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평온함의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의 평온함을 바랄 때가 있습니다.
삶의 파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힘.
저 역시 오랫동안 그런 정서적 평온함을 갖추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살았습니다.
정서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처음 가졌던 생각은 이랬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위 자극에 예민하지 않고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늘 평정심을 유지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그 당시의 나는 스스로가 바라는 이상적인 감정 상태를 하나의 목표로 세워두고,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애썼습니다.
TV 속 인물이나 책 속 주인공, 혹은 종교인들을 보면 세상 근심 없는 얼굴로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런 이들의 평온한 모습이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어느 영화배우가 한 토크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편안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그 문장이 내 마음을 그대로 대변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그때의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너무 이상적이었고,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바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바랐던 ‘편안하고 평온한 삶’은, 어쩌면 죽음을 통해서나 가능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득도한 성인이나 종교적 깨달음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그런 경지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시절 나는 평온함을 얻기 위해 애썼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이상적인 상태를 쫓을수록, 그것이 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못할까?’
‘왜 나는 늘 이렇게 흔들릴까?’
그 생각이 쌓일수록 스트레스는 더 깊어졌고, 오히려 평온과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평온함’ 자체를 하나의 성과 목표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서적 평온함이란 노력으로 성취하는 상태가 아니라,
삶의 다양한 감정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서서히 스며드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오히려 평온을 쫓는 그 마음이 내 안의 불안을 키웠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평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그 마음을 인정하며 바라보려 합니다.
정서적 능력이란 완전한 평온함을 얻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임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삶은 완전한 평온이 아니라, 불안과 안정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 흐름을 억지로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저 따라가며 배워가는 것.
지금의 저는 그것이 진정한 ‘정서적 성숙’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