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블라인드 설치 및 길이 축소
아파트에서 살 때는 창문에 커튼을 달고 살았지만 주택에서는 커튼처럼 전체를 열기보다는 블라인드로 방향을 조절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빛이 들어면서도 외부의 시선까지 차단해주는 블라인드를 구매하려 알아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중고거래이다.
당근 앱을 통해 106*220 2개, 206*220 1개 총 3개를 2만 원에 구매해 서재에 설치하려고 한다. 창에 딱 맞는 사이즈를 중고로 구하기는 어렵기에 소소한 차이를 신경 쓰기보다는 큰 어울림에 마음을 주기로 했다.
우드 블라인드 설치를 위해서는 먼저 고정브라켓을 설치해 주어야 한다. 가림판이 대나무 재질로 되어 있는 우드 블라인드로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 2개의 브라켓만 설치하고자 했던 처음 생각에서 3개의 브라켓 설치로 마음을 바꿨다.
브라켓을 석고보드가 아닌 천장 목상을 만든 각재에 피스로 고정해 준다.
3개의 브라켓이 반듯하게 일렬로 고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블라인드를 브라켓의 뒤쪽부터 걸어준 다음 앞쪽을 조금 힘주어 눌러주면 '딸칵'하고 채결이 된다.
작은 창문 쪽의 블라인드 설치가 마무리되었다. 설치는 남편이 했지만 가만히 지켜보니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간단해 보였다. 물론 실전은 마음과는 다름을 알기에 생각만 할 뿐이다.
이제 앞 쪽 큰 창문에 설치할 차례이다. 폭이 2m 6cm 정도 되는 큰 블라인드로 무게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4개의 고정브라켓을 설치하였다. 역시나 중요한 것은 브라켓을 일렬로 나란히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블라인드를 설치해 놓고 보니 중간 부분에 2개의 판이 파손되어 있다. 1개는 20cm 정도 갈라져서 그런대로 모른 채 사용하겠는데 다른 1개는 완전하게 조각나 있어서 도저히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대하고 있었던 블라인드 설치였는데 파손돼 있는 모습을 보고 시무룩해졌다. 블라인드 구조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남편은 블라인드가 창문에 비해 기니 해체해서 아래쪽의 판을 빼서 교체해 보기로 했다.
블라인드 가장 아래쪽의 두꺼운 판을 보면 줄을 고정하는 부분에 사진과 같은 마개가 있다. 스틸 헤라를 이용해 틈새를 벌려 조심스럽게 마개를 해체한다.
마개를 열어보면 블라인드 고정줄이 작은 링에 묶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나중에 재활용해야 하므로 한쪽에 잘 고정해 둔다.
고정하는 구조 방식을 확인한 남편이 과감하게 아래쪽 연결 부위를 잘라낸다. 어차피 아래쪽은 사용하지 않고 제거하여 블라인드 전체 길이를 축소할 생각이므로 줄을 조금 잘라도 문제가 없다.
블라인드 판이 얹어져 있는 사다리 같은 줄 가운데에 판을 뚫고 가는 줄이 하나 있다. 블라인드를 오르내리게 하는 이 줄을 조심스럽게 빼주어야지 판 제거가 가능하다.
가장 파손이 심한 블라인드 판, 이 녀석 때문에 블라인드를 해체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래쪽에서 파손되지 않은 판을 하나 꺼내서 교체해 준다.
나머지도 필요한 길이만큼 판을 모두 빼내 준 후 다시 블라인드 줄을 고정해 주어야 한다.
블라인드 판을 걸치고 있는 사다리 모양의 줄 가운데에 있는 세로줄이 블라인드를 오르내리게 하는 줄이다. 그 줄이 판의 구멍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사다리 모양의 줄을 지그재그로 교차하면서 넣어 주어야 한다.
아마도 블라인드 판이 좌우 한쪽으로 빠져나오지 않게 하기 위함인 것 같다.
블라인드 가장 아래쪽의 무게 추 역할을 하는 판에 줄이 좁은 ㄷ자 타카핀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해당 공구가 없으므로 손으로 묶어주기로 하고 기존의 줄을 제거한다.
일단 가운뎃줄은 작은 고정 링에 묶어서 고정해야 하므로 똑같은 위치에 묶기 위하여 펜으로 위치를 표시한 후 묶어 준다.
그리고 좁은 ㄷ자 타카핀으로 고정되어야 하는 사다리 모양의 줄은 두 번 감아서 묶어 주었다.
최종적으로 마개를 막으면 블라인드 길이 조절 작업은 끝이 난다.
길이 조절로 창 사이즈 서재 앞쪽 창문 블라인드는 맞춤형이 되었다.
앞쪽 창문 블라인드 길이 조절을 한 남편이 뒤쪽 창문 블라인드도 아래 쌓여있는 부분의 무게가 많이 나갈듯하니 줄일까?라는 눈빛을 보내온다. 무엇 하나라도 정확히 맞추고 싶어 하는 남편과 기능상의 문제나 불편함이 없다면 그냥 쓰자 주의인 나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이럴 때 승자는 늘 나이다. 미리 빼놓으면 보관이 불편하니 나중에 파손된 부분이 생겼을 때 줄이자는 의견에 남편이 공감한 것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남편이 쉬었으면 하는 내 마음을 알기에 져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언제 또 공구를 들고 해체할지 모르니 서재 블라인드를 잘 지켜야 한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데 99%의 멋진 부분보다는 1%의 부족한 부분이 더 신경 쓰이는 남편을 나처럼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이다.
설치한 전등의 크기가 커서 서재에 어울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던 아이들도 블라인드가 설치된 후에는 벽 페인트와 전등 그리고 블라인드까지 잘 어우러지며 멋지다는 평을 전해왔다.
책장과 책상까지 만들어지면 여느 북 카페 못지않은 공간이 될 것 같지만 사이즈나 디자인이 맞지 않아도 기존에 쓰던 가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책장과 책상은 천천히 만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