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카페, 호텔, 유치원에 펫랜탈. 반려동물 관련 사업들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었다. 물론 업체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이전에 비할 화끈한 할인 혜택을 내놓으며 소비자가 될 만한 고객의 마음을 두드렸다. 지영은 개를 보고 예뻐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아들 시우와 한 번 더 놀아주려 애쓰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 왔다. 응당 있어야 할 아버지의 부재를 오롯이 자신이 다 채워줄 수 있다는 확신이 요새 삐걱 거리며 전까지는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인간은 지혜롭지 못하다. 누구나 자신에게는 예상치 않은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은 거라 확신한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 까지는 말이다. 지영도 그랬다.
지영이 작은 아이였을 때 처음 만났던 황구가 있었다. 그 개는 어머니가 오일 장에서 오천 원을 주고 샀다고 했다. 집을 지키라고. 달래는 집을 지키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듯 낲선 사람을 경계하며 맹렬히 짖어댔다.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스킨십이나 정을 나누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영은 그 개를 달래라 이름 붙였다. 지영은 수돗물을 펫트 병에 담아와 개 앞에 놓인 큰 스테인리스 그릇에 부었고, 이후엔 꼭 그 아이의 털을 한 번 쓰다듬고야 일어났다. 달래는 녹쓴 쇠말뚝에 묶여있었는데 성인 키 만큼이나 되는 줄이 어쩌다 꼬여도 누가 관심을 주지 않았고, 장마철에도 비와 더운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누워 있고 혀만 내밀고 헥헥거렸다.
장마가 지난 간 후 쬐는 더위가 깊어지던 날, 아버지께 달래를 그늘 진 뒷마당으로 옮겨달라 요청했지만 달래의 자리는 그대로였다. 오히려 할머니는 지영의 그런 행동에 대해 오지랖이라고, 당연히 집을 지키는 동물 따위에 뭐 그리 마음을 쓰냐고 윽박지르곤 했다. 할머니의 목청은 유독 컸다. 늘 그럿듯 지영이 울음을 터트릴라치면 계집애가 울면 복 달아난다고 손을 훠이 저으며 멀리 가서 놀라며 성가셔했다. 지영은 늘 자신에게 칭찬보다는 야단을 치는 할머니를 싫어했다. 무관심 속 달래는 어느 날 지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학교에 다녀온 후 어머니께 개가 어디 갔는지를 물었지만 지난밤에 지나가던 개도둑이 잡아갔다고 했다. 달래는 영영 행방이 묘연했다. 꽤 시간이 흘려 지영이 중학생이 되고 난 후 어른들이 태양이 내리쬐는 한 여름에 동네개들에게 가했던 일들, 그날의 끔찍한 사건에 대해 들었을 때는 지영은 구석으로 가 토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날의 일을 친구들 몇몇은 알고있었다. 너 그거 몰랐어? 순진한 척 하기는... 친구들은 지영을 놀렸다.
지영은 싱글 맘으로 살면서 사내아이 하나 육아하고, 직장 다녀오고 나면 하루가 빠듯한 건 명백하고, 이외의 어느 것에도 흥미나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운동을 시작해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없다고 말했고, 그녀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에선 언제나 냉소적이었다. 개를 밖이 아니라 집 안으로 들이기에는 평소 결벽증이 있을 만큼 깔끔한 편에다 자신을 합리적인 사람이라 개든 고양이든 집에 들인다는 거 자체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던 터라 전혀 내키지 않다고 말하곤 했지만 사실 어떤 생명체와든 소통이 필요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면 피로도가 커졌고 거부감도 있었다. 지영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혁이나 집 앞의 달래처럼, 예상치 못하게 끊어져버린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무서움으로 변해 미리 피하고 싶은 방어기재일지도 모른다고 지영은 생각해 왔다.
수연은 지영의 속사정을 잘 아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지영의 집 앞으로 수연이 찾아왔다. 시우가 있어 멀리 나가지 못하는 수연을 배려한 행동이다. 그들의 대화는 대부분의 육아와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연은 지영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아버지 작년에 퇴직하셨잖아. 삼식이라는 말 알지?
알지, 하루 밥 세끼 축내는 사람?
어, 어, 세상에 무슨 반찬투정은 그렇게 하는지, 퇴직 전에는 안 하시던 청소 잔소리까지 늘어서 엄마는 육십 넘어 시집살이하는 것 같아 아버지 얼굴만 봐도 하루 종일 속이 답답하시대.
수연은 거품이 뽀얗게 오른 달큼한 맥주를 길게 들이켰다.
근데,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 소개로 펫렌털을 알아보신 거야. 우리 집에 지금 개가 와 있는데, 엄마가 개가 사람보다 낫대. 더 웃긴 건 뭔지 아니? 개가 온 후로는 두 분이서 산책도 나가면서 대화도 점차 많아졌었어. 물론 나는 우리 엄마의 애물단지 노처녀지만, 우리 집 몽이가 배를 발라당 까고는 귀여움 담당이야, 애교가 많거든. 내가 보니까 작년보다 덜 싸우셔. 난 솔직히 나쁘지 않은 거 같아. 렌털비용이 정수기 한 대 대여하는 비용과 별반 차이 없는 가격이지만 물은 매일 마셔도 감흥이 없지만 몽이는 그 이상의 묘한 기쁨을 준대. 울 엄마 펫관리사 자격증 딸 거라고 요즘 알아보시더라고.
안 그랬으면 수연의 어머니가 황혼이혼이라도 하자고 나왔을지도 모를 분위기였다고, 지영과 시우의 상황을 잘 아는 수연은 강력히 펫렌털에 한 번 알아보기라도 하라고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입가에 맥주 거품을 걷어내며 먹태를 길게 찢으며 수연은 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