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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May 03. 2021

남편의 띄우는 솜씨

TV장 만들기

철거, 단열, 미장, 목공의 어마어마한 셀프 작업부터 벽지까지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 거실에 2%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TV장의 부재였다.  

기존 스탠드 TV를 이사 오면서 벽걸이로 바꾸어 달았고, 장식장 다리가 없이 벽에 바로 고정되는 무지주 TV장을 직접 만든다는 남편의 계획이 있었다. 다른 급한 작업이 있기에 미루고 있다 그 부분만 빼고 다른 부분이 마무리되면서 더욱 도드라졌던 2%의 아쉬움, TV장... 리모컨이나 자주 쓰는 생활용품을 놓아둘만한 공간이 없어서 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커질 때쯤 남편이 드. 디. 어 나무를 구입했다.


TV장을 만들기 위한 나무는 라디에타파인 집성판을 이용했다. 

집성판은 18mm 두께에 가로 1200mm, 세로 2400mm 크기이기 때문에 필요한 크기대로 잘라서 사용해야 한다. 먼저 원형톱을 이용해서 세로로 재단해 주었다. 세로로 잘린 판재의 길이 절단은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를 이용하면 조금 더 편하게 자를 수 있다.

모두 재단된 목재는 샌딩기를 이용해서 매끄럽게 다듬는다.

이제 깔끔해진 목재를 가지고 조립할 준비를 한다.

4칸으로 구성된 TV장을 조립하기 위해 나사못의 위치를 연필로 표시한다.

원목에 나사못을 직접 박으면 갈라질 수 있고, 나사못이 보이면 미관상 좋지 않기에 이중드릴비트(이중기리)를 이용해서 사전 작업을 해주었다. 18mm 두께의 판재에 8mm정도 깊이로 타공 후 나사못으로 고정한 다음 목심(목다보)을 이용해 8mm의 구멍을 메워주면 나사못이 보이지 않는다.

고정할 판재를 정확한 위치에 두고 나사못을 이용해 조심히 고정한다.

토크(회전 힘) 조절이 가능한 드라이버드릴을 이용해서 고정하는 것이 더 낫지만 가지고 있는 보쉬 드라이버드릴이 손에 맞지 않아서 남편은 주로 임팩드릴을 이용한다. 임팩드릴을 이용할 때는 트리거(방아쇠) 당김을 조절하여 속도 조절이 가능하니 잘 조절해서 사용해야 나사못이 너무 깊이 박히지 않는다. 소프트우드이다 보니 처음부터 최대한 트리거를 당기면 나사못이 목재에 너무 깊이 박히므로 조심해야 한다.

서서히 모양이 잡혀간다. 

항상 그렇듯이 본드를 얇게 도포하고 마지막으로 상판으로 조립한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마지막으로 측면도 이중드릴비트를 이용해 타공 한 후 단단하게 고정해 주면 나사못 고정작업이 모두 끝난다.

조립이 완성되었다. 

뒤쪽은 벽면과 붙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목심을 이용해서 가릴 필요가 없어 깊이 타공 하지 않고 나사못을 박았다. 뒤쪽 판재를 안쪽으로 6mm 정도 들어가게 해서 조립한 것은 나중에 벽에 고정할 때 벽의 기준목에 쉽게 걸치기 위함이다.

원래는 목심을 만들어 나사못 구멍을 메워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구매한 목심 제조 비트가 도착하지 않아서 1차 수성 스테인 작업을 먼저 했다. 나중에 목심 작업이 끝나면 다시 한번 스테인 작업을 해 줄 예정이다.

TV장을 고정할 때 사용할 지지목은 사용 후 남은 여분의 MDF를 이용하기로 하고 젯소를 바른 후 페인트를 칠했다. 전선 등이 나올 위치는 잘 측정하여 미리 타공을 해 두었다.

스테인이 잘 말랐나 확인하기 위해 2층 베란다에 나왔더니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다. 남편이 집을 선택할 때 도심 한가운데이지만 집 주변에 나무가 많은 환경이라 더 마음에 들어했었다. 그때는 집만 보느라 잘 몰랐는데 살면서 주변이 눈에 들어오자 남편의 선택이 참 좋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자연을 닮은 남편과 자연 가까이에서 사는 나는 참 행복한 여자다)

기다렸던 목심 제조 비트가 도착했다. 이제 목심(목다보)을 만들어 줄 차례이다.

같은 목재를 이용해서 목심을 만들어 사용하면 목심만 구매해서 작업하는 것보다 이질감을 줄일 수 있다. 목심을 만들 수 있는 목심 제조 비트가 아주 저렴이여서 깔끔하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중드릴비트와 목심제조비트의 사이즈가 동일한데도 목심이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저렴한 목심제조비트를 구입했나 보다. DIY를 하면 항상 생각대로 모두 맞아떨어지지 않으니 당황은 한순간으로 끝내고 빨리 다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조금 번거롭지만 줄을 이용해서 목심 아래쪽을 갈아주어 해결하였다.

