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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Apr 05. 2021

재활용품으로 채워져가는 부엌

부엌 창문 마감 및 블라인드 설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직접 고쳐가는 셀프리모델링이다보니 마지막 마감이 안된 곳이 많다. 

중고 싱크대를 우리 집 부엌 크기에 맞게 재단하고 개조해서 장착한 후 일부 문이 없는 상태로 사용한다거나 화장실을 만들어 놓고 천장 마감을 하지 않았다거나 외벽 조적 후 줄 눈 시멘트를 안 했다든지 하는 마감이 안된 공정이 있다. 하지만 생활의 불편함이 해소되었다면 시선의 거슬림 정도는 너그러이 넘어가는 성격이기에 별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이랬던 내가 이제는 달라질 것 같다.

부엌 창문 마감 작업을 보며 작은 변화가 주는 큰 차이를 알아버린 지금은 자꾸만 마감을 재촉하고 싶어 진다. 오늘의 셀프리모델링 이야기는 나를 변화시킨 부엌 창문 마감 편이다.




우리 집은 100mm 단열재 + 30mm 목상 + 9.8mm 석고보드 작업으로 벽이 많이 두꺼워진 상태로 창문과 벽의 단차가 90mm 정도이다.

원래 계획으로는 MDF를 잘라서 창문 마감을 하려고 했으나 MDF를 구매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작업을 하겠다는 남편을 보며 의아했다. 남편의 선택은 ‘루바’라 불리는 판재였다. 

1년 전 ‘당근’ 앱을 통해서 무료로 가져왔던 목재였는데 새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타카핀이 박힌 철거된 목재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재사용한다는 것일까 의문이었지만 남편의 작업 모습을 보다 보니 다 쓸모가 있으니 가져온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문제는 가져온 것을 언제 쓸지 알 수 없어 오랫동안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작업을 위해 창틀 사이즈를 측정하고 필요한 목재를 재단한 후 바니쉬를 2회 칠하여 내수성을 확보했다. 창문의 위쪽은 블라인드를 고정하기 위해 12mm 두께의 합판을 이용하고 양 옆면은 루바 판재를 아래쪽은 화분이나 간단한 물건을 올려놓기 위한 선반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140mm * 20mm 원목 판재를 이용할 계획이다.

먼저 위쪽의 합판을 붙인 후 아래쪽에 선반용 두꺼운 판재를 붙였다. 고정은 목재상 부분에는 목공 본드를 펴 바르고 단열재 부분은 폼 본드를 발라서 고정했다. 그리고 본드가 굳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도록 실타카를 이용해 부분 부분 쏴 주었다.

옆면은 루바를 이용해서 붙여 주었다. 고정은 동일하게 폼본드와 목공본드 그리고 실타카를 이용했다. 

이제 몰딩을 이용해 테두리 작업을 해 준다. 창문 테두리용 몰딩이 아닌 창고 정리 할인용 상품인 문선 몰딩이라 두께가 일반 몰딩보다 더 두껍다. 셀프 리모델링하면서 기능상 하자와 관련되는 곳은 반드시 규격을 지키고 그 외 심미적인 부분은 정신 승리로 넘어가는 편이다.

이렇게 창문 테두리가 마감되었다. 목재를 재단하면서 남편이 설명을 해 주었을 때는 속으로 괜찮을까 싶었는데 완료해 놓고 보니 만족스럽다. 

2일 정도 지나서 우드 블라인드를 장착했다. 이것도 ‘당근’ 앱에서 구매해 놓은 우드 블라인드인데 장착하려고 펼치니 한쪽이 축 늘어져 감기지가 않아 속았나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구매한지는 이미 수개월 전이라서 판매자에게 뭐라 할 수도 없고 설마 고장 난 제품을 판매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다행히 남편이 블라인드를 모두 해체하여 깨져서 고장 난 부속을 수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해체한 김에 우리 집 창에 맞게 길이 축소까지 했다. 

(상) 작업 전 (하) 작업 후

드디어 블라인드 설치까지 마무리되었다. 

남편은 간단한 작업이고 아직 벽지도 안 되어 있는데 뭘 이것까지 찍고 정리하느냐고 하지만 나에게는 큰 변화이다. 이렇게 큰 부엌을 가져본 것도 처음이고 창문이 있는 부엌도 처음이다.

싱크대 쪽 창문

요리도 설거지도 힘겹게만 느껴지던 나였는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 덕분에 요리가 즐거워지고 싱크대 앞에 있는 시간이 행복해졌다. 선반에 좋아하는 작은 화분을 올려놓고 예쁜 돌로 장식도 해본다.

식탁 쪽 창문

서재에 있는 컴퓨터는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고, 노트북을 놓거나 책을 읽을 테이블은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식탁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창밖을 보는 게 좋아 창가 바로 옆자리에 앉곤 하는데 건너편 2층에서 집안이 보일까 싶어 조심스러웠던 이전과는 달리 블라인드로 사생활 보호도 되고 좋아하는 바람과 햇살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던지.


아이들에게 우리 부엌 너무 멋지지 않냐고 물으니 블라인드 색이 부엌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평소 커튼도 비싸서 저렴한 것만 구입하곤 했는데 이런 블라인드는 새로 구입하려면 정말 비싼 거라고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 후 아빠의 금손을 거치니 사이즈도 잘 맞고 딱이라고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보면 너무 예쁘지 않냐며 아이들의 긍정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던 시간...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블라인드 색 바꾸는 것 정도야 남편에게는 정말 쉬운 일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충. 분. 히 만족스럽지만, 남편의 금손이 조금만 움직이면 아이들도 감탄할 블라인드로 재탄생하게 될 것 같은 예감에 남편 옆에 가서 자꾸 칭찬을 하게 된다.


"자기야, 자기한테는 블라인드 페인트칠 정도는 일도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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