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집에서는 작은 일자형 싱크대만으로도 꽉 차는 주방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기에 거실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사실 성격상(내 생활의 모토 : 둥글둥글하게) 큰 불편함은 없었던 것 같은데 현재의 동선과 비교되면서 불편했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나를 불편했었다고 느끼게 하는 지금의 부엌 사진을 보고 있자니 미완성된 도배와 몰딩이 눈에 들어오지만 내게는 충분히 사치스럽고 화려운 공간이다.
이사 후 식탁으로 사용되고 있는 테이블은 5년 전 남편이 만들었던 거실 테이블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서랍이 있어야 하는데 판매되는 서랍형 책상은 비용이 마음에 들지 않다며 상판만 구입한 후 나머지는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가구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즐거워하던 남편이 기억난다. 남편이 손재주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금손이라고 확신한 게 그때가 아니었나 싶다.
이사 후 미처 만들지 못했던 서랍까지 완성한 후 부엌에서 사용하려 했지만 다양한 용도로 쓰기 위해 크게 만들어서인지 부엌 공간에서 자리를 조금 크게 차지하는 느낌이 있어 다시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기존 거실 테이블과 같은 나무 상판보다는 대리석 상판이 음식을 놓기에 관리가 편할 것 같아 알아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럴 때 남편의 선택은 늘 같다. 분명 직접 만들겠다고 할 것이다. 역시나 각관으로 프레임을 짜고, 나무로 상판을 만든 후 1200*600 사이즈의 타일을 올리면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온다. 화장실 타일을 살 때 함께 식탁 상판에 올릴 타일까지 구매해 놓았지만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식탁이 있기에 만들기는 미뤄지고 있는 상황 속 나의 눈에 들어온 중고매물이 있었다.
당근 마켓에 올라온 1200*600 사이즈의 테이블을 발견해 남편에게 보여주니 직접 만드는 자재비보다 더 저렴하다고 말해 주어 재빨리 구매를 했다.
테이블을 보자마자 "오~~~" 감탄사를 내뱉던 큰 아이와 함께 앉아본다. 중고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상태이지만 집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기에 준비해두었던 타일을 올려보기로 했다.
타일을 올려놓으니 기존 장판이나 싱크대와도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가?' 싶기도 했지만, 그릇과 반찬을 올려보니 식탁 가운데에 메인 메뉴를 놓았을 때 조금 멀다 싶었던 이전에 비해 알맞은 사이즈인 듯하고, 식탁 양쪽으로 공간도 넓어져 만족스럽다.
총 4만 5천 원(중고 테이블 : 2만 원 + 테이블 상판 타일 : 2만 5천 원)으로 관리도 쉽고, 기존 부엌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는 식탁이 완성되었다. 그동안의 셀프 리모델링 작업과 달리 간단한 시간이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멋진 식탁을 갖게 되어 만족도는 100% 였던 대리석(느낌 나는) 식탁 만들기로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졌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부엌 식탁이다. 일찍 일어난 아들이 부엌에서 혼자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물어온다.
"엄마, 추운데 왜 거기서 혼자 계세요. 방에서 하시지..."
다들 자고 있어서 방해하지 않으려 나왔다고 대답은 했지만 이 공간을 향한 나의 마음 때문이라는 것이 진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