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니?(1화)

<그가 왔다.>

by 김작가

벨이 울리자 지영은 떨리는 마음으로 시우의 손을 이끌고 거실을 지나 현관 불빛 아래 내려진 작은 이동장 앞에 섰다. 파란 리본을 목에 두른 작은 개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시우어머니, 얘 이름이 보리예요. 보리 제가 보내드린 사진이나 영상과 똑같죠? 얼마나 똑똑한 친구인지 몰라요. 어머, 네가 시우구나. 똘똘하게 생겼구나. 앞으로 보리랑 잘 지내야 돼, 보리도 시우처럼 착한 아이야.”


하지만 시우는 쭈뼛거리며 지영의 치마 뒤로 숨는다. 탁자에 자신을 ㅎ펫렌털 업체의 황실장이라는 명암을 내려놓으며 집안을 둘러보며 집이 아담하고 깔끔하고 둘이 살기 좋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녀는 전화 통화 할 때보다 나이가 훨씬 들어 보였고 사투리와 표준어가 뒤섞여 출신이 모호해 보였다. 이동장 안에 든 보리는 지영이 선택한 개다. 처음 본 여자와 아이에 긴장은 했지만 경계는 하지 않는 모습이라 안도했다. 오히려 보리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낯설어하는 시우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황실장은 시우에게 손짓하며 가까이 와보라고 한다. 여덟 살의 순수하고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 시우는 그제야 쪼르르 달려가 작은 이동장 문틈으로 보리라는 개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지영은 얼마 전 정부의 발표에 생각이 많아졌다. 반려동물대여업체의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단계적 축소를 발표했다. 반려동물 대여업체의 신규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기존 업체 역시 2년 내 폐업을 유도하는 단계적 축소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펫렌털이 아동의 정서적 불안과 동물 학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 설명했다. 황실장은 고개를 흔들며 지영에게 속삭인다.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서 보여주기 식 정책을 내놓은 겁니다. 펫렌털은 오히려 유기동물을 줄이고, 바쁜 현대인에게 반려의 기회와 가족의 개념을 넓혀주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어요. 이 산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커질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어느 날 저녁 생각이 많아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던 지영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 낮에 수연에게서 받은 메시지에 링크를 재생해 보았다.


잔잔한 영상이 음악과 함께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너른 잔디밭에 햇빛이 부서지고 젊은 남녀와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넘치며 그들이 함께 놀고 있는 개들이 보인다. 개들은 금빛 물결의 털을 부드럽게 흔들어대는 걸 보니 관리가 최고로 잘 된 것 같아 보인다. 한 젊은 남자가 공을 던져주자 개가 한 번에 뛰어올라 공을 낚아채고는 빠른 속도로 운동장 뛰어 다시 남자에게 간다. 한눈에 봐도 훈련이 잘된 모양이다. 지영의 머릿속에 최상의 자유와 공존이라는 개념들이 떠올라 저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진다. 화면 속 젊은 남녀와 아이들은 개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기쁨에 환호한다. (이어지는 새로운 영상) 머리가 희끗한 남녀의 노인들, 함께 나란히 벤치에 앉은 개들, 그들의 부드러운 머리털을 쓸어내리는 모습에서 안정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어어지는 아래 자막에 ‘ㅎ펫렌털’ 업체 상호이름과 연락처, 신학기 포로모션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천천히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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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