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수단으로써의 일과 고결성
대부분의 사람은 필연적으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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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사람들이 진로나 직업에 대해 유난스럽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사회가 복잡해지며 너무 많이 세분화된 종류의 일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많은 직업 중에 맞는 것을 골라내긴커녕, 맞지 않는 것을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싫은 것을 골라내기에도 너무나 짧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중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덜 싫은 일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진로 탐색' 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이렇게 많은 시간과 자원을 진로 탐색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짧은 인생에 너무 많은 시간을 직업을 갖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학교를 다녀야 하고,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현실의 직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덜 싫어하는 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일을 하면서도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부딪혀 꿈꾸던 바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혹여나 자신이 싫어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등살에 떠밀려 가지게 된 일을 하면서는 인생의 황금기를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실패자나 직업에 대한 회한으로 채워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과 자원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쏟아 붓는다면, 어쩌면 인류는 직립보행보다, 불의 발견보다 더 위대한 발견을 또 한번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일과 삶을 동일시 여기거나, 삶에서 일이 나의 삶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우위를 점하게 되면), 삶은 너무 쉽게 피폐해지고 파괴당할 수 있다. 그래서 일에 대해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정신적 안도감과 함께 삶을 더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