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다녀온 이유는 슬초브런치프로젝트의 오프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금요일 저녁까지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었다.
드레스코드가 파랑인데, 파란색 낡은 니트를 버린 거 같기도 하고 뒀던 거 같기도 하고 기억이 잘 안 났다. 게다가 시부모님이 올라오셨다. 금요일에 모시고 제부도 다녀오고 잘 놀긴 했지만, 내 볼일 있다고 휑하니 가버리고 얼굴도 안 비추려니 괜스레 죄송했다. 무엇보다 가서 뻘쭘할 거 같은데 꼭 가야 하나 고민이 제일 컸다.
잠드는 순간까지 고민하며 결정을 못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파란색 니트티를 찾으니 있다. 서울은 춥다니 목 폴라티를 입고 니트티를 입고 코트를 입으며 끼여서 불편하면 못 가는 거지 했는데... 괜찮다. 또 이러면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시부모님은 누님(신랑의 누나)이 가이드하신다고 하시니 나중에 시부모님 원망할일 만들지 말고 나서기로 결심한다. 빠르게 분칠을 하고, 눈썹도 그리고, 마스카라와 립글로스도 바른다. 선물할 책과 싸인받을 책을챙겨 들고 나선다.
교회에 큰아이를 내려주고, 10여분을 달려 작은아이를 원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대타 교사로 밀어 넣고 카드를 쥐어주고
" 집사님들 말씀 잘 듣고, 유아부 동생들이랑 잘 놀아주고, 카드 잘 챙겨가서 언니랑 저녁 사 먹어. 엄마 늦으니까 전화하지 마!" 주의사항 알려주고 길을 나섰다.
지인찬스로 서울 가는 버스 차고지 주변 동네에 주차를 하고, 버스 정류장 못 찾아 길을 좀 헤매고,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12시쯤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아침도 안 먹었는데... 점심 먹을 시간이 없을 거 같아 몹시 안타까워하며 1시 40분경 목적지 주변에 하차. 목적지를 향하 가는 길 군밤 발견. 우적우적 씹으며 걸어가자 목적지가 가까워져 온다. 아... 어느 정도 뻘쭘하고 어느 정도 반가울까...
떨리는 마음으로 모임장소에 도착. 역시나 뻘쭘하기는 하다. 드레스 입은 이은경쌤이 보인다. 머리랑 메이크업은 미용실 다녀오신 걸까 셀프일까 궁금하지만 묻진 못했다. 뻘쭘하니까.
익숙한 작가명이 있는가 명찰을 드려다 본다. 인사를 하긴 하지만 뻘쭘하긴 그들도 나도 마찬가지다.
글 쓰고 퍼스널브랜딩으로 성공하라는 이은경쌤의 강연도 듣고, 그런 그녀에게 깜짝 선물로 축복송도 불러주고, 사진도 찍었다. 아... 나는 나름 얼굴 없는 브런치 작가로 남고 싶은데 계속 사진을 찍어대니... 또 빼지 않고 슬금슬금 자리는 잡고 선다. 단체 사진 속에서 숨어야 하는데 "하나 둘 셋" 소리에 까치발까지 해가며 얼굴을 들이 밀고 있는 건 뭘까. 생각과 행동이 참으로 다르다.
글 내놔 글 내놔 하겠다는 나반장님을 나 회장님으로 승격시켜 드리고, 부반장과 총무까지 세워졌다. 글 쓰라고 서로에게 독려하며 어디까지 가긴 쭉쭉 가 볼 참인 듯하다.
그나저나 승격하신 나회장님도 대단한 분이긴 하다. 라라앤글이란 출판사를 진짜 등록해오신 게 아닌가!! 비록 시작은 집주소로 등록했지만, 여차하면 출판사 키우실 분이다.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아... 뭐라도 재주가 있어서 라라앤글에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별 재주가 없어 그냥 조용히 있기로 다짐한다.
오랜만에 같은 관심사로 모임 사람들이 반갑고 즐겁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사는 곳도 다양하다. 글을 쓴다는 공통된 관심사로 모였지만, 각자가 품고 있는 다른 관심사가 무엇일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디보자... 브런치에 글을 일 년에 100편 올리려면... 주 2회 발행은 해야 할 터인데... 그... 막 써재낄수야 있지만... 퀄리티는 어쩌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라구요? 내글에선 원래 퀄리티가 없었다구요? 거 .. ... 거... 참.... 그 ... 사람... 거...흡! 기다려보세요. 점점 나아지긴 할겝니다. 언제가 될지 보장은 못하겠습니다만. 일단 지켜보세요. 성장하는 모습 지켜보는것도 솔찬히 재미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