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사실 입맛이 무지하게 좋아서 아무거나 잘 먹기에 내 요리 솜씨가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요 며칠 남들이 보기엔 산책 수준밖에 안 되겠으나, 집을 나서 강변을 따라 걷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음식도 좀 신경을 써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김밥을 먹되 밥은 조금만 넣고 두부를 첨가한 나름 다이어트 김밥을 먹기로 결심한 것이다.
다시 봐도 정말 잘 썰었다
나는 칼질도 좀 된다.
당근을 채친다. 칼로. 채칼 따위 주방을 어지럽게 할 뿐이다. 타타타타타다타다다다 가늘게 채쳐서 (더 가늘게 채칠 수도 있으나, 식감도 중요하므로 딱 이 정도! )후라이팬에 넣어준다. 식용유 좀 두르고 소금은 아주 살짝만 쳐서 볶볶볶. 다이어트도 중하지만 당근의 영양소 흡수에는 기름이 있어야 한다니 양심의 가책일랑 내려놓자.
두부는 손가락 굵기 정도로 잘라서 소금을 뿌려둔다. 간도 배이고 수분도 빠지게 할 요량이다.
계란을 굽기 위해 작게 한 꼬집 소금을 넣어주고 잘 풀어둔다.
이쯤 손질해놓고 문득 '김밥용 김이 있나? 다 먹었던가?' 생각이 든다. 급하게 냉동실과 주변 선반을 찾아봐도 없다. 몇 주전 김밥을 말아먹으며 다 쓴 게 이제야 생각난다. 그때도 김이 두장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했던 게 기억났다. 김밥에 김이 없다니!!!!!!! 잠시 절망했지만, 사러 나가는 게 더 귀찮은 나는, 요리가 좀 되는 나는, 요리천재 요천인 나는, 변경한다. 김밥에 김대신 배추!!
굴러다니던 배추 2장을 들어 올린다. 잘 씻어 물기를 털어내고, 줄기 부분을 칼등으로 두드린다. 탕탕탕탕탕탕탕 골고루 두드린다. 당근으로 인해 달궈져 있는 후라이팬에 잘 두드린 배추를 넣고 불을 낮춘다. 흐물해지게 뒤집어 가며 구워준 뒤, 엇갈리게 도마 위에 펴둔다.
이제 물기가 좀 빠진 두부를 후라이팬이에 약불로 수분기 날아가게 잘 굴려가며 탄력감 있게 탄탄하게 구워준다.
잘 풀어둔 계란도 노릇노릇 구워준다.
한 김 식은 배추위에 밥을 펴고, 당근을 놓고, 맛살을 올리고, 계란과 두부 올려준 뒤 치즈 한 장 잘 까서 놓아준다.
김밥 마는 것과 똑같이 딱 잡아서 돌돌돌 말아준다.
손끝이 야무지게 움직여야 한다. 역시 나는 요천, 생각보다 잘 말린다.
풀리지 않고 잘 썰릴까 떨린다.
칼질을 잘해야 한다. 지그시 누르는 듯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수직하강하듯 내리누르면 안 된다. 미끄러지듯 앞코에서 시작해 손잡이 앞의 칼날까지 밀어 썰어내야 한다.
잘 썰었다. 맛도 좋다. 역시 나는 요리가 좀 된다. 며칠 동안은 다이어트용 대체식으로 써도 되겠다.
다만 문제는 플레이팅이 좀 어설프다는 것과 사진 찍는 기술이 미천하다는 것.하지만!! 그 따위 것들로 나의 천부적인 요리 솜씨를 가린다 한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수준일터! 틀림없는 요천인 나는, 내가 만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심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