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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Lee Nov 09. 2023

처음부터 좋았다

신기한 매점


"매점 대타 좀 해줄 수 있을까?"

여행으로 자리를 비우는 6일간 대신 매점을 봐달라는 지인의 연락이었다. 근래 부쩍 약해진 건강 탓에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해외여행을 고민하던 그녀가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나 보다. 편의점 알바는 해본 적이 없는데 도움이 될까 걱정이 앞섰지만, 얼마나 고민하다 내린 결정인지 알기에 도움을 드리고 싶어 그러겠노라 했다.



고함량 피로 회복제라도 사다 드려야지 했지만 약속시간이 아슬해 구입하지 못했다. 현금이라도 조금 (아주 조금밖에 못 드리겠지만) 챙겨드리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현금을 내줄 기계도 현금을 받아 낼 카드도 보이지 않았다.


지인께 주요 사항들을 안내받고 틈틈이 수다도 떠는 가운데 내일이 출발인데 아직 짐도 다 싸지 못했단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 참여 여부만 고민하느라 입을 옷이 없는걸 이제야 발견하고 괜스레 울적했단 말씀을 하셨다.




"쾌히 일 맡아줘서 고마워. 내가 많이는 못 줘도 n0 만 원 줄게. 오늘 이 정도 익혔으면 내일부턴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겠지?"

대타비용을 준다는 말씀에 기분이 좋았는지 이만 들어가도 좋다는 말씀이 기분이 좋았는지 절로 씩씩한 대답이 나왔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 퇴근은 아닌, 귀가를 위해 매점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통장에 들어온 돈을 생각하니 세상이 아름답다. 하늘은 더욱더 높고 푸르다. 알록달록 물든 가로수는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한산한 도로는 나를 쇼핑몰로 인도한다. 딸아이에게 입히고 싶었던 가디건이 눈앞에 아른댄다. 그 가디건, 무슨 색이 있었더라... 다양한 색깔이 있다면 무난한 색깔은 딸 사주고 고운색은 여행 가는 지인 사드리마 생각했다. 생각보다 많이 주신 대타비가 기쁘다.


막상 가디건 두장을 집으니 받은 돈의 1/3이 날아가 버린다. 첫날부터 그렇게 써버리자니 흥이 사라진다.  봐두었던 딸 가디건은 구입하고, 선물은 더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둘러보니 조금 얇긴 하지만 색이 고운 니트티 2벌이 보인다. 마침 시간도 잘 맞다. 퇴근한 지인집에 가져다 드리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돌아오는 길이 행복하다.




고운색 니트티를 입은 그녀의 여행 사진이 기대된다. 돌고 돌릴 수 있는 돈이 생겨서 기쁘다. 이렇게 인심 쓸 돈이 생기게 해 준 신기한 매점을 처음부터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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