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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서 산배움으로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사교육이 지나치게 ‘경쟁’ 열풍으로 치닫는 현실


11세 나이에 학원 등 사교육에 시달리는 여자 초등학생이 ‘안녕하세요'에 등장해 고민을 토로했다. 밤 12시가 넘어 사연을 작성한 서희는 잠을 못 잘 정도로 학원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술, 영어, 태권도 등은 물론 정치, 역사 등 다양한 과목을 사교육 받는 서희는 입맛도 없을 지경이었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도 별로 없다. 스케줄이 많아서..."라며 학원 부작용을 전하고 생일파티도 안 해주셨다"라며 엄마에게 개인적 서운함을 토로했다. "엄마와 산책도 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고 잠도 많이 자고 싶다"라고 서희는 소망을 전했고 역사, 정치, 영어 학원을 줄여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서희 엄마는 "요즘 엄마들은 다 그 정도 시킨다. 수학만 해도 창의수학, 연산 등 한 과목만 해도 세 과목 정도 시킨다" 라고 하며 "생일파티 때 4학년 되니까 다른 아이들도 학원 때문에 다들 늦게 끝났다. 그래서 생일파티가 너무 늦고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도 "음악이 약간 부족해서 하나를 더 시켜볼까 싶기도 했었다"라며 "그렇다고 지금 학습하는 것을 줄여 주다보면 계속 줄여달라 할까봐..."라며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전하며 힘겹게 "집에서 관련 책 많이 읽으면 줄여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자녀를 키우는 데 경제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가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정설이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여기에 아이의 체력과 도우미 아줌마의 사랑이 더해져 '5대 조건'으로 확장된 버전도 있고 부모, 친가·외가 조부모를 합쳐 '식스포켓'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출산 후 대학졸업까지 '3억' 이상 필요하다는 조사에는 재수나 휴학, 어학연수 등이 빠져 있어 이를 포함하게 되면 더 늘어난다.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가족의 월평균 소득이 세전 기준 510만28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수령액(월 430만원 수준)의 27% 이상이 아이 한 명의 양육비로 지출되는 구조다. 자녀가 2명 이상이거나 대출까지 있는 가정이라면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가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이런 얘기들이 통하는 것은 자녀를 키우는 데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연구소장은 "어느 나라나 보육비 부담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사교육비 부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공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이를 보완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하면 다 해야 하는 한국 사교육 광풍을 재우려면   


그동안 중고등 학교에서는 ‘과정’이 무시되고 ‘결과’만 앞세워 왔다. 이제 21세기 배움의 시대를 맞아 관점과 틀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묻는다. 왜 학교에서 정기 고사란 이름으로 중간, 기말고사를 치르고 이것을 ‘교과전형’이라 하여 대입전형에 써 먹고 있는지를. 그들은 요구하고 있다. 학기 중 두 번의  중학교 3일, 고등학교 5일씩의 고사 기간, 중고 6년 동안 무려 100일 이상의 소중한 시간을 돌려 달라고 그들이 '사교육'에서 벗어나 '산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이 괴로워하고 고통에 빠져 있는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사교육 광풍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다음 학생의 글에 담긴 간절한 호소처럼. 


“과정은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쌓이면 과정은 나중에 큰 힘을 떨치게 됩니다. 결과 중심인 중간, 기말 시험이나 ‘수능’ 때문에 ‘모로 가도 서울 가면 된다’는 식으로 결과 위주 등급 내기 성적에 치중하는 공부로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과정을 중시하여 천천히 배우고 생각하며 ‘독서’를 비롯해 ‘동아리’, ‘봉사’ 등의 교과와 창체 활동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호기심이나 자신의 관심사로 비롯된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없고 학생들은 ‘학습노동’에 시달려 그저 ‘결과만 좋으면 돼’라고 하는 한탕주의에 빠져듭니다.   


학생에게 ‘배움’이 없고 스스로 자라남(성장)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공부라면 무슨 뜻이 있을까? ‘시험’만 치르면 그저 ‘등급’이나 ‘점수’만 남기고 사라지고 마는 허무한 현실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학생 스스로 호기심을 지니고 꾸준히 배우고 성찰하고 자라나도록 ‘배움’에 여유로움이 있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결과 위주 일제고사란 ‘교육적폐’를 없애야 할 것이다. 



[한국인의 삶] (1) 대학졸업까지 3억.. 사교육 부담에 결혼 미루고 애 안낳고

https://news.v.daum.net/v/20141231180809882


"학교서 상만 받아오면 돼" 사교육에 멍드는 과학토론

https://news.v.daum.net/v/2015050904450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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