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11월 3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에서 '학생이 지켜온 정의, 그 위대한 역사의 시작'을 주제로 2018 ‘학생의 날’ 기념식이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각계 대표, 시민·학생 등 3천여 명이 참석한 정부 주관 행사이었다.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광주일고 교정, 기념탑 비문중에서"
학생들이 일제와 독재 정권에 저항하며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차별 철폐와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젊은이들에게 바른길(정의)만이 생명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질문한 것이다.
그런데 어제 학생의 날을 기념하여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학생들은 아래와 같이 밝혔다.
"우리는 학교와 교육을 바꿀 것이고, 사회를 바꿀 것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꿀 것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수업을 들어야 하며, 입시중심의 경쟁교육과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인해 휴식할 권리는커녕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청소년참정권 보장하라! 학생인권법 제정하라!”
하지만 이것으로 학교와 교육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며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스스로 선택하는 수업을 하고 힘겨룸(경쟁)이 아닌 힘모으기(협력), 배움과 삶을 고루누리며 사는 사는 고누삶(워라밸)은 ‘교육적폐’를 없애는 데서 일어나지 않을까?
‘교육적폐’가 무엇인가? 스스로 묻고 함께 답을 찾는 참배움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것들일 것이다. ‘학교 정기고사(중간,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는 교육부 훈령부터 없애고 ‘국가’가 나서서 ‘대학수학능력고사’를 치르게 하는 것을 ‘국가교육회의’에서 없애야 할 것이다.
나가자! 창살 밖으로! 라 말하기 앞서 다시금 질문 없는 교실에서 ‘질문’을 하는 학생들로 거듭나야 한다. ‘학생’이 무엇인가? ‘피’도 끓지만 무엇보다 ‘오직 바른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란 생각이 있는 것이고, 묻고 찾는 자세야말로 학생의 본분이 아닌가?
썩은 적폐를 도려내는 길은 스스로 묻는 일을 제대로 펼쳐야 할 때라 본다. 이미 죽어버린 '교육'을 스스로 거부하고 당장 학원을 끊는 학생이 되자. 부모와 선생님과 같은 어른들이 마냥 부끄러울 할 수밖에 없도록 다시금 학생의 날에 진지하게 묻자. 함께 성찰하자. 외치며 요구하자.
" ‘촛불 혁명’은 ‘시험 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까?
왜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수능을 봐야 합니까?
교육적폐,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수능을 없애자!"
http://m.yna.co.kr/kr/contents/?
http://www.vop.co.kr/A00001348692.html
https://story.kakao.com/ch/gassembly/HZ9NjAUDokA
[2018년 학생의 날 선언문]
나가자! 창살 밖으로!
청소년의 인권을 가두는 창살을 무너뜨리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차별교육에 저항하며 항일독립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이다.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학생들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촛불집회의 시작을 열었으며, 2016년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함께 외쳤던 청소년들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학생들에게 지금의 억압적인 학교와 사회는 일제강점기와 다르지 않다. 학생인권이 ‘학생다움’의 감옥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생다움’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한 학칙에 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열 당한다. 학생에 대한 체벌은 교육/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교사-학생 간 위계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성폭력은 그 위계적 관계 때문에 쉽게 은폐된다.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수업을 들어야 하며, 입시중심의 경쟁교육과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인해 휴식권은 커녕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그저 말뿐, 부당하고 불합리한 규칙을 바꿀 권리, 학교 운영에 참여하여 의견을 반영할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학교 밖의 청소년인권은 어떠한가? 청소년인권은 ‘미성숙함’의 감옥에 갇혀있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보호/교육의 대상 혹은 미래의 시민으로만 여겨진다. 지금, 여기에서,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임에도 지금은 ‘없는 셈’ 취급당하며 숨죽이고 살 것을 강요받는다. 청소년의 자발적 활동과 참여는 한정된 자원과 틀 안에서만 허용되곤 한다. 이러한 현실은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일하게 ‘만 19세’ 선거연령 기준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의 인권을 가두는 창살을 무너뜨리자. 더 이상 갇혀있지 않겠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학생다움’이라는 감옥을, ‘가만히 있으라’는 창살을, 연대의 힘으로 무너뜨리겠다. 우리의 목소리는 오늘의 외침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온 것처럼, 우리는 학교와 교육을 바꿀 것이고, 사회를 바꿀 것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꿀 것이다.
학교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청소년참정권 보장하라! 학생인권법 제정하라!
우리는 더 이상 갇혀있지 않겠다! 우리의 힘으로 감옥을 무너뜨리자!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나가자, 창살 밖으로!
2018년 11월 2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