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도대체 학교에서 ‘교육’이란 이름으로 베푸는 거짓배움의 모습은 어떠한가?
수능 대비 고3 영어 공부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먼저 수능시험장에서 영어지문을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미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첫 문장이나 단어 몇 개만 대충 보고 '어떤 지문이구나' 그 내용을 쉽게 알아내기 위해서입니다.(외국 사람들이 푼 영어 수능 문제 영상 참조)
[기자] 지난 2011학년도 수능 때 부터였죠, 어차피 수능 지문의 70% 가량이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이 EBS 교재에서 나오니까요. 그것도 단어 몇 개, 문장 한 두 문장만 바꾸는 수준에서 나오니까요. 정작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이 앞부분, 즉 영어 문제가 나오는 부분이 아니라, 뒷 부분, 별도의 책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죠. 즉 이 해설지의 부분만 달달 외운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수능영어 강사] "영어 선생님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수업을 제가 하는 것이에요. 사실은 저 양심의 가책 많이 느낍니다. 정책이 이러니까. 시험장 가서 교육방송(EBS) 지문이 기억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영어실력을 길러드리는 수업이 아니에요."
위에서 보듯이 시험장에서 영어 교재인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든 지문 내용을 쉽게 떠올리게 하는 ‘꼼수’를 부리며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 수업도 교과서를 내팽개치고 중간·기말고사조차도 교육방송 교재의 지문으로 채우니 평소 영어를 잘 하던 학생들도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학생이 돼서야 다시 기초부터 영어 공부를 하고, 토익 점수를 위해 거액의 학원비를 지불하고, 성인이 돼서도 기본이 돼 있지 않으니 회화 학원이나 또 다시 토익 학원에 등록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초중고 영어 사교육 시장만 해도 지난해 기준 6조 3천억 원 규모인데, 이처럼 돈을 퍼부어도 나아지지 않는 영어실력을 볼 때 한마디로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