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곰살곰 Jan 25. 2021

TV, 제자리를 찾아서

셀프 벽걸이 tv 설치

이삿짐을 풀지 못하고 쌓아 놓고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날들이 길어지다 보니 포장을 해 놓긴 했으나 먼지를 완전히 피하지 못하는 여러 살림살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한 곳에 쌓여 있다 보니 후속 작업하는데도 이동의 번거로움이 상당했다. 리모델링이 마무리된 공간에는 살림살이들의 제자리 찾기가 시급했다.


거실 아트월 작업이 마무리되었으니 벽걸이 TV를 설치하기로 했다. 벽걸이 TV 설치 높이에 대해서 검색해 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도 소파의 높이, TV와의 거리, 시청자의 키 등 여러 요소 때문에 각자 최적의 높이가 다른 것 같다. 우리 집은 이사하기 전에는 스탠드형으로 사용했기에 벽걸이 TV는 처음이라 어느 정도의 높이가  알맞은 높이인지 알 수가 없어서 검색했다가 더 갈팡질팡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이 테이프로 TV 사이즈만큼 벽에 표시해 두고 소파에 앉아서 눈높이 체크를 해 본 후 우리에게 최적일 것 같다는 높이를 결정 후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스탠드형으로 사용했었기에 당근 마켓을 이용해 LG 정품 TV 거치대를 저렴하게 구입했다. 먼저 레이저 레벨기를 이용해 수평을 점검하면서 타공 위치를 표시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타일에 구멍을 뚫어 준다. 석고보드 한 장에 타일이 붙어 있기에 정말 조심스럽게 힘을 조절하여 타공 해야만 했다. 타일을 뚫을 때 가루가 많이 발생하므로 부분 보양은 필수다.

조심스럽게 구멍을 뚫은 후 거치대를 부착해 본다. 철거 후 목 작업을 할 때 벽걸이 TV를 설치하기로 계획하고 벽면에 30*60mm 각재를 미리 여러 군데 보강해 두고  석고보드를 고정해 두었다. 그래서 TV 거치대를 고정할 때 가로로 판재를 고정하고 거치대를 고정하려 했는데 갑작스럽게 타일 아트월 작업을 실행하면서 울퉁불퉁한 벽면에 가로로 판재를 붙이기가 애매해졌다. 무엇보다도 전면으로 너무 돌출되는 것 같아 직접 고정해 보기로 했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은 설치해 놓은 보강목에 직접 고정되는 부분이라 거치대 부속품으로 지급되는 스크류볼트로 단단히 고정된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왼쪽은 타일(10mm) + 석고보드(9.5mm) + 각재(30mm) +XPS 단열재(30mm) 총 80mm 정도 공간이 있어서 어떻게 고정해야 하나 고민하다 철물점 사장님의 조언을 듣고 WRS앙카 160mm를 구입했었는데 설치하기 전 앙카에 힘을 주었더니 조금 구부러질 정도로 약했다.


이때 멈추고 고민했어야 했다.

거치대를 걸어놓고 약간 힘을 주어봤더니 왼쪽은 아래로 살짝 처짐이 발생했다. 어지간한 불안함도 안고 가지 못하는 남편의 성격 상 결국 오른쪽처럼 보강목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셀프 수리를 하다 보면 항상 과정의 고민이  문제이지 정작 결정이 나면 마음 가뿐히 작업이 이어진다. 후다닥 타일을 걷어내고 석고보드를 자르기 시작했다.

타일과 석고보드를 분리한 다음, 앙카 고정 부위의 석고보드 출렁임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우레탄 폼을 채웠더니 제거할 때는 여간 손길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청소를 깨끗이 한 후에 마침 남아있는 30*60mm 각재를 잘라서 창틀 끼우듯이 위로 올린 다음 바닥까지 고정되도록 내려서 무거운 하중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정목에 앙카 구멍을 뚫은 다음 헤머 드릴로 벽을 타공 한 후 앙카로 벽걸이 TV 고정용 각재를 단단히 고정해 준다. 고정목을 넣기 위해 각재보다 넓게 잘려 지지대가 없는 오른쪽 부분은 우레탄 폼을 채워주어 석고보드 밀림을 최소화해 준다.

그리고 다시 석고보드로 빈 공간을 메워준다. 나중에 TV 거치대의 스크류 볼트가 박힐 부분은 석고보드가 아니라 석고보드와 같은 두께의 합판을 본드를 칠한 후에 고정했다.

이제 다시 타일을 붙여준다. TV 거치대를 고정하는 스크류 볼트 위치는 구멍을 뚫어서인지 타일을 떼어내면서 떨어 뜨려 깨져 볼트가 박히는 부분은 합판을 작게 잘라서 붙였다. TV 거치대를 설치하고 나면 잘 보이지도 않거니와 울퉁불퉁한 타일이 있는 것보다 합판이 있는 것이 더 단단하게 스크류 볼트를 고정할 수 있다는 남편의 판단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타일에 보양을 하고 구멍을 뚫는 것이 귀찮아진 남편의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돌고 돌아서 드디어 거치대를 장착했다.

상하좌우 4군데에 두꺼운 스크류 볼트가 고정된 TV거치대는 확실히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불안함을 느낄 수 없었다. 타일이 없는 거치대 아래 부분은 발 없는 TV장을 만들어서 벽에 부착할 예정인데 어떤 작품이 나올지 무척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TV 뒷면의 나사를 풀어 버리고, 거치용 고정 부품을 장착한다. 고정용 부품 끝에 홈이 나 있어서 그 홈에 거치대의 쇠가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거치되는 것 같다.

TV를 걸어놓고 상단 양쪽에 안전핀 같은 나사를 고정하면 벽걸이 TV 장착이 마무리된다.


3D 아바타 영화 이후 3D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3D 기능이 있는 TV를 구매했었는데, 정작 그 기능은 잘 사용하지 않는것 같다. 2012년 초에 구매했으니 어느새 9년이 되어버렸지만 실 사용시간은 1년에 100시간도 못 채우는 겉만 애늙은이 TV이다.

그동안 TV보다 작은 모니터로 짐이 많은 2층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자면 2% 부족한 듯했는데 1층 거실에서 넓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요즘은 호화로운 느낌마저 들곤 한다. 역시 사람이나 물건이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빛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신 : 비대칭의 부조화 속 조화로움 추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