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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Jan 27. 2021

장판시공 3종세트:아내의 재촉,딸의 동참,남편의 금손

마음에 쏙 드는 1층 장판 시공

셀프 집수리를 하며 하나씩 완성되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기쁨이 적지 않다. 직접 만들어간다는 보람과 함께 이전의 불편함이 해소되며 '아 이제 진짜 집이구나' 하는 반가움이 더 컸던 공정 중 하나가 장판 시공이다. 2층 장판 시공을 이미 했기에 도착한 1층 장판을 보며 언제 하냐고 아이처럼 연이어 물었다. 그때마다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는 말만 반복하던 남편이 드. 디. 어 장판 시공하던 날의 풍경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미 2층 장판 시공의 경험이 한번 있어서인지 시공 자체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없어 보이던 남편이 크랙 정비부터 시작했다. 

추운 한 겨울에 방통을 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크랙이 많았던 1층.

바닥 위에서 보면 작은 실금처럼 보이나 위에만 크랙이 간 게 아니라 방통 층 전제가 크랙이 간 것이므로 보수를 해 주어야만 한다.


크랙 부분에 고강도 에폭시 투입을 위한  V자 컷팅을 해야 하는데, 집진기가 없는 상태에서 그라인더로 홈을  파내면 어마어마한 비산먼지로 전쟁터가 될 것이기에 정과 망치로 V자 홈을 파내었다.

홈을 파낸 후 작은 빗자루로 홈을 여러 번 긁어 준 다음 청소기로 먼지를 최대한 제거하였다. 접착면이 최대한 깨끗해야 고강도 에폭시로 홈을 메울 때 접착이 견고하게 된다고 한다. 

셀프로 거의 모든 것을 하다 보니 구입해 놓은 재료들이 권장 유통기한을 지나는 경우가 있다. 크랙을 메우는 에폭시도 예전에 쓰고 남은 것을 다시 사용하는데, 제품 표기 정보를 보니 권장기간 6개월이 어느새 지났지만 처분도 어려우니 그래도 그냥 GO~ 하기로 했다. 에폭시는 주제와 경화제를 2:1 비율로 잘 혼합해 주어야 한다. 

혼합된 에폭시를 꼼꼼하게 채워 준다. 에폭시를 넣은 다음 헤라 모서리로 눌러서 최대한 깊이 넣어 준 다음 다시 한번 에폭시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에폭시를 채워 준 후 경화되기를 기다린다. 다 굳으면 돌처럼 단단해지는데 나중에 망치로 충격을 가하면 접합 부분이 아닌 다른 곳이 깨질 정도로 강도가 강화된다. 

사용한 에폭시가 고점도 에폭시 이기는 하지만 경화되면서 약간의 수축이 발생하므로 퍼티를 이용하여 평탄화 작업을 해 주었다. 

장판 시공 전 필요한 여러 가지 사전 작업들이 있음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저 청소하고 장판만 깔면 되는 줄 알고 재촉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 나의 재촉이 있어야 작업이 빨라지니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온다. 


"시작하면 이렇게 또 작업이 진행되어가는데 이상하게 시작이 힘들더라고요."

시작하면 작업이 진행되어간다는 그 말 뒤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담겨있는지 잘 안다. 관련한 경험이나 일을 해본 사람도 아니니 혼자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는지 모른다. 어떤 방법이 나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에 처음 하는 작업들이고 우리가 살 집이니 부담 갖지 말고 하라고 하지만 처음 하는 시간이라 더 많이 알아보고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우리 가족이 살 집이니 작은 것도 더 신경이 쓰이는 남편을 잘 안다.

서로를 향한 엄마, 아빠의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기라도 한 듯 딸아이가 웃음을 안겨주는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업하고 있을 때 자주 내려와서 쫑알거리는 딸이 펜을 보더니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용을 그리겠다니 웬 뱀장어 한 마리가 나왔다며 한바탕 웃음의 소용돌이 몰아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뿔을 그려 넣으면 용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면서 뿔을 그려 주었으나 이미 고정된 뱀장어의 이미지를 지우기는 어려워 보였다. 

(좌) 아빠의 용 (우) 아빠의 용을 능가하는 그림을 그리고픈 딸

한 참 웃다가 남편이 바통을 이어받아 용을 그려 본다. 잘 못한다고 하더니 이상 용처럼 보이는 그림이 나타났다. 아빠가 그리는 것을 보더니 용은 아빠의 승리라고  인정하고 다른 그림을 그리던 딸아이, 아마도 나중에 누군가 집을 수리한다면 벽과 바닥 여기저기 그려진 그림을 보고 이게  뭘까 의문을 가질 것 같다.


