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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배움에서 참배움으로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는 곳인가? 아니면 과거를 준비하는 곳인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근대 학교에선 무엇을 했던가? 자료들에 따르면 학교는 사람들을 공장에서 일하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생겨났다. 그러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똑바로 오와 열을 맞춰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고 말하고 싶을 땐 손을 들라고 했던 이유를. 밥 먹을 시간 조금 주고 8시간 동안 시키는 대로 생각하라고 하고.      

 아, 그리고 1등을 하라고 했다. '시험'을 치러 1등급 고기처럼 품질 등급을 나누는 성적을 강조했다.  그렇게 저질러진 거짓배움, 경쟁 배움, 따라배움으로 학교에서 1등은 누구였던가? 그저 '시험'에 나올 만한 것을 가장 많이 아는 학생일 뿐이다. 시험을 치를 때 '교과서' 지식을 외어서 익히고 배우는 결과의 1등일 뿐이다.      

 요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진경준’과 ‘우병우’란 인물들이 있다. 두 사람 때문에 개콘이란 프로가 생각난다. 이어서 개그콘서트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는 코너가 생각난다.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라던가, “1등만 좋아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며, 한국사회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꼬집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1등만 기억한다는 한국사회가 아니었던가?

                

그들은 거짓배움에 찌들어 참겨레삶을 가로막았다          


  우리가 거리나 마을 어귀에서 으레 보는 펼침막의 주인공일 법한 우병우와 진경준을 떠올려보자.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우병우는 만 20세인 1987년 대학 3학년 신분으로 사법시험 사상 최연소로 합격하여 23세부터 검사생활을 지냈으며, 2년 후배인 진경준 역시 3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그 이듬해 행정고시도 붙었다.  1등을 차지한 인물답게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1등만 기억하고 인정하는 사회에서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았을까? 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짐작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살아온 경험에 근거하고 그들이 저지른 행태를 미루어보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이나 사회에서까지 '천재' 소리를 들으며 항상 1등을 했을 이들이 그동안 어떤 대우를 받았고 나름의  긍지와 자부심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떠올려 보자. '유신공주'의 호위무사로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 김기춘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두목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0.1%에 속하는 처지에서 젊을 때부터 유신헌법을 만들고 공안검사로 간첩 사건을 조작했으며 초원복집에서 불법선거를 조장하기도 했다. 김기춘은 광복 71년이 된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거짓배움에 찌들어 참겨레삶을 가로막았다.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그 행위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참배움은 1등의 잣대가 달라야 한다          


 배움이란 졸업장을 받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시점에서 참다운 배움이 시작된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무엇을 새롭게 배우고 생각하며 깨달았는가? 날마다 새로워라. 좀 더 성숙한 깨달음을 품기 위해.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에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첫 수업이라 긴장하였는데 수업을 하면서 그동안 해 온 공부가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쳐주고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 거짓배움이란 말이 와 닿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표현, 이해,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 깨쳤다. 또 이를 위해 그동안 해 온 ‘교육’을 받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움과 같은 참배움이 필요함을 느꼈다. 원리에 대해 알아보고 적용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당장 시간표에 나온 국어A, 국어 B를 쓸 것이 아니라 국어 (가), 국어(나)와 같이 올바른 표현을 써야겠다."(**고 1학년 이**)


 참배움은 학생들이 스스로 깨치고 익히며 배우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언제나 스스로  묻는 호기심을 살리고 앎의 기쁨을 맛 볼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안으로는 앎의 기쁨을 맛보면서 밖으로는 서로 함께 답찾기를 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나누어야 한다.      

 무엇보다 참배움은 1등의 잣대가 달라야 한다. 그 잣대는 무엇일까? 과연 누군가가 앎과 함이 하나되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말한다. 다시 말해  누구든 살아가면서 아는 것을 삶의 터전에서 제대로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대로 그만큼 실천하면 다 1등이 될 수 있다. 1등 선진국이 되는 길도 마찬가지다.  온 나라임자(국민)들이 느끼고 생각하며 뜻을 지니는 앎을 값지게 여기는가, 배움으로 알게 된 것을 실천하는 사람들들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관련 자료로 참고할 글       

1) 나는 1등이 싫다http://cafe.daum.net/back2korea/h29s/2149?q=%BF%EC%BA%B4%BF%EC%201%B5%EE      


나는 1등이 싫다!

한국에 돌아온 후처음에는 TV의 모든 것이 재밌었다. ‘차마고도’와 같은 다큐는 물론이고 평소에 도외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물론, 심지어 광고까지도 각별하게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개콘’이라고 불리는 ‘개그 콘서트’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았던 것도 그만큼 한국의 변화가 신기했고 그 변화를 이해하려는 시도였을지 모른다. 


2) [박정진의 청심청담] 율사(律士)망국론     

‘돈이 곧 정의’… 자본주의의 현주소 율사들 각성 않으면 한국 미래 없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04/14/20140414004832.html?OutUrl=naver    

[박정진의청심청담] 율사(律士)망국론

고도로 복합사회인 현대는 법률의 도움이 없이는 한시도 움직일 수가 없다. 초강대국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라고 한다. 문장의 의미가 확실한 법조문이 아닌 다른 관습…     


3)대한민국 0.1%의 민낯…영화를 따라잡은 현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53564.html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까발려지고 이건희 ‘안가 성매매’ 동영상까지 폭로 영화 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사회권력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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