목심을 넣고 나무망치로 조금 두드려 준 다음 목다보 톱(플러그 쏘)을 이용해서 잘라준다.

샌딩을 해주고 2회 차 수성 스테인 작업을 해 준 후 만들어진 TV장을 벽에 고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TV장 지지목을 고정하기 위해 일단 차단기를 내리고 기존 벽에 있던 콘센트를 제거해 준다.

먼저 있던 전기선이 너무 짧아서 새로 교체해 주었다. 남편이 전기 작업을 하면서 주름관을 이용해 메인 허브에서 각 지점으로 통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전선 교체 작업이 쉬웠다.

지지목을 벽에 고정해야 하므로 타공구로 전선을 뺀다. 남편은 처음부터 벽걸이 TV와 무지주 TV장을 생각하고 미리 각재를 벽 안에 위치해 두었었다. 

TV장 고정은 수평이 중요하므로 레이저 레벨기를 켜놓고 선에 맞추어서 지지목을 고정한다. 벽 안에 있는 각재에 단단하게 고정해야 한다. 

고정된 지지목에 TV장을 걸친 후 피스로 최종 고정한다. 콘센트를 새로 달아주고 스위치형 멀티탭도 하나 연결해 두었다. TV는 보지 않고 가끔 영화 볼 때나 사용하다 보니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멀티탭은 필수이다.


이제 문만 달면 된다. 

TV장 문으로 남편이 선택한 자재는 5mm 두께의 아크릴 판이다. 

경첩과 손잡이를 장착할 부분을 문에 미리 타공해야 한다. A4지에 위치를 표시하여 문에 겹친 후 한꺼번에 표시해 주었다.

경첩 판매 사이트에서 표기한 25mm 타공 크기에 맞는 목재용 홀쏘를 이용해서 타공 해 주었다. 한쪽 방향에서 끝까지 뚫기보다는 절반 정도 뚫은 후 뒤집어서 뚫어 주었는데 파손을 염려한 남편의 세심함이었다.

그런데 타공구에 경첩이 들어가지 않는다.

경첩 판매 사이트에서 타공크기를 25mm로 표기해 놓았는데 살짝 작다. 25mm가 아니라 26mm가 되어야지만 할 것 같아 26mm 홀쏘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도 집에는 26mm 홀쏘가 없어서 어쩌나 했는데 남편이 스탭드릴을 이용해서 확장했다.

왼쪽이 스탭드릴이라는 도구이다. 계단형으로 되어 있어 작은 구멍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원래는 철재용인데 딱히 해결책이 안 나오므로 스탭드릴을 이용해서 아크릴판의 타공구를 26mm로 확장해 주었다. DIY는 모든 장비를 다 갖출 수 없기에 큰 문젯거리가 아니면 융통성을 발휘해서 해결하는 게 좋다.

스탭드릴의 사이즈별 각 단계가 5mm 두께의 아크릴판을 한 번에 뚫어 주지 못해 뒤집으면서 타공해 주었더니 매끄럽지 못해 줄을 이용해서 다듬어 주었다. 26mm 홀쏘 하나면 깔끔하게 해결될 텐데 공구 하나 부족해서 남편의 손이 고생을 많이 했다.

도착하자마자 뜯어보고 싶었던 아크릴판 보호 필름지를 드디어 벗길 시간이다. 필름지를 살짝 뜯은 후 경첩과 손잡이를 미리 붙여놓았다. 이제 문만 달면 모든 작업이 완료된다.

그런데 문을 고정하고 보니 경첩을 고정한 부분의 측면에 너무 가깝게 문이 붙는다. 경첩에 있는 조절나사를 돌려 문의 좌우 조절이 가능한데 최대치로 조절 해도 문이 가운데에 위치하지 않는다.

어쩌나 싶어 걱정하는데 쓰고 남은 4.5t 장판을 덧대면 될 것 같다며 남편이 장판을 경첩 모양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해결책을 내는 남편이 참 신기하다. 관련 일을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집을 고치고 가구를 만드는 남편이 늘 놀랍다.

이렇게 장판을 덧대고 경첩을 고정하여 한쪽으로 붙는 문의 간격을 해결하였다.

드디어 거실의 2%의 부족함이 채워졌다. 

사실 문을 아크릴 판으로 만들 줄 몰랐다. 당연히 나무로 만들어 페인트칠을 해 포인트를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크릴 판으로 문을 만든다고 하니 이상하지는 않을지 한참을 생각했었다. 남편은 나무로 다 만들면 투박하고 답답해 보일 거라며 믿어보라고 했는데 사실 완성되기 전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었다.

TV장이 완성된 후 리모컨 등 거실에서 자주 쓰는 물건을 넣으며 좋아하는 나를 본 남편이 웃는다.


"엄마는 저렇게 작은 것에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무 사랑스럽지 않니?"


아빠의 닭살 멘트에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로 마무리된 TV장 제작기...

분명 띄운 건 가구인데 남편의 칭찬 덕분에 내 마음이 더 붕 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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