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틱톡으로 옮겨가는 추세라지만 아직까지 내가 가장 주로 사용하는 SNS는 인스타그램이다.
발리에 살면서 발리에 사는 다른 한국인들을 자연스럽게 팔로우하게 되었는데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같은 발리에 사는 나의 인스타그램이 부끄러워진달까.
한달에 한두번씩 아이들과 즐기는 호캉스, 아이 친구 엄마들과 즐기는 브런치, 비치클럽에서 바라보는 노을, 아침과 낮엔 멋지게 서핑을 하고 저녁에는 수영장이 있는 주택에서 맥주 한 잔 기울이는 한가로운 나날들.
물론 이 분들이 매일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게 인스타그램의 특성이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나도 가끔은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 가서 수영을 즐길 때가 있고, 가족들과 맛있고 즐거운 외식을 즐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의 삶도 결국 어느 곳에서의 삶과 다를 바 없이 생계를 고민하고 지출을 걱정하는 똑같은 삶이다. 대부분의 나날은 아침에 졸린 아이를 깨워 부지런히 아침을 먹여 등원시키고 집 정리에 집안일 조금 하다가보면 아이를 픽업해 점심 저녁을 해먹이고 밤엔 아이를 재우며 나도 함께 잠들어버리는 그런 삶.
분명 이 사람들의 삶도 결국 90% 혹은 그 이상으로 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일텐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사람이 매일같이 브런치를 먹고 비싼 요가복을 입고 요가를 가는 것 같고, 매일 저녁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것같이 느껴진다. 그러다 불현듯 한국에서 내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는 친구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발리에 산다더니 매일 아이랑 바다에 가서 노는구나. 평일에도 잘 놀러다니는구나… 물론 맞다. 한국이나 싱가폴에서보다 더 느긋한 삶을 살게 되었고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지나치리만치) 많아졌다. 그러려고 이 곳에 와서 살기로 결정한 것이니까.
같은 발리에서도 내가 다른 이들의 SNS를 보고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의 SNS를 보고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휴양지에 막상 살고는 있지만 남들이 일주일 휴가를 올 때 묵는 비싼 숙소는 가족이나 친구가 발리에
놀러왔을 때나 구경가보고 실제로 묵어본 적은 없다. 외식을 하게되면 항상 현지식을 먹어서인지 생각보다 아는 그럴듯한 레스토랑도 없다. 나름의 여유로움이 있는 대신 한국이나 싱가폴에서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 이 곳엔 없다.
잘 살고 있다고 보여지고 싶지만 하하호호 희희낙락 놀고만 있는걸로는 보여지기 싫은 마음에 오늘도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미루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