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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은 ‘교과 보직 교장제’로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자격증을 바탕으로 하는 교장제를 유지해야 할까


교사였던 교장이 다시 교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교장공모제가 내부형으로 실시된다. 일정기간의 경력(내부형-교직 경력 20년 이상)을 지닌 평교사를 학교자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장으로 공모하고 있다.  일정기간(4년)의 교장 임기를 마치면 다시 평교사로 돌아가되 ‘임명'이나 '선출’이 아닌 ‘공모’의 과정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교장의 자격증은 꼭 필요할까? ‘임명'이나 '선출’, ‘공모’든 자격증을 바탕으로 하는 교장제가 유지된다면 과연 ‘학교’가 바뀔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행복 교육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와 달리 혹 내부형 평교사 승진공모형 교장제에 힘을 싣더라도 학교는 제대로 바뀔 수 없다.‘학교장’이 하는 일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공모제 교장이 4년 동안 ‘성적’ 아닌 ‘성장’하는 학생들을 기르는 학교로 바꿨다고 밝힌 학교에서 그는 배움과 돌봄의 행복감을 학생들과 맛볼 수 있었을까? 학교의 교장제 틀은 그대로이지 않은가?

    

문재인 정권에서 교장선출보직제를 받아들여 ‘교장’을 선출(다수결,교황식,추첨)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학교는 바뀌지 않을 듯하다. 한편으로 교총이 법제화에 성공하여 일부 운영 중인 ‘수석교사’는 그대로 문제가 된다. 현재의 교장 승진 자격증제를 그대로 두고서 교감-교장(행정)과 다른 한 축으로서 수석교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학교장 공모제’는 ‘수업하고 상담하는 교장’을 전제로 하는가


 왜 대한민국 학교는 합리적 문제해결 방안을 내지 못하는가? 학교장은 민주 사회의 바탕인 각종 회의조차 형식으로 하면서 대체로 비리를 선도하거나 비리에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학교폭력’ 등의 생활지도 사안도 생색만 내거나 ‘사교육비 증가’, ‘입학사정관 비리’ 등의 교육현안에 ‘반성’과 ‘사과’를 일삼고 있지 않은가?


 학교장은 교무 통할, 교직원 지도·감독 같은 ‘관리’ 기능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또 학교장이 학교를 대표하되, 지금처럼 외부 출장이 잦아선 안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경력이 쌓일수록 승진에 관심이 많다니 이해할 수 없군요. 교사의 본분은 아이들 가르치는 데 있지 않습니까”란 외국의 교사 말에 견주어 대한민국 학교장들은 어떠한가? 현행 행정틀의 ‘승진자격공모형 

교장제’가 아닌가? 


 현행 우리나라의 ‘공모제’는 ‘수업하고 상담하는 교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전의 교장선출보직제도 교사전체회의에서 교장 뽑기에만 초점이 놓여 있고 학교장이 수업과 상담을 해야 하는 것을 담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 교사전체회의에서 교장을 뽑을 때는 학교경영에 대한 소견발표를 듣고 공개토론도 벌이며, 교장 후보자의 시범수업까지 평가한다. 왜 시범수업까지 평가할까?


학교장은 ‘관리행정’보다 ‘배움과정’을 잘 운영하고 지원해야 한다


독일의 학교협의회는 교사·학부모·학생 등 세 주체의 대표들(각 4명씩)로 구성되는데 교장 선출 과정에서 각 후보자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교사전체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교장 적임자를 선출한다. 교육청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투표 1순위자를 교장으로 임명하는데, “뽑은 뒤에 실망하지 않도록 평교사들이 학교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적절한 사람인지 여부를 다각도로 따져본다”고 한다.


 현장교사들이 교장 적임자가 아무도 없다고 결정하면 교육청은 다시 초빙공고를 내야 한다는 어느 나라 사례에서 보듯이 학교장은 그야말로 '장학'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물론  학생들이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좇아 배움과정을 제대로 운영하고 지원하려면 정작 교육(배움)과정위원회와 각종 교과협의회 등의 질 높은 활동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이런 뜻에서 학교장도 마땅히 ‘수업하고 상담하는’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배움과정’을 충실히 운영하고 지원하려면 학교장으로서 ‘수업’하고 ‘상담’하는 활동도 본보기가 돼야 한다. 이에 중등학교에서 참배움을 꽃피우려면 왜 ‘교과보직형 교장제’가 꼭 필요한지 밝히고 싶다.  

 

참배움을 꽃피우려면 왜 ‘교과보직형 교장제’가 꼭 필요한가 


 ‘학교장’도 여전히 경력을 갖춘 ‘교사’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학교장의 모습은 스스로 경력을 갖춘 ‘교사’임을 잊지 않고 학생들과 만나고 싶어 하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수업’과 ‘상담’은 학생과 교사의 만남이고, 배움과 가르침이 일어나는 배움터(학교)의 꽃이기 때문이다. 중등 학교장이라면 전공과목이 있었고 학생 상담을 해 봤던 교사 출신의 경력직이 아닌가? 그들은 ‘교과(군)부장’, 교과 교사로서 중등교육전문가이다. 그들의 경험과 노력을 ‘행정관리직’이 되면서 쉽게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학교장도 스스로 배우며 교사와 학생들의 ‘배움활동’을 지원(장학)하는 일은 ‘공모제’로 확보한 ‘교사’ 출신 학교장의 교육(수업과 상담) 사례완 다르다. 그래서 학생과의 만남인 ‘수업’과 ‘상담’이 활발히 살아나도록 교장은 스스로 뭇 교사들의 본이어야 한다. 한때 교사였고 여전히 교사인 학교장은 배움과정(수업-평가)과 상담(생활, 진학, 진로, 학습)의 배움지원 전문가로서 매일 1~2시간 정도는 ‘주제 수업’이나 ‘상담’으로 학생과 만나야 한다. 


학교장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나면서 다른 동료 교사들과 함께 여전히 교사로서 맛보는 절망과 좌절, 환희와 희망이 교차할 때 학교의 개혁이나 혁신은 일상의 활동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어울리는 모두가 진심으로 늘 ‘배움’으로 하나될 수 있고, 참삶을 가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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