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보내달라는 아이를 울리다

by 살곰살곰

아이 시험 기간이면 부모도 함께 잠을 못 자거나 온 집안이 아이 시험 대비 모드로 돌입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입니다. 공부는 아이들 몫이라 생각하기에 시험기간이라고 해서 아이에게 부담을 주거나 원하지 않는 관심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공부한다고 늦게까지 잠을 안 자는 아이에게 일찍 자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그러다 시험을 못 보면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에 그럼 다음에 잘 보면 되지 않냐고 이야기해줍니다.

엄마는 대체 왜 그러냐는 아이에게 공부나 성적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답하며 눈총을 받곤 합니다.


사람은 하지 말라는 일에 더 집착을 하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공부 욕심이 많고 스스로 노력하는 이유도 이런 나의 태도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데로 못하면 못하는 데로 아이의 자질이나 성향을 잘 살펴 가며 삶의 여러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도 사회적 시선으로 볼 때 성공한 삶도 아니지만 내 아이가 나처럼 사는 것도 괜찮다 생각하기에 욕망을 따르기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의 생각은 다른듯합니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기에 돈을 많이 벌고 싶고 그래서 공부를 더 잘하고 싶다는 아이...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그 생각의 이면에는 삶에 대한 여러 불안이 존재함을 잘 압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한다 해도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지지할 생각이지만, 사회적 편견과 억압으로 생기는 불안에 대해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중1 자유 학년제를 지나 중2가 된 후 둘째의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며 불안한가 봅니다.

친구들은 학원에서 몇 시간씩 공부를 하고 집에 가서 또 할 테니 총 몇 시간을 공부하는 거라며 자신의 학습 시간과 비교하는 아이...

친구에게 학원에서 수업 시작 전과 끝나는 시간에 문자를 보내달라고 하고 그 문자에 자극을 받아 공부를 하는 아이...


아이에게 문제집 속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스스로 하는 너의 공부 방법이 양을 떠나 삶의 태도에 도움이 되는 진짜 공부라고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불안해하지 말라고 공부가 삶의 전부는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내 아이는 울어버렸습니다.


학원에 다니고 싶어요.
다른 아이들은 다니기 싫은데 부모가 보내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만
전 제가 다니고 싶다는 거잖아요.

아이의 중2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전교 10등입니다.

반에서 1등이나 2등을 한다는 이야기이니 충분히 아니...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혼자 하는 공부의 어려움 거기에 주위의 여러 이야기에 흔들리나 봅니다.


저한테 경쟁의식을 느끼는 반 아이가 그러더라구요.
넌 공부 욕심도 많은 것 같은데 너희 부모님은 왜 학원을 안 보내주시는 거냐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니 인문계를 보내 좋은 대학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삶에서 공부로 성공하는 비율보다 그 외 다양한 분야로 삶을 그려나가는 이들이 많지만 아이러니하게 대부분의 부모는 그 바늘구멍 같은 문에 자신의 아이를 집어넣으려고들 합니다.

책상에 앉아있는 걸 힘들어하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에게 입시 공부를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다른 뜻이 있다면 다른 길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집에 오면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부터 끝내는 아이...

시험 기간이 되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공부를 해나가는 아이...

넌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하면 그런 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엄마는 네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상황은 자신이 너무 싫다고 합니다.


감정이 격해진 아이가 큰 소리로 울며 책상에 엎드려버립니다.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도닥여 주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옆을 지나던 딸아이가 무표정으로 그냥 지나가버립니다.

평소 같으면 먼저 "엄마, 미안해~"라며 애교를 부릴 아이인데 많이 속상했나 봅니다.

방으로 올라가려는 아이를 불러 꼬옥 안아봅니다.


"엄마가 미안해, 어제는 감정이 격해져 엄마가 표현을 옳지 못하게 한 것 같아.

그렇지 않아도 올겨울 방학에는 고등학교 진학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싶었는데

우리 그때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자.

그때도 지금의 생각이 변치 않고 또 네가 가고자 하는 방향도 그쪽이라면 학원을 다녀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아침에 맛있는 반찬 안 해주시면 안 풀어질 거예요."


