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대신 가족을 선택한 이유

B형 간염이 준 두 번째 깨달음

by 두루박

MBA는 내게 오랫동안 꿈이자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다시 바라보았을 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경력도, 성공의 무대도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은 B형 간염과 함께 살아온 나의 현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이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에 치료를 정말 열심히 받았던 것 같다. 처방해주시는 약을 빠짐없이 먹고, 금주와 금연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되기를 바랬다. 나는 취업을 위해 졸업을 1학기 더 연기를 했고 그 동안 몸을 정상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몇 달이 지났을까 병원에 방문을 했는데 의사분이

“이제 모든 수치가 정상이다.”

“이정도면 취업을 해도 괜찮은 수준이다”

라고 하셨다. 아들 죽일 거냐고 했던 의사분께서 이제 정상이다라고 말을 하니 믿기질 않았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의사분께서는

“B형 간염은 현재 완치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꾸준한 관리와 추적이 필요한 질병으로 3개월에 한번씩 혈액검사를 꼭 해야 된다” 라고 했다.

몸이 정상화되었기에 나는 그때부터 다시 취업을 위해 도전해야 했다. 근데 확실한 거는 이전에 취업을 위해 준비할 때 보다는 기분이 달랐다. 결국 내가 모든 것을 준비하고 노력해도 최종적으로는 하늘이 허락해야 한다는 사실. 내가 모든 스펙을 갖추어 여러 회사에 최종 면접을 합격했음에도 B형 간염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해 내 삶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전에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앞뒤를 안 보고 성취해왔다면 처음으로 내가 원하든 원치 않던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해 내 삶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다행히 몇달 만에 취업에 성공했고 그렇게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전과의 차이는 이전에는 B형간영 보균자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살았다면 지금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잊을 수 없게 바뀌었다. 항상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생활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하지만 그때 만약 B형 간염 때문에 취업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그 상태로 취업이 되었을 것이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이 많이 망가졌을 것이다. B형 간염에 인지를 못하니 술은 더 많이 마셨을 것이다. 그 당시 세상이 마치 무너진 것처럼 느껴진 B형간염으로 인한 취업 실패가 사실 내가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계기된 것이다.

순간의 유불리와 좋고 나쁨이 자신의 삶 전체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였었던 일이었다. 첫 직장은 내가 원했던 직장이라기 보다는 취업에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도전한 회사였다. 물론 좋은 회사였지만 나는 만족하지를 못했다. 더 좋은 대우와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이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B형 간염으로 실패했던 회사에 이직을 시도했고 재도전 끝에 성공하여 원하던 회사에 이직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B형 간염은 나에게 굉장히 큰 동반자였고 버리거나 없애거나 잊을 수조차 없는 존재가 되었다.

Why MBA 대답을 단단한 소신으로 채웠다고 생각했으나 정말 내가 원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하지 못한 채 MBA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았고 정말 내가 원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그렇게 고민하면 할수록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내 주변과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MBA를 준비하고 MBA과정을 통해 가고자 하는 길이 가족을 위한 길임에 분명하다고 그렇게 자신 있게 생각했지만 B형 간염까지 가지고 있고 B형 간염으로 겪었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MBA가 나를 위한 것이고 내가 잘되면 가족들이 좋은 것이다 라는 것은 착각이었고 MBA는 결국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가족들은 피해만 보고 있고 내가 MBA를 최종 입학을 하게 되면 가족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MBA가 화려한 경력으로 인도해줄 것이며 이를 통해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더 풍부하게 살게 되어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았던 현실적인 문제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문제,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 실제 나는 취업 과정을 통해 B형 간염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반자인지 잘 경험했다. 그 경험이 다시 머리속에 떠 올랐고 MBA 과정에서 격을 고통과 어려움, 천문학적인 학비로 인한 대출금, MBA 과정이 끝날 때까지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 그리고 결국 MBA 과정을 마치더라도 또 다시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들은 나에게

“B형 간염이 재발하면?”

이라는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한국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준비과정에서 B형 간염이 발병했다면 먼 타지에서 그것도 천문학적인 학비를 위한 대출까지 있는 상황과 집도 없고 생활비도 모자라 생활해야 하는 가족들의 상황들이 이전 B형 간염이 발병한 상황보다 훨씬 더 발병 확률을 높이는 상황이 될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MBA를 가고자 하는게 타인의 인정과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고 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과 B형 간염이 다시 발병하여 MBA가 그토록 가족을 위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하였지만 결국 가족들을 더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게 다가왔다.

나는 MBA를 접기로 했다. 아니 접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MBA를 가게 된다면 내가 꿈꾸던 미래가 아닌 나 자신뿐 아니라 내가족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는 내가 MBA를 진행해야 하는 당위성을 사라지게 했다.

MBA를 접는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내는

“아깝지 않냐?”

라고 했었다. 아깝지 않았다. 불구덩이 속으로 가족들을 몰아넣고 싶지 않았기에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MBA를 갔으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유학을 가기는 나 스스로가 자신이 없었다. 그것을 감수할 만큼 나 자신이 진정 원하지도 명확 하지 않았다.

가족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MBA에 대한 막연한 환성으로 준비했고 유학과 그 이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GMAT 과 IBT 시험성적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려 달려왔던 것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MBA를 포기한 건 꿈을 버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가족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그 선택이 10년 뒤, 20년 뒤 어떤 의미로 남을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날의 나는, 제 자신과 가족을 위해 멈출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