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안 안타까우면서...... 차라리 '다음에 또 도전해 줘 고생해' 쿨내 나게 통보했다면 덜 약 오를 것 같다. 닿을 곳 없는 분노가 터져 나온다. 주변에는 알리지 않은 나만의 프로젝트 참여임으로 붙잡고 하소연할 곳도 없다.
불통한 것을 보고해야 한다. 다음스텝이 무엇인지 어디서 공지를 확인해야 하는지 머리도 돌아가지 않는다. 오픈단톡방 속 쏟아지는 합격소식 속에서 패배의 소식을 알리며 후퇴해야 하는 패잔병이 된 듯하다. 패배감이 밀려온다. 머리가 어질 하다. 입안이 까끌하다. 즐기지도 않던 소맥생각이 간절하다. 맥주로는 위로가 안될 거 같다. 소주는 쓰다. 소맥이어야만 할 것 같다. 황금비율이 3:7이었나. 전용잔이 없다. 젠장.
140여 명이 있는 오픈단톡방에 나의 분통함을 그대로 올린 순 없다. 속출하는 합격자와 축하가 어우러진 축제의 분위기 속에 찬물을 끼얹는 말아야겠다 생각하니 나 자신이 더 초라하다. 비통한 마음을 안고 한쪽 구석에 글을 올렸다.
단톡방 캡쳐
빨리 부상치료해서 승리의 축제에 합류해야 한다. 글이 됐든 내 마음이 됐든 빠른 치유가 필요했다. 올린 글의 답을 기다리며 채팅창을 지켜봤다.
곧 코칭 남길 테니 일단 소맥 말고 기다려달라는 은경쌤의 유쾌한 답글을 시작으로 위로의 글들이 올라왔다. 위로의 공감들이 날아왔다. 랜선 소맥치얼스를 날려주시기도 했고, 아직 제출도 못 한 자신보다 용기 있다며 위로해 주신 분, 칠전팔기 정신으로 합격하신 분의 붙는 것보다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격려의 글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소맥의 물결이 넘실댄다. 새로운 경험이다. 이게 위로가 되다니!!! 브런치란 고지 탈환의 같은 목표를 둔 전우애 때문일까! 함께 욕망을 키워 성장해 보자는 동료애 때문일까! 슬초브런치프로젝트2기 생이라는 동기애 때문인가! 이렇게 얼굴도 모르는 이들로부터 랜선 위로를 받아 마음이 녹는 체험을 하고 나니, 악플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는 스타들의 하소연이 영 없는 소리가 아님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별게 다 위로와 격려가 되는 신기한 시대에 살고 있음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슬초브런치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동기들이 있음이 자극제가 될 거라 예상은 했었다. 이들과의 만남은 자극제 이상이다. 동기사랑 나라사랑 이상이다. 발견한 오타를 알려주는 사람,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방법을 연구해서 알려주는 사람, 새벽마다 구글미트를 키는 사람, 살뜰하게 날씨를 알려주며 옷 걱정해 주는 사림도 있다. 왠지 이들 덕분에 나의 브런치도 순항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나저나 슬초브런치프로젝트2기 오프모임이 있다는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고민이 된다. 드레스코드도 있다는데 신기한 구경거리 같아 가고도 싶다. 그런 자리 가면 낯가림을 해야 할지, 어색함을 물리치기 위해 쉴 새 없이 떠들어야 할지 심히 고민이 된다. 동기들이 보고 싶지만 뭔가 부끄럽고, 부끄럽지만 궁금한 내 마음 알랑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