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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Mar 02. 2021

문짝, 너의 새 이름은 책상

딸아이가 사용했던 책상을 가져다 놨었던 서재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아이가 사용하던 책상이다 보니 상판 사이즈가 작고 본체와 프린터까지 책상 위로 올라와 한 사람만 앉을 수 있었다. 원격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 차지가 되었던 컴퓨터이기에 다른 가족이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사용하려면 부엌 테이블을 이용해야 했다. 물론 부엌 테이블도 좋아하는 공간이긴 하지만 밥을 차릴 때마다 펼쳐놓았던 것들을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에 결국 남편에게 불편함을 호소했다.


"자기야, 서재 책상은 만들어야 한댔죠? 아무래도 다른 급한 작업들이 있어서 늦어질 것 같은데 임시로 집에 있는 자투리를 이용해 이렇게 이렇게... 해주면 안 될까요?"


직접 할 줄은 모르면서 남편이 작업하는 모습을 오래 지켜보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게 1인용 책상을 2인용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먼저 2인용 책상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컴퓨터 책상을 분해한다.

톱질을 편하게 하기 위해 완전 해체 전 재단을 하고 마저 분해를 해 준다.

나머지 판재도 잘라주고 테두리를 전동 샌딩기를 이용해서 살짝 다듬는다.

이제 나사못을 이용하여 조립을 해 준다. 판재를 자를 때 직각을 신경 써서 정확하게 자르면 반듯하게 조립이 된다.

컴퓨터 책상을 가로로 긴 2인용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운데 책상 상판을 받칠 것이 필요하다. 남편은 프린터 배치대를 만들어서 중앙 지지대로 겸용하기로 했다. 

재료는 역시나 집수리하면서 모아 둔 판재를 이용한다.

남편의 손을 거치며 프린터 배치대가 모습을 갖춰간다.

맞는 길이의 판재가 없어 2개를 만들어서 서로 연결하였다. 

위쪽 공간에 프린터를 올려두고 아래쪽 공간에 A4용지를 넣어둔다고 한다. 완성된 모습을 보니 싱크대 해체 후 남았던 판재도 보이고 추억이 새록새록이다.

상판으로 사용할 집 철거 시 뜯어낸 문짝이다. 혹시나 사용할지 몰라 버리지 않고 챙겨두었는데 이리 요긴하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필요한 길이보다 15cm 정도 짧고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당장 이보다 더 쓸만한 판재가 없기에 일단 진행한다.

샌딩을 한 후 수성 바니쉬를 40분 간격으로 2회 칠해 주었다. 

충분한 건조 시간을 두고 재도장하라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손으로 만져보고 묻어나지 않자 바로 2회 차 도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 만들어진 것 같으니 배치를 해 본다. 원래 있던 오른쪽의 컴퓨터 함에 높이를 맞추어서 왼쪽과 가운데를 만들었다. 

높이를 적정하게 맞추고 상판을 올려놓는다.

대강 이런 모습이다. 문 손잡이가 위치하던 구멍을 이용하여 멀티탭 전선을 통과했더니 한결 깔끔해 보인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컴퓨터를 꺼내서 청소도 하고 부품 갈이도 해서 쓸 만하게 재조립을 한다.

드디어 완성되었다. 임시로 쓰는 거라고 아직 작업이 많이 남았다는 남편이지만 내가 보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상판으로 쓰인 문도 블라인드 색과 잘 어울리고, 오른쪽 길이가 조금 짧아 남는 공간에는 달력 등 작은 소품을 놓을 수 있어서 좋다. 또한 기존 책상보다 세로가 커져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도 책을 보거나 필기도 할 수 있으니 내게는 완벽한 책상이다. 감탄 또 감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자기는 작은 것에도 이리 좋아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전 모습과 비교해봐도 사용면에서나 디자인면에서나 이리 멋질 수가 없는데 오히려 나한테 고맙다고 하는 남편, 말만 하면 요술 방망이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남편의 금손이 더 고마운 걸 모르나 보다.





지금도 괜찮은데 뭘 더 바꿀 거냐는 이야기에 남편은 설명하기가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그러나? 싶어 입꼬리가 올라간다. 

얼마나 더 멋지게 변신시키려고 그러는 걸까?

감탄사와 박수를 준비하고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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