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상 마이 땄나?

누가 보지 않아도 지킬 건 지키는 복숭아_두레의성생산자회

by DURE
여기서는 복숭아라고 안해요.
복숭, 복상이라 해요.


복숭아도 사투리가 있다는 걸 아셨나요? 경상도나 충정도 지방에서는 복숭아를 복숭, 복상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당연히 복숭아말고도 다른 과일도 사투리가 있는데요, 자두는 추리, 참외는 채미, 토마토는 땅감이라고 한대요. 과일별 사투리를 한 번 정리해봐도 재밌을 거 같아요. 이번 복숭아 생산지는 도착하기까지 사건사고(?)가 많았어요. 그 이야기도 함께 들려드릴게요.





예상은 늘 그렇듯 빗나가기 마련

경북 의성에 복숭아 생산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어요. 문경쯤 지났을까 잘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어요. 가다서다를 반복하기를 30분쨰. 생산자에게 급히 전화해서 예상보다 늦게 도착할 거 같다고 양해를 구해야 했어요. 나중에 보니 도로 1차선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겨우 1차선을 막았을 뿐인데 수 백대의 차량에 타고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허공이 흩어지고 말았어요.


약속시간보다 늦어서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어요. 오늘 만나기로 한 신윤창 생산자의 전화였어요. 혹시 늦었다고 뭐라 하실까 긴장하며 받았더니 글쎄 작업장에서 자두를 선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며 먼저 밭에 가서 천천히 둘러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듣자마자 다치신 곳은 없는지 걱정되더라고요.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데, 집에 계신 부모님한테는 사고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셔서 알겠다고 안심시켜드려야 했어요.



의성에서 대구로, 다시 의성으로

의성에서 복숭아와 자두 농사를 짓고 있는 신윤창 생산자는 원래 대구에서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고 하셨어요. 약 15~16년 전, 80이 훌쩍 넘은 부모님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생업을 접고 의성으로 내려와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해요. "농사 짓는 땅을 팔려고 해도, 부모님 집 앞마당하고 바로 붙어 있어서 팔수도 없었어요. 사업도 잘 안 풀리고, 부모님도 모셔야 하고, 다른 형제보다는 제가 내려오는 게 맞다 싶어서 농사를 시작했어요."




누가 보지 않아도 정직하게

신윤창 생산자의 복숭아 밭에는 백도부터 황도까지 다양한 종류의 복숭아들이 무성한 풀과 함께 자라고 있어요. 제초제는 절대 안 쓰고 일주일에 한 번씩 풀을 깎는데, 제초제를 안 쓰니 산토끼들이 내려와서 밭에 구멍을 낸다고 하네요. 두레인증 기준보다 더 깐깐하게 키우는 것은 신윤창 생산자의 자부심입니다. "6번까지는 약을 쳐도 된다고 하는데, 저는 3번 이상 친 적이 없어요. 회학비료도 1년에 한 번만 주고요.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저 혼자 밭을 관리하면서 과일 농사를 짓다보니 완전히 친환경으로 키우는기는 어려워도 최대한 약이나 비료 안 쓰고 키울라고 애를 씁니다. 누가 안 본다고 약속을 안 지키면 되겠습니까. 그건 저하고 안 맞아요. "

DSC02570_복숭아 돌보는.JPG 복숭아나무 가지를 치고 있는 신윤창 생산자





손해보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건

아까 교통사고 난 것은 괜찮은지 묻자,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트럭을 폐차시키고 급하게 중고 트럭을 하나샀다고 하셨어요.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큰 사고였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작은 접촉사고였는데, 뒷차가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박는 바람에 트럭이 앞뒤로 찌그러지고 말았다고 하셨어요. 중고 트럭도 한 대에 천 만원이 넘는데 어떻게 이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어요. "차는 비싼 축에도 못들어요. 농기계 한 대 수리하거나 사려면 수백, 수천만 원씩 들어요. 웬만한 차 한 대값은 우습게 넘지요. 농사를 한 번 망치면 그 손해는 말도 못해요. 재작년과 작년에 비가 하도 와서 자두 농사를 망쳤는데 트럭 한 대 분량은 그대로 버려야했어요. 그것만 해도 수백만 원이 넘을 거예요."

DSC02631_친환경방제.JPG 유황에 은행이나 양파발효액을 섞어 뿌려주면 고약한 냄새 때문에 해충의 접근을 막아줘요.




과일은 공장에서 나오는 게 아닌데

복숭아와 같이 나무에 열리는 과일은 과일 나무를 심는다고 바로 수확할 수 없어요. 나무를 심고 잘 가꿔서 첫 열매를 거두기까지 최소 3년에서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수확까지의 긴 기다림에 비해 소비자의 취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요. 인기 품종이라고 막 따라 심었다가 막상 수확할 때는 유행이 끝나서 팔리지 않아서 큰 손해를 입는 일이 다반사라고 해요. "서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천증도 품종을 너도나도 심었는데, 나무 관리가 까다로운 편이라 힘이 두 배로 들어요. 더 겁나는 건 유행이 지나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거죠."

DSC02611_복숭아.JPG 익어가는 복숭아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해요.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내일 아니 몇 시간 후 날씨조차도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하니까요. 농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강철 멘탈일지도 몰라요. 한 해 농사를 망쳐도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하면서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야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는 농부들에게 농산물을 꾸준하게 찾아주는 조합원만큼 힘이 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올해 농사를 망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바로 조합원이라는 신윤창 생산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맛있게 복숭아를 드신 여러분! 누군가가 당신은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인가 묻는다면, 당당하게 yes!라고 외쳐도 좋아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쵸코렡 쪼꼬렛 그리고 초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