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는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휴양지 중 하나이지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도 인기있는 국내 휴양지이다. 발리가 항상 붐비는 휴양지인 것 같아도 알고보면 국가마다 휴일이나 방학기간이 각기 다르기에 시기에 따라 관광객들의 구성이 달라지곤 한다. 이를테면 발리에서 가까운 호주의 겨울이 되면 발리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건기에 접어드는데 때문에 6-7월이 되면 호주인들과 더불어 방학을 맞이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편이다. 또한 한국의 겨울이자 긴 방학기간인 12월에서 2월까지는 발리 어딜 가나 아이와 함께하는 한국 가족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많은 편. 12월에서 1월은 크리스마스 및 신년 연휴가 긴 서양인 관광객들까지 더해져 우기에 접어드는 발리가 꽤나 붐빈다.
이슬람 금식기간이 끝나고 이어지는 긴 연휴기간이나 국내 징검다리 연휴가 있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발리는 타 지역에서 놀러온 국내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과 차이가 있다면 국내관광객들은 자차를 끌고 자바섬에서 발리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 안그래도 빈번하게 막히는 서쪽 지역은 타 지역 차들로 길이 꽉 들어찬다.
인도네시아인인 남편과 한국인인 나는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발리에 살며 1년 내내 쉼없이 손님맞이를 한다. 싱가포르에서 친하게 지내던 싱가포르 친구들이 주말을 끼고 놀러오기도 하고, 한국 친구들이 명절이나 아이들 방학 때 가족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발리가 호텔과 행사시설이 잘 되어있다보니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가 높아 남편의 가족들은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주말을 껴서 발리에 수시로 방문한다. 친구들과 가족들 없이 발리에서 셋이 덩그러니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론 반가운 일이다. 우리가 어딜 가지 않아도 그들이 발리로 찾아오니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가족들과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다만 반복되는 규칙적인 일상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우리의 일상이 잦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지켜지지 못할 때 가끔 답답함을 느낀다. 그들에게는 휴양지이지만 우리에게는 일상의 공간인 발리에서 우리는 매일 아이 학교 등하교를 시키고 장을 보러가고 생업을 이어가야한다.
보통 손님이 오면 우리는 집에서 식사 대접을 하기도 하고,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묵는 숙소에 가 얼굴을 비추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평일에도 아이가 잠드는 시간이 너무 늦어질 때도, 하던 일을 끝맺지 못한 채 약속 장소로 향하느라 생업에 손해를 무릅써야할 때도 있다. 손님 대접에 관대한 남편 탓에 경제적인 출혈도 만만치 않다. 그들에게는 일년에 한번이지만 이 곳에 사는 우리는 일년 내내 한 달에 한두번 이상 이런 일이 생긴다. 정확하게 선을 정해 나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되지 않냐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다. 우리가 만남에 응하지 못하는게 막상 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우리는 못내 마음이 불편하다.
이렇게 손님이 왔다가면 우리가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몇 일이 걸린다. 아이는 연이어 늦은 수면시간에 계속되는 바깥음식 + 수영 콤보로 앓아눕기도 하고 손님들이 주로 머무는 누사두아, 스미냑을 오가느라 집에 붙어있을 시간이 없어 우리 집은 돼지우리가 되기도 한다.
발리에 산 지 3년차 이제는 어느 정도 일상과 손님맞이의 균형을 잡아가는듯 하지만 한국 방학과 이 곳 연말 연휴기간이 겹치는 12월이 아직은 살짝 두렵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