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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오뚜오 Oct 06. 2015

중국 샤먼 여행기

애증의 나라 중국


9/1~9/5 5일간의 짧은 샤먼 여행기!

        .



1. 샤먼에 도착하자 마자 공항 화장실 문 네개가 연이어 안닫히는걸 보고 아 내가 또 다시 중국에 왔구나를 실감했더랬다.( 2    .) 한숨을 푹 쉬었지만 왠지 모르게 안도하는 내 자신이 참으로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공항버스 표를 사러 갔을 때 잔돈이 없어 100원짜리를 내미니, 온갖 짜증을 부리며 표를 던져주던 매표소 직원을 보고 아 중국이구나 다시 한번 체감!

2. 부킹해놓았던 방이 모두 캔슬되고, 결국 5일 내내 매일 새로운 방을 찾아 헤메야했다. 하지만 중국서 고착되버린 악착같은 생존능력으로 한시간 이상 길을 헤메는 일은 없었고, 아주좋~은 호텔에서 호화스럽게도 지내보고, 무너져가는 민박(?)에서 티비도 나오지 않아 바들바들 떨어가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모르는척 하기 위해 노래를 틀고 은혜와 서로 부둥켜 지냈더랬다.
이런 곳에서도 군소리 없이 지내는 나를 스스로 칭찬했다.
다채로운 여행이었다.

3. TV만 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익숙한 프로그램, 익숙한 말,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오는 중국 바보상자가 한국 바보상자보다 더 좋았다.
중국 노래방에 들렸다. 한시간은 우리둘에게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중국노래를 익히는데 허비했던가! 최소 3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좋은 중국 노래방. 방이 없어 큰방에서 누워 놀았다. 갈때마다 가야지 노래방.

4. 우한보다도 한국인이 없었다. 5일동안 샤먼 사방을 그렇게 쏘다녔지만 한국인은 딱 한명 마주쳤다.
동시에 나는 누가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변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걸 재차 깨달았다. 필요할때만 중국어로 얘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 지금 느끼는 바를 여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한국인 없는 중국이 너무 좋다. 한국인 없는 중국에서는 알 수 없는 해방감에 사로잡힌다. 생각해보니 중국 다녀와서 조금 더 솔직해진 것 같다. 습관이 되었나 보다.
좀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한국에서는 내 인생을 살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 자기중심적인 삶이라는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한테 조금 더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중국에서처럼.

5. 간만에 먹는 중국 음식들은 먹는 족족 환상이었으며, 덕분에 2주간의 1일 1식은 도루묵이 되었다. 제발 음식좀 가렸으면..

6. 비 오는 구랑위 섬을 두 발로 뺑뺑 돌면서 발바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너무 좋았다. 내가 이렇게 걷고싶어 하루종일 걷는 것도 오랜만, 비를 맞으며 다녀도 이렇게 즐거운게 오랜만이여서..
구랑위는 꼭 한번 다시 가고싶다. 그것도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는 날에.

7. 여행하는 내내 밤마다 안마를 받으면서 한국에서 너무 아팠던 허리가 많이 나아졌다. 조금 지나면 또 다시 아프겠지만 저렴한데 비해 고퀄리티인 안마는 정말 중국여행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8. 중국 여행사 1일 여행을 통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토루를 보러 짱조우에 다녀왔다. 고작 4일 여행하는데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난생 첨으로 중국 여행사에서 중국인들 사이에 끼어 편히 여행을 다녀오니 참 좋았다. (절대 그 전날까지 다리가 마비될 정도로 걸어서 패키지가 편했다는건 아니다.) 총칭에서 환승을 6번 하고 인력거 까지 타가며 깡시골로 대족석각 하나를 보러 갔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편안한 여행이었다. 중국인들도 보지 못한 것들을 본 것 같아 마음 한켠에 무의미한 뿌듯함이 자리잡았다.

9.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나 철이 없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인지 생각해 보았다. 철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나는 현재의 생활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아직 그런걸 판단하기도 이른 시기이겠지만, 나의 자유를 향한 갈망은 적어도 당분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2년간의 중국 생활이 나의 모든 생활 방식과 생각의 틀을 깨게 할만큼의 특약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10. 첫째날 부터 공항에 도착->항구로 이동->배타고 구랑위 섬 진입이 너무 순조로웠더랬다. (항구에서의 중국 핸드폰 심카드 구입까지 완벽했다.) 구랑위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라이브 카페에서 6천원 넘게 주고 사이다 마시며 본 샤먼 도심 야경, 다음날 샤먼 도심의 항구에서 바로 마주했던 섬 구랑위. 두 곳에서 내가 있던 곳을 바라본다는게 참 묘하고 행복했다. 어제까지 저기에 있었는데 생각하며 하루가 참 길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마치 간지 1년은 지난 것 처럼 내가 있었던 곳을 바라보며 그리워했다. 참 바보같았다.

11. 여행은 4일이었지만, 샤먼에 짱조우까지, 그리고 샤먼 구석구석까지 정말 많이 돌아다닌 것 같아서 한 2주는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알차고 재미있게 잘 보내고 온 것 같다. 가끔 가면 너무 좋고 행복한 애증의 중국이다 정말.
자유로이 걸을 수 있어 좋았고, 마음대로 말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먹고싶어하던 것들을 다 먹어서 좋았고, 보고싶은 것들을 봐서 좋았다. 무엇보다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12.나의 중국 여행 메이트 주은혜 에게 감사를 표한다. 나보다 훨씬 걸음이 느렸던 은혜는 중국에서 방학마다 몇개월씩 나랑 여행을 강행한 후 거의 내 보폭을 맞춰 걸을 정도로 발전했더랬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개념을 벗어난 것들에 크게 노하지 않아줘서 고맙고(ㅋㅋ) 열악한 환경에서 항상 군소리 없이(가끔은 나한테 위안까지) 버텨줘서 고맙다. 중국어도 안까먹어줘서 고맙다. 길치인건 안고맙다.(ㅋㅋㅋㅋㅋㅋㅋ)
2년간 같은 생활 같은 충격을 받았던지라 좋아하는 것들도 거의 비슷하고 , 그리워하는 것들도 거의 비슷한 은훼이와의 중국여행은 비가와도 눈이와도 부킹해놓은 호텔이 모두 다 취소되도(다음부턴확실히해라..) 완벽에 가깝다.
츤데레라 고맙다고 말못했다. 다음 여행도(?) 잘 부탁한다. 사랑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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