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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안러버 Jul 12. 2022

발리 여행/답사 그 이후


5월 초 인도네시아 국경이 열리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 가족은 발리로 향했다. 나에게는 두번째 발리여행이었고 아이에게는 처음이었다. 


코로나와 육아로 2년 만에 겨우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이후 발리로 이주하는걸 염두에 둔 여행이기에 한 달전부터 아이가 다닐 수 있는 학교를 견학하기 위한 일정을 짰다. 아이는 아직 한국나이로 다섯살, 만으로는 세살이라 학교라기 보단 유치원이라고 부르는게 맞겠다. 하지만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번에 갖춰져있는 학교들도 종종 있어 유치원을 선택하는 데에도 나름 신중함이 필요했다. 몇몇 인기있는 초등학교는 부속 유치원을 졸업한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입학시켜주기 때문이다.


발리에는 여러 국제학교들이 있지만 우리 아이는 인도네시아인이자 한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을 위한 국제학교 혹은 아예 로컬학교보다는 National + (인도네시아 교육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다른 국제커리큘럼도 함께 복합적으로 운영하며 영어에 비중을 높이 두는편) 학교로 분류되어있는 초등학교를 보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주로 그 방향으로 많이 조사했던 것 같다.


발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물가와 고즈넉한 휴양분위기로 한달살기 장소로 무척 인기가 높다. 이번에 유치원 견학을 다니면서 알게된 것은 부모님과 한달살기를 하러 함께 오는 아이들을 받아주는 유치원들이 꽤나 성업중이라는 것이다. 유치원 입장에서는 어차피 갖추어져있는 시설에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한 달 짧게 있다가 가는 아이들을 받아주고 일반 학생들보다 조금 비싸게 학비를 받는 것이 남는 장사이자 크게 어려울 것 없는 일 같아보였다. 우리가 답사를 다녀온 몇몇 곳도 소개가 끝나갈 때쯤 대뜸 시범으로 아이를 일주일 정도 보내보는게 어떻겠냐며 바로 가격을 제시했다. 우리에게 보여준 시설과 커리큘럼에 비하면, 더군다나 현지 학비물가를 고려하면 턱없는 가격을 말이다. 


이 곳 역시 통원을 유치원 버스가 아닌 부모님이 담당하다보니 통원시간이 길어지는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골치이다. 아이를 보낼 곳을 정해야 그 지역 주변으로 거주지를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마음에 드는 유치원 주변은 관광지와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라 그런지 집세가 비싸보였고 가족 단위로 살기좋은, 우리가 살고싶은 지역에는 대기명단이 긴 학교 아니면 마음에 썩 드는 학교가 없었다. 무엇보다 단 며칠을 머물면서 어느 지역이 살기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에 지나친 속단을 하느니 차라리 두고보자는 생각을 하게됐다.


우리가 발리에 이주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싱가폴이 지루하고 싫어서라면 인도네시아에 다른 도시를 갈 수도 있을 것이고 하다못해 다른 나라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텐데, 우리는 발리에 왜 가고 싶은걸까? 

인도네시아인이라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싱가폴에서 보낸 남편을 믿고 무작정 발리로 향해도 되는걸까? 인도네시아에 가게되면 남편과 아이는 국적자이기에 문제가 없지만 나의 경우에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고 그걸 또 계속 연장하며 살아가야한다. 또 배우자비자로는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싱가폴에서처럼 직장을 자유롭게 구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남편이 당장 발리에 가자마자 직장이 생겨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에 우리의 결정은 더구나 아이를 둔 가정으로서 무모하기 그지없다. 


이 모든 걱정과 불안함을 뒤로하고 우리는 싱가폴로 돌아와 그래도 천천히 준비해보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은 싱가폴도 예외없이 덮쳤고 4년째 살고 있는 우리집의 집주인은 지금 내고 있는 월세의 30%를 올리고 1년 이상 계약기간을 연장하자고 연락해왔다. 계약만료 기간인 9월말보다 3개월정도 더 연장하고 연말 쯤 발리로 이주를 준비해보자했던 우리의 계획과는 다르게 우리는 10월 1일부로 싱가폴에 머물 곳이 없어진 것이다. 이미 발리로 가기로 맘을 굳힌 이 시점에서 다른 이사할 곳을 싱가폴에서 찾는 것도 무리인데다 엄청나게 올라버린 월세에 이사비용까지 생각하면 그냥 이주를 앞당기는게 맞는다는 계산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게 6월 중순이었다. 답사 한번 달랑 학교 좀 둘러본 후 세 가족이 3개월만에 급 이주라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최소한 우리가 맞춰 움직여야하는 데드라인이 생긴 것이니 말이다. 


발리를 다녀온 이후 나는 여전히 여유를 부리는 남편이 못내 답답했다. 언제든 가려면 서서히 내 비자서류와 가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면 하는 나의 계획형 성격에 남편의 여유는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언제까지 무엇이 준비되어야하는지 그 준비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알아야 마음이 놓이는 나에게 남편의 여유로운 성격은 가끔은 나의 바쁜 마음을 환기시켜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답답함을 야기하기 일쑤였다. 집주인이 이렇게 나오니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없었고 그 덕에 우리의 이주계획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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