아이의 유머스러운 대답으로 우리의 화해가 완성되었습니다.


공부를 정말 더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그리고 부모님이 허락해주지 않는 시간이기에 더 간절히 원할 수도 있습니다.

15살 둘째가 비용을 내고 다녔던 학원은 초등학교 시절 잠깐 다녔던 태권도 학원과 미술 학원뿐입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미술 학원을 보내달라는 아이였지만 보내주지 않았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방과 후 미술이 있으니 그 시간을 활용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후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방과 후 미술이 아닌 매일 다닐 수 있는 미술 학원에 다니고 싶다 이야기할 때 비로소 미술 학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바람을 이야기할 때 속 마음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원해서 보내는 거라며 바로 학원을 알아보거나 또는 보내면서도 네가 원했으니 절대 그만둔다고 하면 안 된다는 협박보다는 아이의 바람에는 어떤 욕구가 있는지 함께 충분히 나누어야 합니다.


지금 내 아이의 욕구에는 친구들이 다 다니니 자신도 하고 싶다는 불안감과 혼자서는 힘겨운 학습 부분에 대한 도움 그리고 학원을 보내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반발심도 조금 들어있는 듯합니다.


중학교 입학 후 공부와 관련된 고민을 할 때면 늘 나왔던 아이의 고민이고, 혼자서 스스로 하는 과정을 잘 이어나가고 있으니 올겨울 방학쯤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아이를 위하는 길인지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 아이가 결심한 진로 방향을 토대로 이야기 나누며 지금의 마음과 같다면 학원을 보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학원을 다니니 성적이 올라야 한다거나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학원을 다니는 과정 또한 아이에게 또 하나의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혼자서 공부하며 잘 안 풀리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학교에 가서 친구나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아이..

이런저런 고민이 불안함이 되어 학원에 다녀야겠다 스스로 결심했던 아이...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혼자 하는 공부와 더 잘하고픈 욕망을 채워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직접 경험해보니 갑자기 많아진 숙제와 선행에 힘겨워 따라가기 힘겨워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괜찮으니 다녀보고 이야기해달라고 할 생각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선택에 맞는 경우의 수를 함께 알아봐 주는 노력을 하는이라는 이야기가 그때는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 과정들이 아이의 기억에서 잊고 싶은 시간이 아닌 꼭 필요한 거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아이의 격한 감정에 함께 돌아서기보다는 꼬옥 안아주는 너그러움을 키워야겠습니다.





위 글은 2년 전 이야기입니다.

학원을 보내달라며 울었던 중학생 아이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얼마 전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싶은 과목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엄마, 인터넷으로 듣고 싶은 수업이 있는데 30만 원이래요. 비싼 거 같죠?"


"필요하면 들어야지. 신청하자"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바람을 이야기할 때 속 마음을 잘 살펴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아이의 바람에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길게 가지지는 않습니다.

주위에서 다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불안함이나 진로를 결정하지 않은 채 선택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진로를 결정했고 그와 관련해 스스로 충분히 고민해본 후 알아보고 내린 결정입니다. 그런 시간이기에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합니다. 물론 노력한다고 해서 늘 결과가 잘 따라주는 건 아닙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본 아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음에 속상해하는 눈물입니다.


"괜찮아. 열심히 했으니 된 거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흘리는 눈물은 이해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말자. 미래를 계획해나가는 데 있어서 시험 성적만 있는 게 아니야. 그 부분에 대한 여러 방향을 탐색해서 정보를 주고 도와주는 게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이야."


열심히 해도 아이가 목표하는 시간에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줄 세우기 식 경쟁 속에서는 모두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1등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때 아이에게 필요한 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1등이 되는 것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나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일입니다. 아이의 눈물과 함께한 속상함과 고민 또한 중심을 잡는데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2년 전 학원을 보내달라는 눈물과는 또 다른 의미의 눈물을 보며 아이가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2년 전 다짐을 잘 지키고 있는지 나를 돌아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아이만 1등을 시키는 일이 아닌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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