도 생기고 내 멋대로 상대방을 판단하게 되는 나쁜 버릇이 생긴다. 나에 관해서도 '~~ 할 것 같다.'라는 식으로 지레짐작하는 건 좋지 않다. 경험해 보고 '~~ 해봤더니 ~~ 하더라.'라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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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세상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노력을 하고 사회적 성취를 하며 살아가는지는 알 수 없다. '왜 그렇게까지 노력하며 살아야 해?'라는 건 나의 회피동기(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도전을 안 함)와 '남들도 그 정도는 노력하며 살기 때문에'라는 불합리해 보이는 답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어떤 삶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어떤 삶이라는 건 내가 해봐서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부러워하는 것일 수 있겠으나, 그 삶이라는 건 '손을 대는 족족 다 성공하고', '어려움 없이 올라가고', '큰 실패 없이 승승장구', '잘릴 걱정 없이 출퇴근을 편안히, 인생을 누리며 살고', '사회적인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삶'이다.
뭐 그 사람들은 그걸 얻을 만큼의 '노력'을 하며 살았겠지, 나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삶은 대부분 '운'도 크게 좌우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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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을 하며 사는지에 대한 대답은 문장으로, 말로 설명 듣는 것보다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따라다녀보는 것으로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
직장도 엄~~ 청 멀어서 2시간 전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졸린 눈을 비비고 밤새 뻐근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가는 이유는 ((자아실현은 개똥 같은 소리고))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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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서울을 다녀오면서 만난 사람들이 몇 있다. 친척 오빠 중 한 명은 대뜸 옷을 사줬다. 좋은 옷을 입어야 할 때가 생기는 데 있어야 한다며 옷을 사줬다. 나는 그런 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괜히 부담스러운 마음에 '모자를 사달라.', '목도리를 사달라.'라는 식으로 행동했다. 이것 역시도 지레짐작이다. 오빠의 주머니를 생각하는 급한 마음에 진심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진심으로 고마워하기만 했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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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베풀어주는 것은 당연히 감사하고 좋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 받는 게 좋다고 받아 버릇만 하다 보면 욕심 많은 돼지가 되어버릴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서 어떤 좋은 기억을 얻었으면, 그것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싶다.
그 오빠도 사촌형이 오빠를 데리고 옷을 사준 기억이 있어서 나에게도 베풀어준 것이었다. 고모가 그랬다. 나도 내리사랑을 실천해야지 싶다. 당장에 할 수 있는 걸 하고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