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유기농 초콜릿을 찾아서_나오인터내셔널
쪼꼬렛 주세요
초콜릿색 얇은 종이와 은박지로 쌓여 있던 '가나쵸코렡' 을 기억하시나요? 얼마 전까지도 초콜릿의 외래어 표기가 헷갈렸던 건 흰색 글씨로 큼직하게 쓰여 있던 '쵸코렡'의 기억 때문이라고 변명해봅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초콜릿을 사랑합니다. 그 시절 제가 그랬듯요. 그런데 가게나 문구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파는 초콜릿은 희한하게도 잘 녹지 않아요. 그래서 손에도 잘 묻지도 않죠. 어떤 초콜릿은 손으로 집자마자 녹는데, 이렇게 녹지 않는 초콜릿도 있다니 왜 그럴까 궁금해졌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 먹었던 녹지 않는 초콜릿은 엄밀히 말하면 초콜릿이 아니라는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약간의 코코아 고형분과 값싼 식물성 대체 유지를 섞어 만든 초콜릿가공품 또는 준초콜릿으로 분류되는 식품이죠. 손에 오래 쥐고 있어도 잘 묻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식물성 대체 유지를 썼기 때문이라고 해요. 초콜릿을 먹고 나면 묘하게 입안에서 미끌거리던 느낌이 영 찝찝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찾았네요.
우리나라 식품공전에서는 초콜릿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코코아버터가 반드시 들어있어야 한다고 정해놓았대요. 정확하게는 코코아 고형분 35% 이상, 그중 코코아버터 함량이 18% 이상 넣어야 비로소 초콜릿이라 부를 수 있는 거죠. 코코아버터는 친수성이 좋아서 물에 잘 녹고, 온도에도 매우 예민하다고 해요. 한 마디로 다루기 까다로운 녀석이라는 말이죠. 비싼 초콜릿과 저렴한 초콜릿을 가리는 중요한 요소인인큼 코코아버터가 들어가면 초콜릿의 풍미가 달라져요.
나오인터내셔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정무역 유기농 초콜릿을 들여와 만들기 시작한 곳이에요. 네덜란드 더치코코아사로부터 공정무역 유기농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 코코아분말을 들여와 국내 가공기술로 초콜릿의 기본이 되는 커버춰를 만들고 있어요. 두레생협에는 벨기에식 우리밀 초코와플을 공급하고 있죠.
초코와플 만드는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에 방문했어요.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순식간에 달콤하고 진득한 초콜릿 향이 달려듭니다. 처음에는 코에서만 향기로 느껴지더니, 나중에는 목구멍에서도 초콜릿 맛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숨만 쉬는데도 한꺼번에 초콜릿 10개는 삼킨듯한 달콤함이 코와 입을 을 삼켜버렸어요.
저희는 초콜릿 잘 안 먹어요.
생산자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공장에 와보니 이해가 됐어요. 누군가에게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가벼운 기호식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자,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업이라는 것이 무겁게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와플에 초콜릿을 입히는 과정은 간단했는데, 한동안 기계 앞에서 준비가 되길 기다려야 했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바로 탬퍼링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초콜릿의 물성은 조금 독특해요. 어떻게 템퍼링을 하는가에 따라, 같은 온도에서도 초콜릿이 흐물흐물하게 액체가 되기도 하고, 단단한 고체의 형체를 유지하기도 하거든요. 템퍼링은 말 그대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인데, 초콜릿을 수 차례 녹였다가 식히는 과정 속에서 초콜릿의 형태가 안정화된다고 해요. 탬퍼링 기계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초콜릿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우리도 오르락내리락 시련을 거치면서 비로소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10년 넘게 보호종료아동을 후원해온 나오인터내셔널의 김웅 대표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서일까요. 나오인터내셔널의 초코와플은 초콜릿 코팅이 두껍고, 달콤 쌉싸름한 맛이 좋다는 평과 함께, 조합원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요. 한동안 대표님의 건강문제로 초콜릿 공급이 중단되었는데,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언제 초콜릿을 만나볼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조합원들도 계셨다고 해요. 직접 보고 온 사람으로서 정말 좋은 재료로 최선을 다 해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앞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품질의 공정무역 유기농 초콜릿을 계속 만들어주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