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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Nov 21. 2020

우리는 공간이나 상황에 자유로운가

사는 (buy) 집이 아닌 사는 (live) 집을 향한 우리 부부의 시작

무의식적으로 당하는 공간이 주는 느낌


우리가 어떤 공간에 사느냐에 따라 심리 상태가 달라집니다.
내가 우울해... 이런 것도 공간의 이유일 수 있어요. 문제를 알아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3년 전, '대도시와 정신적 삶'에 대한 강의 속 교수님의 말씀에 남편이 떠올랐다.

어릴 적 산골 생활의 자연을 기억하는 남편은 도시생활의 삭막함, 답답함을 힘들어했다.


"아파트는 정말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고, 몸이 아프네요.

땅을 밟고 살면 좋겠어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면서 자유롭게 작업도 하고..."


처음엔 남편을 보며 왜 이렇게 예민할까, 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너무 공간과 연결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지금의 공간에 대한 불만이 없고, 남편이 원하는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비용에 대한 문제가 따르기에 남편을 그렇게 규정지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도시라는 공간의 여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인간은 자연스레 둔감해진다고 한다. 밖에 있는 것을 감각하지 못하면 자신의 감각에도 둔감해지고 내가 나 자신을 감각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자신을 깎아 내리며 타인의 시선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남편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익숙함과 편리함이라는 가면 뒤에 둔감한 사람이 나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주택으로의 이사를 생각해오다 몇 년 전부터는 매물이 나오면 가보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방문하면 복잡하지만 생활이 편리한 위치에 어느 정도 수리가 되어있는 깨끗한 집을 소개해주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니 당연히 그런 집을 찾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저희는 좋은 집보다는 집은 오래되고 허름하더라도 마당이 있고 조용한 동네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살면서 빚을 지는 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우리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 지어졌거나 잘 고쳐진 예쁜 집이 아닌 수리가 필요하더라도 작은 마당이 있고 가까운 곳에서 푸르름을 대할 수 있는 장소였다.

전학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과 차가 없는 우리 부부를 위해 교통의 편리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이런 조건을 다 충족시켜 줄 만한 집을 찾는 일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눈과 마음에 쏙 들어온 집


몇 년 동안 이 곳 저곳을 알아보다 어느 동네가 좋겠다는 생각이 굳혀졌고, 2년 전 마음이 가는 동네의 한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작은 텃밭과 함께 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

벽돌 위에 합판으로 마감이 되어 있어 단열부터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고

내부 계단은 누수로 엉망이었지만 웬일인지 아이들도 이 집을 마음에 들어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당시 우리 가족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사진 속 깨진 문보다는 자연 속 새들의 지저귐에 집중하며 좋은 점만을 더 크게 보았던 우리...

어쩌면 남편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즐거움 인지도 모르겠다.


도시 속 둔감해진 나의 신경을 살리고, 둔감함으로 가는 대신 온전한 자신을 이어가고자 했던 남편의 바람을 채워 줄 공간의 변화

철거부터 모든 과정을 남편과 둘이서 온전히 이어갔던 2년의 시간

사는 (buy) 집이 아닌 사는 (live) 집, 화려함 대신 가족의 땀과 사랑이 채워져가는 이야기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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