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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Aug 18. 2016

공시생 일기 - 6 - 열대야

feat. Monday

뿌드득. 창문 쪽이다. 아래인지 위인지 구분은 안 간다. 사방이 어둡다. 목덜미가 젖어 있다. 땀을 얼마나 흘린건지. 베개가 기분 나쁘게 축축하다. 뿌드득. 젠장. 무슨 소리지. 조금 더 가까워 진 것 같다.
덜컹. 덜컹. 뭐야.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웅얼웅얼거리는 고요한 외침에 그쳤다. 덜컹 덜컹 덜컹.
무언가 있다. 저 아래.

손 끝 부터 힘을 주자. 손 끝만 움직이면 된다. 어라. 움직인다. 근데 왜 안 풀리지? 몸이 왜 무겁지. 목덜미는 왜 뜨뜻하지. 아 너무 덥다. 왜이렇게 더운거야. 땀을 얼마나 흘린건지 어깨까지 축축하다. 창문은 계속 덜컹덜컹. 스르륵. 열린건가. 눈을 내리깔아도 보이지 않는다. 하필 왜 그믐달이냐.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불을 켜줘. 제발.

쿵. 쿵. 웅얼거리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 발목을 더듬기 시작했다. 차갑다. 뭘까.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식은 땀이 이마에서 바닥으로 흐른다. 흐어억. 내 발목을 꽉 잡았다. 휙. 뭐야. 공중에 몸이 뜬 것 같다. 여긴 어디지? 공중에 떠오른 것 같은데. 깃털처럼 몸이 가볍다. 세상은 언제 이렇게 밝아졌지. 분명 비오는 밤이었는데. 왜. 내가 공중에 떠있지. 밖으로 던져진건가. 그러면 떨어져야하는데 왜 계속 올라가는 걸까. 이대로 떨어지면 아마 살기 어렵겠다. 근데 이 평온한 마음은 뭐란 말인가. 열대야에 시달리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난데없이 공중 부양이라니. 크큭. 웃기네. 기분은 좋다. 하늘을 날다니. 좋구나.

야.
응?

일어나. 월요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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