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이번 주말이 간식 봉사하는 날이네. 빵 주문해 두었지?
응, 집 앞에 있는 제과점에 우유식빵으로 40개 예약해 뒀어.
'수지사랑회'라는 지역 봉사단체와 인연을 맺은 건 매장 오픈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이나 청소년, 독거노인의 생활 지원을 위한 순수 민간단체로, 한 달에 한 번 생필품, 간식 및 부식 등을 방문 지원하고, 그 외 활동으로 교복, 김장, 장학금 지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모임도 2004년에 시작되었으니 우리 매장과 마찬가지로 성인의 나이만큼이나 의젓하게 성장한 느낌이다.
섬겨야 할 가정은 대략 35개 가정에서 45개 가정을 오간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여기저기 단체와 회원들이 기부한 물품들을 한데 모아서, 각 가정별로 반찬, 간식, 쌀, 다양한 생필품을 소분한다. 간혹 주변 초중학교 학생들이 봉사활동 일환으로 참여해서 일손을 거든다. 가정방문 역할을 맡은 분들은 이것들을 자동차에 싣고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물품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다.
처음 인연은 매장에서 판매하던 머핀을 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매장 운영상 소분작업을 돕거나 가정방문을 도울 처지는 아니어서 간식을 봉사하기로 했다. 영업 초반이라 매출이 크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던 처지였지만, 우리가 가진 소소한 것이나마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몇 년 동안 이어지던 머핀 기부 활동이었는데, 본사에서 머핀 생산과 공급을 중단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개별 포장된 머핀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제품이 없어서 봉사를 멈춰야 하나 현금으로 지원해야 하나 고심하다가, 다른 상품을 구매해서 이어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트레이더스에서 모닝빵을 구매해서 한 묶음씩 나눴고, 식빵류가 좋겠다고 해서 매장 근처 제과점의 제품으로 봉사 상품을 바꿨다.
몇 달 연속으로 식빵 대량 주문을 받은 뚜레쥬르 사장님이 용도를 궁금해했다. 사장님께 월 1회 대량 구매 이유를 설명 드렸더니 너무 좋은 일 한다며 소소하게 도와주셨다. 약간의 가격 할인도, 본인의 이동통신사 잔여 포인트도 흔쾌히 사용하며 응원하셨다. 셋째 주 토요일 아침 수지사랑회에 가기 위해서 식빵 박스를 픽업하는 날에는 잊지 않고 간식거리로 빵 한 봉지씩을 따뜻하게 데워서 챙겨주셨다.
나는 그 빵을 수지사랑회가 위치한 건물 지하주차장을 관리하는 어르신께 드린다. 잠깐 사양하다가 환히 웃으시며 받아든다. 하루 종일 혼자서 어둡고 좁은 주차장을 지키실 어르신께 요긴한 간식거리가 되었길 바란다. 아쉽게도 대략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매번 주차관리 어르신이 바뀌다 보니 오랫동안 안면을 트는 경우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다른 매장의 제품으로 바꿔서 진행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때 느꼈던 작지만 따뜻하게 전달되던 사랑의 릴레이에 내심 흐뭇하다.
머핀으로 시작했던 봉사가 모닝빵으로, 다시 식빵으로 바뀌면서, 거기에 제과점 사장님의 통신사 포인트와 빵 한 봉지가 보태지고, 그걸 받게 될 가정들과 주차장 어르신의 환한 미소로 이어지는, 낮고 차분하지만 끝없이 넘실대는 파도를 떠올린다. 어쩌면 봉사란 내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세상에 숨어 있던 다정함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초대장'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20년째 매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내 차 뒷좌석에 실리는 것은 40개의 식빵 뭉치가 아니라, 이웃과 이웃을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