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내 첫 직장을 막아선 동반자

by 두루박

중학생 시절, 나는 우연히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그 존재를 잊고 살았죠. 헌혈할 때 빼고는 내 몸 속에 그런 동반자가 있다는 걸 잊은 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첫 문턱에서, 그것은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나를 막아섰습니다.



내가 MBA를 선택하지 않은 큰 이유 중에 하나인 이유가 B형 간염이다. 그렇다 나는 B형 간염 보균자이다. 내가 B형 간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중학생때 즘이었든 것 같다. 그때 어머니가 내가 B형 간염 보균자인데 어디서 감염이 된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B형 간염은 보통 모계 수직 감염으로 만성 보균자가 되는데 나는 모계 감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머니, 아버지 두분 모두 B형 간염을 가지고 계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어머니도 아버지도 B형 간염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셨고 그 당시 나도 특별한 거 아니라 고 인식하고 생활했다.

B형 간염 보균자로서 생활하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었고 살면서 내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은 헌혈할 때 정도로 내가 B형 간염 보균자로 헌혈을 못한 다라고 이야기할 때 정도만 그 사실이 상기되었고 평소에는 전혀 내가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생활했었다. 그렇게 대학 생활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 여러 기업에 최종 면접 합격했으니 신체검사를 보라고 했다. 아무 생각없이 신체검사를 했고 마음속 깊은 곳에는 B형 간염인데 괜찮을까 하고 의문이 들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고 B형 간염이라 해서 불이익이 없으니 큰 걱정이 없었다. 몇일이 지났을까 신체검사를 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신체검사에 간 수치 이상소견으로 최종 불합격되었다고 했다. 나는 순간 어이가 없었고 재검을 받겠다고 했다. 그 길로 가까운 병원에 갔고 좋다는 각종 영양제와 링거를 맞고 재검을 준비했다. 그런데 간 수치는 그렇게 쉽게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재검은 당연히 동일 소견으로 나왔으며 심각하니 병원에 내원하라고 했다.

나는 간수치 이상으로 최종 취업 불합격 사실을 부모님께 알렸고 그때 아버지는

“걱정할 필요 없다.”

“별거 아닌데 방법이 있을 테니 내가 올라간다”

라고 하시며 내가 병원 내원하러 가는 날 서울로 올라오셨다. 아버지와 같이 병원으로 갔고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현재 B형 간염자로 간수치 및 DNA 수치 이상으로 활동성으로 진단된다”

“치료받아야 하고 취업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라고 했다. 의사 이야기를 듣고는 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돈봉투를 의사에게 건내시면서

“어떻게 안되겠나?”

“취업하기 너무 힘든데 어렵게 합격한 회사 간수치 때문에 포기하기는 너무나 아깝다”

“일단 취업하고 그 뒤 치료하면 안되겠나?”

라고 하셨다. 아직도 그 의사의 눈빛이 잊혀 지질 않는다. 의사는 단호한 눈빛으로 아버지에게

“취업 때문에 아들 죽일 거냐?”

고 따져 물었고

“지금 취업이 중요하게 아니라 생명이 중요한 상황인데 뭐 하시는 거냐!”

호통치셨다. 의사는 아버지와 나에게 지금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고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 의사의 설명을 들은 아버지와 나는 지금 상황이 좋지 않고 취업이 문제가 아닌 치료가 우선되어야 하는 상황에 아무 말없이 들으며 의사와 치료를 우선하자고 이야기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을 나오고 서울역에 아버지와 같이 가면서 치료 우선 하고 취업은 몸 건강해지면 그때 다시 하면 된다고 서로 위로를 하면서 갔다.

서울역에서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난 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너무 쏟아져 나왔다. 나는 황급히 화장실에 들어갔고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마구 쏟아냈다. 한참을 화장실에 있었고 눈물을 쏟으며 시골에 계셨던 아버지가 나름 어떻게 든 해 보시려고 돈봉투를 건 냈던 것과 B형 간염 때문에 내가 좌절했다는 사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여러가지 생각으로 한동안 눈물과 함께 화장실에서 나오질 못했다. 내가 살면서 그동안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 조차도 잊은 체 지내왔었는데 B형 간염이 결국 내 인생에 가장 중요했던 첫 직장을 막게 된 상황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B형 간염을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나와 평생을 함께할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동반자는,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