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이라는 부제가 달린 『탤런트 코드』를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이지만 독서모임 선정 책이기에 편견의 안경을 벗고 천천히 읽어나갔다. 익숙한 내용이지만 뉴런을 감싸고 있는 '미엘린' 이라는 피막을 설명하며 뇌과학을 자기계발에 접목시킨 부분이 인상 깊었다.
자신의 현재 능력을 뛰어넘어 '스위트 스팟'이라 부르는 영역에서 제대로 된 연습을 하면 누구나 폭발적인 재능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한다. 힘겨운 노력 끝 폭발적인 재능을 갖기보다는 적당 노력하며 해야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균형 속 오늘을 살고 싶은 나는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스위트 스팟'이 아닌 '편안한 영역'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시간이 불만족스럽지 않기에 '스위트 스팟'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모임에서는 자연스레 자신의 '스위트 스팟'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모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다 보니 내 아이의 '재능'을 끌어내기 위한 논제가 이어졌다.
마스터 코칭을 가족이 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다양한 재능의 예시가 나오지만 우리 사회와 부모가 원하는 재능은 '공부'가 대부분이기에 영역의 확장성을 배제하고 나눠야 할 논제 같았지만 의미 있는 물음이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훌륭한 코칭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성적'과 '결과'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 교육 속 아이들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코칭이 있다.
중요한 건 이거예요. 애들이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어릴 때 격려를 많이 해줘야 돼요. 애들에게 무슨 말을 할 때는 제대로 알고서 말해야 돼요. 특히 시작하는 아이에게 말할 때는 무진장 신중해야 하죠. 뭔 말인지 알아요? 실력 향상이란 건 사실 자신감 향상이에요. 애들은 먼저 자신감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실력이 생겨요. -188쪽-
모든 아이에게 상당히 쉬운 문제로 구성된 시험지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문제를 다 푼 후에, 점수와 함께 칭찬 한마디를 덧붙여서 돌려주었다. 절반은 지능에 대한 칭찬을 받았고("똑똑한걸"), 나머지 절반은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았다("애썼구나").
그러고 나서 다시 처음 시험과 똑같은 난이도의 시험을 치르게 했다.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처음 점수보다 30퍼센트 향상되었지만, 지능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의 점수는 20퍼센트 하락했다.
"인간은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을 맞추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 상황에서 나는 누구지? 이 구조 안에서 나는 뭐지?" 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메시지를 받으면, 불꽃이 점화되는 겁니다." -189~190쪽-
발췌하거나 체크해 놓은 페이지가 많지 않았지만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메시지'에 시선이 멈추며 모임이 있던 날 17살 딸아이와 주고받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딸아이는 마음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짧은 메일을 보내오곤 한다.
"엄마, 저 7교시에 학생회 면접 있는데 너무 쫄려요. 안될 것 같긴 한데 자기소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딸아이는 자기소개서에 쓸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고 있다. 교내 프로젝트부터 교외 대회까지 여러 시간에 도전해왔지만 좋은 결과보다는 실망스러운 경험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전하는 아이의 모습은 충분히 빛나기에 그 부분만 전해주기로 했다.
"그냥 네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
당당한 우리 00...
너무 고민하지 마!
그래야 결과를 떠나서 스트레스 안 받고 경험으로 기억할 수 있어.
우리 딸 결과를 떠나서 엄마에게는 늘 1등 합격인 것만 기억하자"
내 아이의 강점 중 하나는 '말하기'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주목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이기에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당당함을 스스로도 믿길 바랐다. 대신 너무 많은 시간 고민하며 준비하지 않았으면 했다. 늘 노력이 중요하다 말해왔지만 매번 모든 순간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 지치고 만다. 상황에 따라 일의 경중에 따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은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즐겨야 할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자기소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물음으로 끝이 난 메일에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마스터코칭이 재능을 끌어올리고 빛나는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라면 내가 하는 시간은 부족함이 있겠지만 아이 스스로 마스터코칭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조심스레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이 끝난 후 늦은 저녁 아이에게 메일이 왔다.
엄마 저 000 되었어요.
면접 제일 잘 봤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더 잘하고 운이 좋은 이가 있을 수 있기에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 시간 속에서 성장하는 거라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좌절하는 경험이 많아진다면 더 이상 도전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 내 딸이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더 이상 노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지만 따라주지 않는 결과를 지켜보는 나도 힘겨운데 딸아이는 얼마나 힘겨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도전하는 내 아이가 참 자랑스럽다.
모임 끝 롤 모델이 있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마스터 코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본받고 닮고 싶은 이가 있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늘 롤 모델, 배우며 닮고 싶은 사람 하면 남편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내 아이를 보며 배웁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갖기 전 아이가 닮고 싶어 하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내가 닮고 싶은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