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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말을 버려야 하니까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교육’으로 ‘지식’을 깨우쳐 과연 국가를 보존했던가    


130여 년 전인 1883년 원산학사와 동문학이 세워졌고 한국 근대학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고종 22년(1885년) 7월 아펜젤러 목사가 서울에 들어와, 1개월 먼저 와 있던 스크랜턴 의사의 집 한 채를 빌려 두 칸짜리 방의 벽을 헐고 조그마한 교실을 만들고 8월 3일엔 두 학생(이겸라・고영필)과 수업을 시작하였고 이듬해인 1886년 3월 언더우드 학당, 5월 이화학당, 6월에 배재학당(배재는 ‘배양영재’의 줄임말),9월에 육영공원이 개교했고 1888년엔 박영효가 ‘문명화에 따른 부국강병’을 내세운 건백서를 내고 1891년 관립 일어학교와 1894년 관립 영어학교가 세워지는 등 이른바 ‘근대 학교 교육’이 차츰 널리 베풀어졌다. 

그런데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있고나서 청일전쟁을 거쳐 조선의 주도권을 쥔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배청부일’의 계락에 따라 김홍집을 내세워 갑오억변을 하게 된다. 이 해 7월 예부를 폐지하고 근대 교육 행정 기관인 학무아문을 설치하였으며, 다음 해인 1895년 2월 조서에서는 전통적인 도덕 교육에 지식 교육과 체육 교육을 첨가하여 교육의 근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근본적으로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개혁하는 내용이 아니라 봉건적인 주장이 담겨 있었다.    

첫째, 세계의 부강한 나라는 모두 백성의 지식수준이 발달하였으니, 지식을 깨우치는 교육은 국가를 보존하는 근본이다. 

둘째, 교육에 있어서 실용에 힘쓰고, 독서나 습자로 옛사람의 찌꺼기나 줍고 시세에 어두워서는 안 된다. 

셋째, 오륜의 행실을 닦는 덕양(德養), 체력을 기르는 체양(體養),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지양(智養)을 교육의 3대 강령으로 삼는다. 

넷째, 널리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기르겠다.    


조선의 ‘인민과 나라의 힘’을 일으키고 깨달음에 이르도록 했는가    


그러면 실제로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교육(가르침)’은 ‘지식’을 깨우치는 것으로 국가를 보존하는 근본이라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지식’이란 무엇이고 ‘지식’을 어떻게 깨우쳤던가? 또 ‘실용’이란 무엇을 뜻하며 ‘덕양’과 ‘체양’에 이어 격물치지의 ‘지양’이란 강령에 따라 그동안 학교에서 인재를 제대로 길렀던가를 새삼 묻게 된다. 과연 조선(1392~1897)에 이은 대한제국(1897~1910)이 ‘조서’에서 밝힌 대로 나라를 보존했던가? 오히려 일본의 입맛대로 ‘교육(가르침)’과 ‘지식(앎)’을 내세우지 않았던가?

1895년 세 나라 간섭기를 거치며 한때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군주국’으로서 대한제국을 내세웠으나 스스로 뜻을 지녀 나라를 문명부강국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 황실 중심으로 진행된 것부터가 군사력을 내세운 일본 제국주의자들 입김 아래 놓여진 것이 아니었던가? 무엇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가? 여기서 ‘말(글)’이 왜 중요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거의 모든 우리의 ‘앎’은 ‘말’을 빌려서 이루어지지 않는가? ‘아는 것이 힘’이라 했지만 일본 사람들은 학교에서 일본말과 글(한자-한글 섞어쓰기)로 된 교과서로 배워 일본을 붙좇아 따르도록 하여 조선의 ‘인민과 나라의 힘’을 일으키고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을 방해한 것이다. 


 ‘종살이(노예)’에 머물게 하는 ‘우민화’  학교 교육(가르침)은 교육은 ‘거짓배움’


대한제국은 어떠한가? 헤이그 밀사 사건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1905년에 외교권을 빼앗긴 채 카쓰라 태프트 밀약이 이루어졌고 1907년 러일 전쟁을 거치며 이름뿐인 대한제국은 1910년 8월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1945년 광복 때까지 35년 동안 나라를 잃은 채 우리는 ‘종살이(노예)’에 머물게 하는 학교 교육(가르침)을 받았다. 황국신민을 내세운 ‘우민화’ 교육인 ‘거짓배움’을 받고 지낸 것이다. 아예 ‘거짓’에 갇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바로 우리가 겪은 왜정 시대 ‘학교 교육(가르침)’의 민낯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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