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하루 일과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 아직 홀에 머물러 있는 손님들께 매장 마감 시각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다. 나는 홀의 테이블과 의자를 정돈하고 청소기를 돌릴 채비를 한다. 아르바이트생은 개수대에 쌓인 음료 잔과 접시 등을 설거지하고, 커피 머신과 물품들을 세척하고, 쇼케이스와 주방 쪽을 도맡아서 정리한다. 써니는 새 발주서 용지에 재고를 파악하고 예약 주문서를 확인해서 볼펜으로 기록하고 나서 창가 테이블에 태블릿을 펼쳐두고 앉는다.
발주서와 태블릿 화면 앞에서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다. 뒤에서 보면 짧은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 하루도 아무 탈 없이 영업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고 내일의 하루를 잘 꾸려나갈 수 있게 살펴달라는 기도일 것 같다. 어쩌면, 그와 함께 예지력을 구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써니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내일 종류별 케이크 판매량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다. 20년 가까이 매일 밤마다 되풀이하는 써니의 고유 업무-섣불리 아무나 대신할 수 없다-인데도 불구하고 매번 어려워한다. 수요 예측이 틀어지는 경우, 케이크를 찾는 고객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하거나 소비기한 짧은 재고 물량을 떠안고 걱정해야 한다.
내일 어떤 케이크가 얼마나 팔릴지 머릿속으로 곰곰이 세며, 재고와 예약 물량을 고려해서 발주할 물량을 산정한다. 포스 단말기를 조회해서 1년 전, 2년 전 매출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그 정보는 그다지 많이 도움 되지는 않는다. 생일은 1년 단위로 다시 돌아오므로 작년 고객이 다시 찾을 거라고 가정한다면 얼추 매출을 예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고객이 다른 매장에서 생일 케이크를 구매할 수도 있고 생일에만 케이크를 구입하는 게 아니다 보니 힌트만 살짝 줄 뿐 정답은 알려주지 않는 수험서 느낌이다.
그보다는 요일 특성을 고려하는 편이 낫다. 마치 학창 시절 외웠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소설 구성 5단계를 보는 것과 같아서, 월요일에 미약한 매출로 시작해서 화수목으로 날이 바뀜에 따라 조금씩 매출이 고조되다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한 주 매출의 ‘절정’(매번 이렇지는 않아서 절대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에 이른 후 일요일이 되면 다음 편 소설을 준비라도 하듯이 쑥 빠지는 결론을 짓길 반복한다.
참 알 수 없는 것은 손님들의 마음이다. 가령 얼마 전에 새로 출시한 ‘말차 스트로베리 프레지에’ 같은 제품 문의가 많아서 혹시나 하고 여러 개를 확보해 두면 꼭 재고로 남는다. 어떤 날은 미니 사이즈 케이크만 계속 판매되어 부족하고, 어떤 날은 타르트 제품만 동이 난다. 쇼케이스에 예닐곱 종류의 서로 다른 사이즈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어도, 정작 손님이 찾는 케이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필 그날 없는 제품만 콕 집어서 찾는지 모르겠다.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손님이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면, 우리도 그 뒷모습을 보며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정말이지 예지력을 갈구하게 된다.
어쩌면 써니가 매일 밤 구하는 것은 신통방통한 예지력이 아니라, 내일 우리 매장을 찾을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함일지도 모른다. 어떤 케이크가 얼마나 팔릴지 100% 맞히는 정답지는 20년 노력과 경험에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대신 우리는 ‘정성을 다해 준비한 것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겸손함’을 배운 것 같다.
모든 것이 예측대로만 흘러가는 장사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메뉴가 일찍 동이 났을 때의 당혹스러운 기쁨, 그리고 재고로 남을까 걱정했던 케이크가 마지막 순간에 기적처럼 주인을 만나 손에 들려 나설 때의 안도감. 그런 의외성이야말로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티게 한 일상의 양념이었을 테다.
예지력이 없기에 우리는 매일 아침 다시 설렐 수 있고, 매일 밤 다시 기도할 수 있다. 내일의 쇼케이스가 어떤 풍경으로 채워지고 또 비워질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 안에 우리가 담은 시간만큼은 누군가에게 달콤한 위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써니 사장님의 예언이 적중하길 빌며, 나는 조용히 청소기를 내려놓고 그녀의 퇴근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