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정말 잘 선택하셨어요. 곧 여덟 살이 될 시우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독립적인 고양이보다는 사람들과 교감을 좋아하는 개가 훨씬 정서적으로 좋지요. 이번 개학 선물로 특히 이 종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몰라요. 가격이 지금 신학기라 많이 올랐네요. A4용지에는 종마다 특별할인가라 적힌 금액이 일렬로 나열돼 있었다. 실장은 소형견에서 중형견 대형견 순으로 특성을 언급하며 특히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종으로 레브라도 레트리버를 추천했다.
이 친구들은 안내견으로도 활약할 정도로 사람과의 친밀도가 정말 좋아 선호도가 높지요.
지영은 실장의 말을 들으며 가격표로 눈을 따라갔다. 그에 따라 월 대여 비용도 높다고했다.
시우는 강아지와 지내본 경험이 없다면 2주 정도 특별 체험기간을 통해 우리 센터에 나오셔서 시간을 갖고 강아지와 만나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실 수도 있으시고요. 뿐만 아니라 걱정되실 의료비문제도 렌털기간 동안 제휴한 동물병원에서 진료나 검사할 시 경우에 따른 최소의 금액만 부담하시면 보험처리도 가능하시니 부담도 없을 테고요.
실장은 열심히 개렌털의 이점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지영은 그럴수록 오히려 밀려오는 거부감에 생각에 잠긴 지영은 불쑥 준비하지도 않은 질문을 했다.
선생님, 개도 사람처럼 어느 정도로 사고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나요?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종마다 약간 다른데요, 인간처럼 소통하고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나지요. 이를테면 몇 년 후에 만난 과거의 가족을 충분히 기억할 수 있는 인지력도 있어요. 인류의 긴 역사와 여태껏 함께 했다면 얼마나 인간과 가까운지를 말해준다고 알고 있어요. 걱정하실 거 없으세요.
개들이 좋지 않은 가정에 보내질 것이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가정 방문은 계약 전 필수라고 했다. 그럼에도 계약 후 생긴 사고나 개의 정서적 신체적 학대가 이뤄진다고 판단되면 손해비용을 청구한다는 내용에도 사인한다. 황실장은 계약해지에 관한 위약금 부분을 말할 때는 빨간색 볼펜으로 밑줄을 그은 후 지영의 눈치를 살피더니 옆에 서명하라고 종이를 내밀었다. 계약서와 함께 첨부된 종이는 렌털하는 개의 인적사항이 적혀있다. 출생지와, 순종여부. 병원이력등. 황 실장은 심상한 표정이었지만 말투만은 이 계약 여기서 파기될까, 빠르게 입가에 지저분한 거품을 묻혀가며 계약서에 있는 내용을 구술해 나갔다. 눈치가 빠른 지영이 그런 실장을 보며 거북한 마음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도 이 렌털의 소비자가 될 상황이라 조용히 속내를 보이지 않고, 펜을 들어 이름을 썼다.
시우의 여덟 번째 생일에 맞춰 도착한 그애는 목에 연둣빛 리본을 달고 있었다. 반질거리게 윤기가 흐르는 노르스름한 털과 쫑긋한 귀, 검정 아이라인을 그린 듯 진한 눈매가 매력적인 아이였다.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익히 사진과 영상에서 본 대로 너무나 매력적인 외형이라 감탄이 나왔다. 듣던 대로 역시 개의 꼬리가 없어서 엉덩이는 도드라져 보였지만 뭔가 개스럽지는 못한 첫인상이었다. 웰시 코기라는 종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들여온 품종에 다리가 짧은 대신 허리가 긴. 양몰이를 주로 하던 종이라 달리기를 무척 좋아한다니 시우도 좋아했다.
엄마!. 보리. 보리 어때요?
어려서 지영이 두 손을 벌리면 시우는 달걀만 한 제 주먹을 잽싸게 넣어다 빼는 쌀, 보리 놀이를 좋아하더니 엉뚱한 이름을 붙이고도 신이났는지 이전에 본적없는 행동을 했다. 펄쩍펄쩍 뛰며 거실을 빙그르 돌았다.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지영은 그것만으로 잘 되었다 생각했다. 웰시코기 품종의 자그만한 개는 이전 자신의 이름과 모든 과거는 묻은 채 이제는 시우와 지영의 보리가 되었다.