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셀프 페인트
철거작업이 버티고 있어 미루고 있던 서재에 하얀 색 새 창문이 설치 되고, 석고보드 마감까지 마무리 되었다. 이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신호이기에 기대를 안고 있을 무렵 페인트 작업이 시작되었다. 벽지가 좋을지 페인트가 좋을지 고민하던 중 벽지보다는 페인트가 서재다움을 더 잘 표현할 것이라는 남편의 말에 콜을 외쳤다.
페인트 작업을 위해서는 기초 바탕 작업이 필수다. 메쉬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퍼티작업을 하면 나중에 크랙이 발생하므로 석고보드 이음새를 메쉬테이프로 모두 붙여 준다.
퍼티는 한번에 너무 두껍게 바르면 안 된다. 우리는 위의 사진처럼 처음에는 메쉬테이프의 흔적이 보일 정도로 1차 퍼티를 하고 굳은 후에 2차 퍼티를 했다.
퍼티가 굳으면 샌딩(사포)을 해야 하는데 정말 불편한 작업이었다. 비산먼지가 많을 거라며 나를 쫓아내고 남편 혼자서 작업했는데 나중에 가보니 눈사람처럼 하얗게 되어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남편이 짠해보이기까지 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샌딩 작업이 끝났으니 이제 페인트를 칠할 차례이다. 페인트칠하기 전에 샌딩 바탕 면을 고운 빗자루로 쓸어주거나 콤프레샤 에어건을 이용하여 한번 청소를 해 주어야 한다.
천장은 흰색으로 하기로 했다. 흰색 페인트를 20L 큰 통으로 구매했었기에 부지런히 소모해야 한다.
페인트는 한 번 도포해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에 최소 2번은 칠해야 한다. 발림을 편하게 하기 위해 물을 희석했다면 결과에 따라 3번은 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천장 페인트 후 이제 벽을 칠한다. 싱크대 리폼을 위해서 구매해 두었던 페인트인데 오래 보관하면 문제가 생길까 싶어 벽에 칠하기로 했다. ‘마론그레이’로 푸른빛을 띠는 그레이 색상이다. 벽과 천장의 경계선은 나중에 몰딩을 하기 때문에 너무 세심한 주의를 할 필요까지는 없으므로 붓을 이용하여 가볍게 경계선을 칠해 준 다음 롤러로 쓱싹 쓱싹~~
벽은 2번을 칠해 주었다. 덧칠할 때는 얼룩이 지는 것 같지만 마르면 깔끔해진다.
한 쪽 벽면은 색상을 달리하여 포인트를 주려 했는데 가지고 있는 색상이 너무 밝아서 그레이 색상의 벽과 충돌이 심할 것 같다며 검정색 조색용 잉크를 섞어서 색상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조색용 잉크는 아주아주 적은 양을 추가하면서 색상의 변화를 봐야 한다. 한 숟가락씩 넣었다간 후폭풍의 충격이 무척 크다.
양을 달리해 보거나 다른 색을 조금 섞어가면서 원하는 색을 찾아본다. 남편이나 나나 미술이라고는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이 전부이기에 몇 번 섞어보다가 적당한 선에서 결론내는 것이 상책인데 꼼꼼한 남편은 뭐 하나에 빠지면 헤어 나올지를 모른다. 벽을 채워가는 다양한 색상의 샘플 색상이 그 증거다. 이때는 내가 빠르고 단호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주어야 남편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조색한 색상으로 한 쪽 벽을 칠해 준다. 역시나 2번 칠해 주었다. 참고로 직접 조색한 색은 부족했을 때 다시 똑같은 색상을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미리 충분한 양을 조색해 두는 것이 좋다.
벽과 천장, 벽과 벽이 만나서 직각으로 꺾이는 곳은 석고보드의 틈새가 있어서 실리콘으로 메워주고 페인트를 칠하면 깔끔하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자재가 늦게 도착해서 작업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서재 페인트 작업을 하면서 꼭 필요한 자재인 수성 실리콘과 코너테이프를 구매했다. 실리콘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안되었는데 코너테이프란 녀석은 만만치 않았다.
코너테이프는 벽이나 기둥 등 직각으로 돌출되는 부위를 마감해 주는 자재로 종이에 얇은 철판이 2줄로 붙어있다. 이것을 반으로 접으면 반듯한 코너를 연출할 수 있다.
H빔 보강으로 돌출되어 있는 부분은 마감재인 석고보드가 충격에 쉽게 깨질 수 있기에 코너테이프를 이용하거나 MDF 판재를 재단하여 강도를 높여 마감을 한다.
이미 페인트가 끝난 곳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한참 늦게 온 코너테이프 작업을 시작했다. 코너테이프는 접착식이 아니므로 먼저 바탕면에 퍼티를 발라주어야 한다. 바탕면 퍼티는 약간의 물을 첨가하여 수분 함량을 높여주는 것이 작업이 편하다.
바탕면 퍼티에 코너테이프를 붙이고 다시 위에 퍼티 작업을 한다. 퍼티가 굳으면 코너테이프가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위 사진이 마감이 된 모습으로 얇은 철판으로 커버되어서인지 어느 정도 강도가 느껴지고 깔끔한 라인을 연출할 수 있다. 순서가 뒤바뀐 코너테이프 퍼티작업 때문에 또다시 샌딩 작업을 하고 페인트를 칠해주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일의 순서는 가능한 지키는 것이 좋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작업공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페인팅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가지고 있던 페인트로 작업했음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남편 말처럼 벽지와는 달리 페인트가 주는 느낌이 서재와 잘 어울리는것 같지만 퍼티 작업 등의 힘겨운 시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다른 방은 벽지로 마감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