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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안러버 Jan 12. 2023

이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여곡절,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곡절 끝에 우리는 집을 찾아 이사했다. 집의 퀄리티에 비해 비싼 집이었지만 살 곳이 절실했던 우리는 이 집에 홀린 듯 가격 협상도 크게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계약을 했다.


외로움은 물리적으로 혼자라는 사실 자체보다 내가 어떤 어려움을 공유했을 때 상대에게 공감 혹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 내 스스로 결론내버리고 상대에게 터놓는 것을 포기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싱가포르를 떠나온 지 3개월이 넘었고 발리로 넘어온 지는 한 달반이 넘었다. 그간 친구들, 가족들에게 그래서 정착은 잘 되어가고 있냐는 안부와 물음, 뭐하고 먹고 살지는 정했냐는 걱정어린 말들을 수없이 들었다.  영어로 치면 How are you와 같은 나의 답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그저 안부차 물어보는 가벼운 질문인데 그걸 알면서도 나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점점 외로워졌다. 그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명확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고 그 답을 찾는 지금 과정도 너무 힘겹기 때문이다. 이 모든걸 설명하며 이해받으려하기보다 나는 그저 “I’m fine. Thank you and you?”하고 상대의 안부를 물으며 목구멍 위까지 차오르는 내 외로움을 꿀꺽 삼키고 만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은 내가 생각했던 발리로의 이주과정과 계획에는 없던 내용들이었다. 계획하고 이루는 것에 익숙한 삶에서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로만 점철된 삶이 되기까지 채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학교생활과 친구를 그리워하는 아이를 3개월째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어른들의 떠돌이 생활과 이사 준비에 끌고 다녀야하는 미안함


음식 배달부터 집계약, 집기 구입, 오토바이 운전까지 모든걸 인도네시아인인 남편에게 부담시키고 지켜만봐야하는 나의 무능함


수많은 결정들 사이에서 서로의 우선순위와 가치가 다른걸 하루하루 깨달으면서 드는 회의감


예상보다 길어지는 정착과정과 많아지는 지출속에서 수입이 없다는 불안함


이주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어떤 경험으로 인해, 어떤 감정 때문에 힘들 것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강인한 의지가 있다면 온 우주가 그 의지를 이루기 위해 도와준다고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한 고비를 넘으면 보이는 또 다른 고비에 온 우주가 우리가 발리에 이주하는걸 막고 있는건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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