즐겁게 웃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장판을 시공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배송비 포함하여 1롤당 33만 원 정도에  운 좋게 구매한 4.5t 한화 장판은 구매 해 놓은 지 2달이 훨씬 지나도록 방치해 놓았었다. 


사실 1층 장판을 구입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다. 2층과 같은 디자인의 장판을 추가로 구입하려고 보니 가격이 많이 올라 1층의 면적상 2롤을 사야 하는데 부담이 되어 또다시 장판을 고르느라 많은 검색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이 가격이 맞는 걸까 싶은 의문이 드는 장판이 있어 전화를 해보니 재고가 많지 않아 특가로 판매하는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상품을 검색해보니 디자인은 같지만 두께는 더 얇으면서도 훨씬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음을 확인한 남편이 구매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가정에 많이 쓰는 디자인은 아닌 것 같고 화면상으로 볼 때와 실제는 다르니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우리 집에 어울릴지 구입 후 후회하는 건 아닌지 고민 고민하다 결국 결국 디자인 감각이 좋은 남편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장판이 도착한 후 살짝 열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싶기는 했지만, 펼쳐서 보는 건 처음이기에 장판을 깔기 위해 옮기는 날은 두근두근이었다. 2층 장판도 힘겹게 옮겼던 것 같은데 더 두꺼워진 1층 장판은 정말 무거웠다. 

장판 안쪽에 10cm 단위로 표시된 선을 보고 재단을 시작한다. 재단 시 장판을 잡아주기 위해 출동한 딸아이가 집수리 중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아서인지 이 집은 절대 못 판다고 이야기해오기도 했다. 


장판은 무작정 10cm 정도의 여유를 주고 자를 게 아니라 문양에 따라 20cm 이상 여유를 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방의 구조와 치수를 계산한 후 장판을 미리 절단해 두었는데 장판의 문양에 따른 여유분을 감안하지 못해 장판을 깔면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생기고 말았다. 2층 장판을 시공할 때는 세로줄의 문양만 맞추면 되었는데, 이번 장판은 가로 줄 문양까지 맞추어야 했는데 그것을 간과하고 말았다며 남편이 시공 중에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고민의 시간이 추가되었다. 

문양이 딱 맞지 않아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을 것 같은데, 꼼꼼한 남편은 두고두고 그것만 보일 것 같다고 장판을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본다. 

결국 로스가 많이 발생했지만 끝내 가로 세로 모든 문양을 맞추어 시공해 갔다. 나하고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남편인데 그래도 서로 다툼 없이 잘 살아가는 걸 보면 부부가 꼭 닮아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벽면 쪽 테두리를 빙 둘러서 본드를 도포한다. 4.5t 장판은 일반 장판용 본드가 아니라 별도의 본드가 있다고 해서 '중보행용 장판 본드'를 별도로 구매해서 시공했다. 일반 장판용 본드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별도의 제품이 있는 것을 보면 용도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나중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장판이 겹치는 부분을 컷팅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칼날을 반듯하게 해서 자르는 것이 중요한 듯한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장판이 움직이지 않게 힘껏 누르고 자른다고 하는데도 칼질을 하다 보면 장판이 살짝 밀려나는 경우도 생기므로 신경 써서 작업을 해야 했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결국은 해내고 마는 금손 남편에 의해 4.5t 셀프 장판 시공이 끝났다.

구입 때부터 디자인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장판이라 그런지 시공 후 만족도가 더욱 높았다. 2층 장판보다 두께가 더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표면의 재질이 달라 미끄러짐이나 눌림도 없고 오염에도 강해 디자인이나 사용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장판이다. 

두께 등 품질을 고려한 후 가격의 부담을 줄여보고자 디자인 선택의 폭이 없는 특가 제품으로 선택한 장판인데 아트월이나 소파, 커튼과 전체적으로 잘 어울려서 역시 디자인 부분은 고민하지 말고 남편의 뜻을 따르면 되겠구나 싶었던 1층 장판 시공이었다. 


처음 이사 후에는 2층 방 한 칸을 제외하고는 신발을 신어야 했다. 이후 2층 방 한 칸에서 시작한 장판 시공이 2층 거실까지 마무리되면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부터 신발을 신었다. 1층 장판 시공까지 마무리된 후 집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된다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우리는 새로 이사라도 온 듯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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