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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Lee Nov 13. 2023

금을 향한 1호의 도전

100%실력 발휘는 120%부터

2023.11.11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욕망덩어리 우리 1호. 출전 기회가 마지막인 올해. 마지막을 장식해 줄 금빛 메달 한 번 받아내리라 결심하고 노력했었다. a4용지의 3/4가 넘는 내용을 암기해야 한다. 누구도 시킨 자가 없는데 하겠다고 나선게 기특했다. 시켜도 하기 싫다 빼는 아이들도 많을 나이인데 도전하겠다니 내심 자랑스러웠다.



읽어대고 써대고 누워 외고, 앉아 읽고, 서성이며 중얼댄다. 나 붙잡고 틀리나 봐 달라. 동생 붙잡고 맞나 봐 달라. 다방면으로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것 같다. 이제쯤 전문을 외웠나 싶은데 아직 1/3 외웠다 하고, 이제쯤 다 외웠나 싶은데 아직 2/3 외웠다 하고 좀 더 집중을 하던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법한데...... 슬슬 시동이 걸리려 한다. 잔소리 시동.




1등 하겠다고 말만 해대고 1등 할 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 마뜩잖다. 빨리 외워라 빨리 외워라 잔소리만 할 뿐 뾰족이 해줄 것이 없다. 나는 외는 거엔 젬병으로 돈 준다고 외우래도 금액이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내뺐을게 뻔하다. 그나마 이건 신랑 닮아 다행이다 생각하며, 그다지 전해줄 팁이 없는지라 그저 얼마 남지 않은 기한만 강조하며 닦달을 해댄다.




한편으론 6학년에 누가 이런 걸 하려 들겠나 생각이 들어 저 아이 혼자 출전하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혼자 나가든 열이 나가든 외기는 다 외야지... 다 외우지도 못하고 나가서 혼자라고 1등 상 받으면 그건 웬 망신이냐 잔소리를 늘어놔도 틀리는 곳에선 계속 틀린다. 얼씨구! 맞던 곳도 틀린다. 절씨구! 이젠 건너뛰기도 한다. 지화자! 이때쯤에도 다 못 외운걸 보니 분명 이로 소이다~~~~~~~~얼~!



결국 외우기는 다 외웠다 싶지만 연달아 3성공이 쉽지 않은 채로 대회장으로 갔다. 6학년 출전은 혼자란 소리에 잠시 기뻐했으나, 뒤늦게 누락된 아이가 있음이 드러났고, 한해 걸러 한 번씩 1등을 해대던 그 아이가 나타났다.


하지만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우리 1호가 마지막 출전 암송대회에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운도 실력인 거에요~~!!














라는 엔딩이면 얼마나 으련가........ 허나 이변은 없었고,  결국 1등을 한해씩 쉬어가며 해대던 그 아이가 가져갔다. 올해 좀 쉬었으면 좋았겠구먼.... 생각하며, 달랑 두 명 출전해서 2등을 하니 이건 좋다고 웃기에도 찜찜하다 생각하며, 놀리려던 말을 삼켰다. 욕망덩어리 1호는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이더니 오는 내내 차에서 울어재끼고, 거실에 대자로 뻗어 "나는 왜 금상을 한번 못 받냐~~~ 올해가 마지막인데~~~" 꺼이꺼이 울어재끼는 데 꼴 보기가 싫었다. 시끄럽단 딱 한마디를 외치고 늘어놓고 싶은 잔소리가 한가득이지만 내 입술을 꼭 붙잡아 다물고 방으로 들어가 낮잠 한숨 잤다. 자고 일어나 아이를 불러 앉혔다.




"나는 니가 오늘 금상 못 받은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아니, 이건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쓴 건 맞지만 1등 할 만큼 노력 안 한 것도 사실이다. 제대로 된 노력을 못 했는데 혼자 나가서 1등을 했다던가, 상대가 너보다 더 못 한덕에 니가 1등을 했더라면, 너는 세상이 아주 만만하고, 노력쯤 이만큼만 해도 되는구나 생각하는 이상한 습관을 갖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너는 1등을 못 함으로서 목표를 이루려면 얼마만큼 더 노력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가슴에 새겼다면 어설픈 1등보다 더 값진 2등을 한 것이다."


다시 적으며 생각해도 명언이다. 어떻게 이렇게 명언을 아이에게 했는지!!!! 아이는 그래도 자긴 노력했다며 볼멘소리를 하길래

"원래 최소 120%를 해낼 만큼 연습해 가야 실전에서 운 좋으면 100% 운나쁘면 70% 발휘하는 거야."

로 일침을 날리며 마무리하고 카드 쥐여주며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중 하나 사 먹고 오라고 내보냈다. 금상 받았으면 패밀리사이즈겠지만 연습 제대로 안 해서 2등인 거니 단층 콘만 사 먹으라며 나가는 아이에게 외쳤다.




아이를 내보내고 문득

"결괴가 아쉬워 속상하겠지만 고생많이 했다 수고했다."

소리를 안 했다 싶다.





I am 쏴뤼~!





제목배경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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