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대리 출석

by 영두리

일주일의 시작인 주일,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한 주의 시작을 맞이한다.


광교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1부 찬양대를 꾸준히 섬기는 중이다. 1부 예배가 오전 7시 20분에 시작하다 보니 찬양대의 연습 시작 시각은 5시 55분으로 조절되었다. 여름철에는 해가 길어서 그 시각에 눈 뜨고 움직이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특히 밤이 긴 추운 겨울철에는 이 연습시각을 맞춘다는 것부터 섬김의 시작이고 은혜의 시작이 된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밤새 잠긴 목을 위해서 발성연습을 하고, 오늘의 찬양곡을 전체적으로 맞춰서 불러보고, 본당에 가서 대형 정비 및 최종 리허설을 하다보면 순식간에 예배시간이 된다.

써니와 함께 예배를 보러 가야 하는데, 서로 따로 다녀야 하는 게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


써니는 1부 예배 시작 시각에 맞춰서 온다. 집과 교회가 약간 거리가 있는 편이라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내가 새벽같이 차를 끌고 나가다 보니 이동수단이 마땅찮은 써니는 주로 택시를 타고 따로 이동한다. 1부 예배를 마치면 써니는 근처 카페에서 1시간 남짓 나를 기다린다. 다음 주 찬양 연습까지 마무리하고 카페에서 만나 써니와 함께 매장으로 향한다. 일상이 시작되기 전, 서둘러 오늘 목사님 설교에 대해, 찬양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몇 달 전 써니가 들려주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글에 옮긴다.


여느 주일 아침처럼 써니는 그 날도 주일 예배에 가려고 택시를 호출했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운전하는 택시가 도착했고, 택시 호출 앱에 미리 목적지를 교회로 설정해 두었으니 굳이 행선지를 말씀드릴 필요 없어 바로 탑승했고, 그 분 역시 다른 말을 섞지도 않고 교회 방향으로 출발했다. 중간쯤 왔을 때, 정지신호에 걸려서 잠시 정차했을 때, 어르신이 써니에게 말을 건넸다.

손님, 그나저나 이 이른 시각에 교회 가시는 거예요?
네, 1부 예배를 드리는데 7시 20분에 시작해서요.

택시 어르신이 갑자기 탑승 종료 버튼을 눌렀다. 예전 표현으로 바꾼다면 ‘택시 미터기를 꺾었다’와 같은 것일 거다. 아직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꽤 남았는데 왜 멈췄지, 혹시 교회를 무척 싫어하셔서 탑승을 거부하려는 건가, 잠시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요금을 여기까지만 받을게요.
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아니라 아침 일찍 서둘러 교회에 가신다고 하니, 여기서부터는 손님이 아니라 교우라 생각하고 모셔 드리려구요.

어르신은 카드를 달라고 하더니 딱 거기까지 주행한 요금만 결제한 후, 바뀐 신호에 맞춰 다시 출발해서 교회까지 안전하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나저나, 하나 부탁할 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게 있을까요?
헌금 좀 대신 부탁해요. 그리고, 안전운전을 위해 기도도 부탁해요. 한때 교회를 다녔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늘다 보니 언젠가부터 멀어져서 다시 찾아갈 용기가, 엄두가 안 나네. 이 주일 아침, 집사님 태우고 교회로 함께 가는 것도 어쩌면 인도해 주시는 것 같아. 그러니 얼마 안 되지만 꼭 좀 헌금 부탁해요.

지갑을 열어 1만원 권 몇 장을 꺼내 손에 쥐어 주셨다. 어르신이 알려주신 성함도 잊지 않으려고 되뇌였다.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헌금 봉투를 챙겨서 소중한 헌금을 넣고 성함을 적었다. 그리고, 어르신의 안전운전과 건강과 회복을 위해 한참 기도했다고 한다.


써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예배는 꼭 본당 의자에 앉아 있어야만 완성되는 것이 아닌 듯하다. 누군가를 향한 선의로 미터기를 멈추고, 낯선 교우에게 자신의 진심을 의탁하는 그 택시 안이 어르신에게는 이미 거룩한 예배당이었을 것이다.

몸은 일터에 매여 있지만 마음만은 주님 곁에 머물고 싶었던 어르신의 간절함이, 써니의 중보기도를 통해 하늘에 닿았으리라 믿는다. 누군가를 대신해 이름을 적고 기도를 올리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대리 출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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