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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교과'에서 '주제' 배움으로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기존 교과가 없어지고 완전히 융합된 배움과정이 등장한다’  

   

 학생들이 행복한 핀란드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교과를 없애고 오로지 주제(프로젝트) 중심의 배움과정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리란 보도가 있었다. 초·중등학교에서 개별 과목 구분을 2020년까지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1시간은 수학, 다음 한 시간은 역사, 그다음 한 시간은 지리를 배우는 식의 수업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과목별로 짜인 시간표로 공부하고 과목별 시험을 치러 진학할 대학까지 결정하는 한국으로선 부러운 일이다.     


`유럽 연합`이 주제이면 학생들은 2시간 동안 언어, 경제학, 역사, 지리 등을 동시에 배우게 된다. `카페테리아 서비스`가 주제이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수학, 언어 등을 함께 익힌다. 과목별로 조각난 지식이 아니라 융합된 지식을 배우는 것이다. 더 이상 개별 과목 수업으로는 현대 사회에 산업이 요구하는 `통섭형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년에서 반드시 1년에 한 번씩 2~3주 가량(기간은 학교 재량) 현상중심 학습(Pheno

menon-based Learning: 한국에서 프로젝트형 수업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을 실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나아가 향후에는 16세 이후의 학교급(한국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모든 수업을 이러한 현상중심 학습으로 하게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다.  2년 전부터 수도 헬싱키의 16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더니 긍정적인 결과였고 학생들의 성취도가 높아졌다. 헬싱키 교사 70%는 개별 과목 폐지 후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훈련을 받고 있다.    


아직도 `과목별 난이도 조절`과 같은 기술적 문제에 머물 것인가


 대한민국 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와 같은 본질적 문제를 정녕 고민하는가? 수능 고사의  `과목별 난이도 조절`과 같은 기술적 문제가 더 큰 사회적 관심사가 아닌가?  교육현장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지식과 지혜가 아니라 정답 찍기 요령을 가르치고 있다는 자조가 흘러나오고.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PISA) 순위에서 한국이 5위로 핀란드(12위)를 앞섰다고 한다. 하지만 그저 핀란드 학생보다 `정답 맞히기 요령`이 뛰어났다는 증거 같아서란 지적 탓인지 마음이 불편하다.   


"교과(敎科)는 교육과정 상 영역을 구분하는 개념이다.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각각 논리적으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수학, 철학, 음악 등의 교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철학적 논증이나, 인간이 세상에 대하여 인지하는 방식이 3가지 혹은 8~9가지 등으로 구분된다고 주장했던 인지심리학적인 이론들을 근거로 교과는 학문적으로 옹호되어 왔다.배우는 과정에서 교과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에서는 공통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중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이 교과 중심의 기초교육을 다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과연 이런 말을 하는 '교육학자'들은 '교육과정'을 구분한 '칸막이 교과'가 오늘날 학생들 처지에서도 보람 있는 일인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이 더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느냐`보다는 `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느냐`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저 점수 계산기를 두드릴 뿐인 부모들이 보이지 않는가?      


대한민국에서도 마땅히  창의융합형인재를 기르자면 '주제'로 배워야


 "공정한 입시가 현실적 고민인가?" "교실 혁신이 미래적 고민인가?" 이 둘이 '충돌'하는 공론화라고? 아니 그런 논의에 정작  '학생' 관심사나 호기심(주제)이 없지 않은가? 


"정말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생각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교육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에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우리가 필요한 인재는 앞으로 창의융합형인재, 한가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나 어떤 주제를 던져주면 자기 나름대로의 자료를 모아서 새로운 것들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 이것이 창의융합형 인재입니다. 이런 인재를 기르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입니다.-교육부 남부호 장학관-"  


 그런데, 이처럼 어떤 주제를 던져주면 자료를 모아서 새로운 것들의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융합형인재를 어떻게 기를까? 여전히 '융합교육의 허상'을 운운하는 '교육학자'들이 있는 현실 속에 초중등은 물론 대학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배움마당에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대학교수들은 대학의 교육학과에서 주제(통융합)를 다루지 않는 칸막이식 접근(교육철학및 교육사,교육심리,교육과정,교육사회학,교육평가 등)이 당장 문제란 것부터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초중고 현장의 교사들도 '강 건너 불 구경'을 해야 할 것인가?


 다시금 배움현장을 혁신하려는 이들은 새롭게 물어야 한다. 왜 '핀란드인'들이 모든 교과를 없애고 오로지 주제(프로젝트) 중심의 배움과정'을 선택하게 됐는지를. 사실 누구든 숱한 세상 일을 두고 저마다 관심사(호기심,질문)'가 있게 마련이고 이것을 주제로 보고 탐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더욱이 오늘날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일이 아닌가? 다행히 고교학점제의 경우에 '교과(목)'을 넘어 '주제' 학점제를 실시하자는 현장의 제안이 나온 마당이 아닌가? 이런 노력이 반영되면 자연스럽게 칸막이 교과로 학생들의 고통이 이어질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겐 교과 융합으로 열린 주제 배움이 활발히 일어나고 행복한 배움으로 희망찬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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