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기억 속에서 드러난 ‘인정의 기질’
가끔은 오래된 기억 하나가 제 마음의 습관을 설명해 줍니다.
그때는 단순히 억울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감정의 뿌리는 꽤 깊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억울함을 이해받고 싶었던 그 마음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생활하다 보면, 때로는 내가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고 또 반대로 이득을 보는 일이 생기곤 한다.
이득을 보면 속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면 너무 화가 나고, 왜 나만 손해를 봐야 하나, 왜 나에게만 피해가 오나 하는 등의 불편하고 괴로운 마음이 든다.
그런 부정적인 마음이 남아 있다 보니 나에게 손해를 준 사람들이 미워지고, 때로는 그대로 되갚아 주고 싶기도 하다.
예전 초등학교 다닐 때, 5학년이었는지 6학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시기에 선생님이 일이 있어 수업시간에 자습을 하라고 했다. 반장에게는 “떠드는 사람은 칠판에 이름을 써 놓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자습을 했지만, 초등학생이 자습이 되겠나. 반장은 앞에 서서
“떠드는 사람 이름 적겠다”
하며 서 있었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떠들고 놀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내가 너무 신나게 떠들었는지 반장이 내게
“너 떠들었으니 칠판에 이름을 적겠다.”
고 하며 이름을 적는 것이다. 그때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왜 나만 적냐?”
“나만 떠들었냐?”
“떠든 애들 다 안 적고 나만 적는 이유가 뭐냐?”
나는 반장에게 따져 물었고, 반장은
“네가 제일 심했다. 그래서 적는 거다.”
라고 응수했다.
우리는 그렇게 실랑이를 벌였고, 수업 종이 울려 어쩔 수 없이 중단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반장이 나에게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너만 이름 적어서 미안했다.”
하며 울먹이는 반장의 말을 듣고 나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친구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만 했다.
그 장면의 기억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또렷하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저는 ‘왜 나만’이라는 질문 속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감정은 억울함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한 서운함이었습니다.
누군가 제 입장을 알아주길, 제 억울함을 이해해주길 바랐던 그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이지요.
어쩌면 그것이 저의 첫 번째 ‘기질의 그림자’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