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하기 위해 예고없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우기에도 아랑곳없이 여기저기를 아이와 오토바이로 누볐던 시절.
서서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발리를 다시 찾기 시작하면서 이따금씩 한국어가 들려오거나 길에서 마주오는 이들의 차림새가 영락없는 한국인들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보러가는 집은 또 얼마나 지저분하고 오래되었을까' 걱정하며 오토바이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어두운 낯과 다르게 환하게 웃으며 길을 걷는 그들에게 발리는 일탈의 도시, 한국은 일상이 기다리는 곳이었다. 그 때 생각했다. 일탈이 행복한건 돌아갈 일상이 있어서라고.
발리를 일상으로 여기기 위해 온 나는 일상을 가꿀 집을 찾지 못했고 돌아갈 일상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떠도는 일탈은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어느덧 싱가폴을 떠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발리에 들어온 지는 9개월 남짓.
정착한다, 둘러본다는 핑계로 저축을 까먹으며 산지도 9개월.
이제는 발리에서의 일상을 찾은거라고 할 수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