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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Lee Nov 14. 2023

코인빨래방 가다

어느 게으름뱅이의 운동화 세탁 원정기

지난 여름이 되기 전부터 빨아노 ㅏ .... ㅇ ㅏ야아 지이............... 했던 운동화를 겨우 겨우 차 트렁크에 실어두었다. 그러고도 벌써 5개월은 지났나... 4개월만 지났나.... 오늘은 1호가 발이 시리다며 검정색 운동화를 찾기에 꼭 세탁해 두마 약속했다. 추워서 나가기 증말 증말 증~~~말 귀찮지만 약속 어기는 게으름뱅이 엄마로 낙인 되고 싶지는 않으니 몸을 끌고 나간다.

동전도 야무지게 챙겼다. 500원짜리 동전 둘,,, 넷,,, 여어섯,,, 여...어덜업..... 건조도 해야 하니 더 챙기고 혹시 물가가 올랐으니 또 몇 개 더 챙겨야지. 주머니에 짤랑대는 소리가 날까 봐 싫었는데 생각보다 안 짤랑댄다.

도통 운동도 못했으니 세탁되는 동안 주변 공원서 운동도 좀 하리라 생각하며 운동화를 챙겨 신고 현관에 널브러져 있는 꼬질한 남편 운동화도 챙겨내려간다.


가려는 빨래방 주변에 주차가 은근 곤란하다. 신발만 꺼내 들고 걸어가야지 생각하며 차로 가는데 아뿔싸 뒷트렁크가 열리지 못하게 벽 쪽으로 너무 붙여서 주차를 했네. 어차피 트렁크 열려면 차를 움직여야 하니 그냥 차 타고 가야 하나.... 뒷 자석문 열고 엉거주춤 트렁크로 가서 꺼내와야 하나... 성가신데... 고민하는 그때, 갑가기 떠오른 생각.  아! 이런. 썬크림도 안 바르고 내려왔네. 어쩔 수 없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지구는 아파서 골골대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가 생각이 들었지만, 뭐 상황이 이러니 진짜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출발. 지구 미안. 오늘은 내 피부가 먼저다.


누가 먼저 세탁하고 있으면 어쩌나 은근히 쫄리는 맘으로 왔는데 아무도 없다. 운동화세탁기도 비었다. 한 번에 4-5켤레만 넣으란다. 4켤레 가지고 왔는데 잘 기억해 뒀다가 담엔 5개 가져와야지 생각하며 신발을 잘 던져 넣고 동전을 넣으려고 구멍을 찾는데... 안 보인다 동전 넣는 구멍이. 살짝 당황하며 이리저리 살펴도 안 보인다. 차근차근 살펴보니 고장이란 표시는 없는데 동전 투입 구멍에 스티커로 막아뒀다. 관리자에게 전화를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말자, 빨래방이 여기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역시 차 갖고 오길 잘했다. 운동화 빠는 세탁기 있는 또 다른 빨래방은 조금 거리가 있는데 차를 가져온건 탁월한 선택이었구나 생각하며 이동한다. 잠시 살짝 그냥 집에 가서 손 세탁 할까. 생각하긴 했으나, 그다지 청소에 열심이진 못한 사람이나 오만 곳을 신고 돌아다닌 운동화를 집에서 빨긴 그냥 좀 싫다. 한 켤레면 그냥저냥 눈 딱 감고 빨아버리겠지만 오늘은 4켤레나 묵혀왔으니 맘먹은 김에 빨아서 가기로 결정했다.


도착한 곳에는 마침 운동화를 다 빨아서 전용건조기로 이동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잠시 기다렸다가 운동화를 던져 넣고 500원짜리 10개 야무지게 찰랑찰랑 넣고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고가의 운동화는 전혀 없었지만 혹시라도 운동화 가져가버리진 않을까 생각도 들고, 썬크림도 안 발랐고, 그냥 세탁방이 잘 보이게 주차해 둔 차에서 기다리면서 퇴고 퇴고 퇴고 칵 퉤나 해야겠다. 생각했다. 한참을 퇴고 퉤 퇴고 퉤 하다 보니 된다 된다 글이 정리가 된다. 매점서 대타 뛴 첫날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저장해 둔다.


정리된 글을 잠시 두고 운동화세탁기에서 운동화건조기로 신발을 옮기고 뚜껑을 닫고 동전을 꺼내서 넣는다. 하나 짤랑. 둘 짤랑, 셋 짤랑, 넷 짤랑. 엇. 이상하다. 세탁 건조 각 5천 원씩 잡고 여유로 2천 원어치 더 챙겨 나왔는데. 분명 5백 원짜리 14개 잘 챙겨 왔는데!!!! 음.................

아! 24개 챙겨 와야 12,000원이구나! 허허허 도대체 어떻게 계산을 한 건가 바보다. 또 작 딸에겐 비밀로 해야겠다. 암산도 못한다고 구박할 수 없을 테니.


 운동화는 아쉬운 대로 500원에 4분씩 총 16분 동안 건조해서 돌아왔다. 결국 딸아이 운동화는 혼수로 사와 운동화 건조칸은 10년 넘게 10번도 쓰지 않은 내 세탁기의 운동화 건조칸에 집어넣어 3시간 건조 작동 시켜뒀다. 나머지 3켤레 운동화는 베란다 해 잘 드는 곳을 찾았으나 해가 다른 방향으로 넘어가고 없어서 여기저기 그냥저냥 뒀다.


이렇게 어설픈 운동화세탁 빨래방 체험은 마무리됐다.

하... 그냥 담부턴 손세탁 할까 보다. 생각하지만 그건 또 아닌 거 같다.

베란다는 늘 어수선하다





제목 배경 사진 출처- Unsplash - Dim 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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