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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Feb 19. 2021

유니크한 문어빨판 '서재 등' 설치

서재 전등 설치

서재 페인트 작업에 이어 등을 달 차례다. 

설치할 등은 당근 마켓에서 미리 구매해 놓았다. 서재는 방과 화장실 사이의 벽을 철거한 후 확장해 놓은 상태라 세로로 긴 형태이기에 책장 앞에 여러 개의 등을 설치할 계획이었던 남편의 눈에 들어왔던 등이 있었다.

여러 개의 등을 구입할 예정이기에 가방과 핸드카트를 챙겨서 다녀오던 길에 찍은 사진 한 장에 미소가 지어진다. 책상, 블라인드, 등, 싱크대... 정말 많은 물품을 중고로 구입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간다고 하면 다들 놀라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곤 한다. 등 또한 당연히 차를 가지고 왔을 거라 생각해 큰 박스에 담아오신 것을 길에서 카트와 가방에 조심히 나누어 담아 가지고 오던 때가 생각난다. 

이런 상황이면 남편은 늘 미안해하곤 한다. 차도 없고 못난 남편이라 미안하다고...
차가 없는 게 왜 못난 것이고 왜 아내에게 미안한 일인지 모르겠다. 난 오히려 이런 짐을 들고 내 손까지 꼭 잡고 함께 걸어주는 남편이 고마울 뿐이다. 

연애시절 내가 사용하는 의자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남편이 큰 의자를 어깨에 들쳐 메고 왔던 적이 있다. 워낙 시선을 끄는 모습이다 보니 지나가는 경찰차도 멈춰서 지켜봤다는 이야기에 남편의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의자를 들고 걸어서 오던 남편의 마음을 난 잊지 못한다. 그런 남자 친구에게 왜 차도 없이 걸어서 가지고 왔냐고 할 여자가 있을까? 그때와 변함없는 남편의 마음이 난 고마울 뿐이다.

원통형 모양의 전등 16개를 전구 포함해서 3천 원씩 약 4만 원에 구매했다. 중고로 저렴하게 올라오는 상품은 기능상에 문제가 없다면 이것저것 따지기보다는 빠른 선택이 필수이다. 생각했던 크기보다 커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가성비가 좋으니 디자인에 따른 아쉬움은 끌어안고 가기로 했다. 

서재 목상 작업을 하면서 전등 설치에 대한 계획을 마치고 미리 배선을 해 두었다. 2열로 6개씩 전등을 설치하고 Z자 모양으로 켜고 끌 수 있도록 2구 스위치를 달 수 있도록 하였다. 

천정에서 내려오는 전선을 일정한 길이로 자르고 전등 전선을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와고(wago) 꽂음형 커넥터를 연결한다. 

전구를 빼고 안쪽에 있는 반사통을 빼면 외부 전등 통을 피스로 고정할 수 있다. 원래 고정 브라켓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사 올 때는 해당 부품이 없었기에 천장의 목재 상에 직접 고정했다. 전등을 길게 세로로 설치할 것이기에 레이저 레벨기를 이용해서 기준을 잡고 고정한다. 

전등 몸통을 고정한 후 안쪽에 은색 반사통을 넣어주면 위 사진의 모습처럼 됩니다.

6개씩 2줄로 총 12개의 전등의 고정이 완료되었다. 

컴퓨터 책상이 놓이는 위쪽의 전등은 부엌에서 식탁 전등을 팬던트 전등으로 교체하면서 남은 사각 전등을 설치하였다. 

3구 스위치를 설치해 원통형 직부등은 각각 6개씩 지그재그로 교차해서 켜지도록 했고, 컴퓨터 책상 위의 전등도 따로 켜지도록 했다. 기존의 전기 배선이 완료된 집이었다면 이렇게 작업하기 어려웠겠지만 남편이 모든 것을 직접 하나하나 리모델링하다 보니 맞춤 설치가 가능했다.




서재 등 설치가 마무리된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놀라움 섞인 감탄을 보였다. 


"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안 예쁜 건 아닌데... 뭔가가...

흠... 유니크한 문어빨판 같아요!!!"


아이의 표현에 얼마나 웃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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